다른 사람도 아닌 헬레나의 박사 논문 합격 디너 파티에서 (내가 부지도교수라 honor table 에 앉아있는데) 살짝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또 살짝 답을 보낸다. 우리의 행동은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지 다른 사람들에게 다 말해주고 있다. 레스토랑 바닥에 있던 가방에 넘어져 다리뼈가 부러진 사고를 격고 수술을 하신 뒤 집에 계신 어머님을 만나러 그는 요떼보리로 갔다. 급하게 본 메시지에는 엄마가 우리가 도착했더니 놀래시더군 라고 써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간다고 알리지 않았어요? 라고 했더니, 그럼요, 어제 통화까지 했는데요 라고 답이 왔다. 나는 순간 이 메시지가 진짜로 뭘 의미하는 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전화기를 다시 넣고 내가 사실 있어야 하는 곳, 디너 파티로 돌아갔다. 5년이란 길고 힘든 시간을 지내고 이제 박사가 된 헬레나를 축하하고, speech를 하고, 친척들 친구들과 인사하고, 저녁을 먹고 다 마친 뒤 빵빵해진 배, 그만큼 만족스러움과 자랑스러움으로 돌아오는 길, 걸어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전화로 말동무를 해주었다. 그때도 나는 그 메시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 어떠세요? 란 질문에 오늘은 좀 괜찮으신 거 같다 란 답이 오고, 중간 중간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 지, 소파에서 자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는 이유없이 너무나 피곤한 토요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지 서로에서 알려준다. 저녁을 먹은 뒤 전화 통화를 하자 그는 말한다. 사실 몇주 전에 외삼촌이 돌아가셨고 다 다음주에 장례가 있는데 어머님이 달력에 본인 스스로 장례라고 써 놓으시고는 어제 물으셨단다. 누구 장례식이지?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나는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깨닫고 그와 함께 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몇년 전 함께 한 대학 친구의 어머님이 지병인 당료로 급하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던 친구는 그 소식 끝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제 이 나이다. 친구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는 나이.


전화를 끊고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의 어머님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전날 내가 파티를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다가와 손을 잡으시면 특별히 감사를 표시하던 헬레나의 엄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 엄마보다 훨씬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헬레나의 나이를 생각할 때 아마 두분은 비슷한 또래이실 거다. 나의 머리속의 우리 엄마는 늘 50대이다. 나 같이 엄마가 아직 젊으실때 엄마를 떠나 가끔 엄마를 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와 지금 한국에 살고 계신 엄마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엄마가 늙어가고 있다. 아니 벌써 노인이시다. 어떻게 엄마가 이렇게 나를 배신할 수 있는 가? 나는 우리 엄마는 늘 젊고, 늘 건강하고, 늘 빠릇빠릇 하실 줄 알았는데, 왜 우리 엄마도 보통 사람인 건가?  now how this happens? 엄마가 없는 세상에 나는 더이상 누구의 딸도 누구의 아들도 아닌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 머리속에서 나는 그를 안고 있다. 함께 울고 있다.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 내가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에요.

우리는 서로를 돌봐주기를 원해요. 당신이 내 곁에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는 다시 기차를 타고 노르쇠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출근을 한다. 가르쳐야 하는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고, 써야 하는 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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