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작이니 '죽음의 날'과 같은 해에 나왔군요. 런닝타임은 1시간 3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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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제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귀환'!!! 입니다. 마치 원작의 정식 후속작 느낌인 이 제목에 얽힌 사연이 또 있구요.)



 - 세상은 좀비 걱정 같은 것 전혀 없이 평화롭습니다. '살아 있는 시체의 밤'은 이 영화 속 세계에도 존재하지만 유명한 영화일 뿐이구요.

 무슨 의료 용품 창고 같은 데서 일하게 된 젊은이가 선배님에게서 일을 배우는 중인데, 이 선배님이 괴상한 얘길 해요. 사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실화라는 거죠. 다만 좀비가 만들어진 건 우주선 방사능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무슨 군수 산업체 같은 데서 만든 가스 때문이고. 정부에선 그 사실을 은폐했는데, 그때 은폐를 위해 좀비를 통에 가둬 치우다가 실수로 이 창고로 보냈다는 거에요. 지하실에 있다는 그 물건을 보러갔더니 정말로 통 안에 갇힌 뭔가가 보이고, '와 이 통 망가지면 어째요?'라고 물으니 선배님께선 '야 미군에서 만든 물건이 그렇게 허술할 리 없잖아? 껄껄' 하며 통을 퍽 치는데... 바로 망가지면서 녹색의 가스가 새어 나오고 둘은 기절합니다.

 한참 뒤에 정신을 차려 보니 통에 있던 좀비는 사라지고 없고. 통에서 새어 나온 가스를 먹은 창고의 시체가 일어나서 발광을 하고 있습니다. 사태 수습을 위해 부른 사장님도 함께 당황해서 창고는 난장판이 되고 일은 점점 꼬여가는데 우리 신입 젊은이의 친구들이 우루루 신입을 만나러 찾아왔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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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를 장식해주는 바보 콤비. 이 영화는 장르가 코미디라는 걸 확실하게 못박아 주시고요.)



 - 그러니까 원조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그러니까 '나이트 오브 더 리빙 데드'를 공개한 후에 조지 로메로와 공동 작가 존 루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죠. 법정 공방 끝에 영화 제목 중에서 '리빙 데드'라는 표현의 권리를 존 루소가 가져갔다고 해요. 그래서 로메로 시리즈의 속편들 제목은 '리빙 데드'가 아니라 걍 '더 데드'가 붙게 되었고. 그 소중한 권리(?)를 취득한 존 루소가 한참 뒤에 쓴 이야기가 바로 이 '바탈리언'입니다. 원제가 '리턴 오브 더 리빙 데드'인 사연이 그것이구요. '바탈리언' 이라는 쌩뚱맞은 제목은 일본에서 붙인 걸 그냥 그대로 갖다 썼다더라... 뭐 이런 이야기가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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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80년대다!!! 라는 느낌 낭낭한 바보 떼거리가 이야기의 절반을 맡아 교차하며 끌고 나가는 구성입니다.)



 - 조지 로메로의 시리즈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걸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제게 로메로의 3부작은 어쨌든 그 시대의 흔한 오락물 분위기들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시작부터 그냥 딱 '아, 80년대 코믹 호러다 ㅋㅋㅋㅋㅋ'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징그럽지만 동시에 웃기면서 살짝 귀엽단 생각까지 드는 그 시절 크리쳐 디자인이라든가, 당시 유행을 충실하게 반영한 사람들 차림새라든가, 유머 감각도 전개 방식도 참 여러모로 80년대 코미디이고 동시에 80년대 호러입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보면서 '역시 레알 원조집의 포스는 로메로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이 영화도 절대 무시할 순 없는 것이, 일단 각본가도 각본가려니와 연출이 댄 오배넌이에요. '에일리언', '라이프 포스', '토탈 리콜' 같은 영화들의 각본을 쓴 양반이죠. 감독작으로도 러브 크래프트 영화 '어둠의 부활' 같은 걸 감독하기도 했구요. 전성기가 그렇게 오래 간 양반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족적은 남기셨던 분이고. 이 영화의 연출도 꽤 괜찮습니다. 로메로와는 많이 다른 방향이지만 암튼 본인 방향으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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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해에 나온 같은 뿌리 두 영화의 상극 성격을 특수 효과 차이로 느껴봅시다. ㅋㅋ 근데 애초에 방향성이 다른 것이고 이 영화의 특수 효과도 시대를 감안할 때 전혀 구리지 않습니다.)



 - 일단은 코미디입니다. 이거야 뭐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겠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엔 평범하게 정상적인 사람이 거의 하나도 없어요. ㅋㅋ 지나치게 멍청하거나 격하게 과장되어 있거나 그런 식이구요. 이렇게 우스운 녀석들이 우루루 나와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상황들에 멘탈 붕괴를 일으키며 하나씩 죽어 나가는 걸 구경하며 즐기는 가벼운 영화에요. 그래서 보면서 이입하고 긴장하고 제발 살아남아라! 라고 응원하게 되고 그런 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만. 이건 단점이라기 보단 영화가 선택한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이입을 날려 버린 대신에 얻은 것이 걍 맘껏 야멸차게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자유이고 영화는 그걸 참 잘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참 되게 얼척 없이 죽어요. 뭔가 해보려는 듯한 캐릭터가 한 방에 뇌를 뜯어 먹히고 황당하게 사망하는 식의 전개가 자주 나오는데 이런 얄짤 없는 전개가 빠르고 강하고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한 좀비 떼와 결합이 되니 감정 이입 같은 거 안 해도 스릴이 충분해집니다. 세상 멸망, 인류 몰락 같은 식으로 거대한 배경을 잡지 않고도 충분히 절망적이고 압박적인 분위기를 잘 만들어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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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도 터프한 흑인 젊은이가 나오긴 합니다만. 원작을 의식해서 웃기려고 한 건지 뭔진 몰라도 캐릭터성은 전혀 다릅니다.)



 - 그리고 뭐 전설의 그 영화의 공동 원작자가 쓴 각본 답게 이 영화도 당시 시대에 대한 풍자극입니다. 일단 정부와 군대가 사건의 원흉이며 그걸 덮어 버렸다는 설정 부터가 그렇죠. 게다가 시작할 땐 '이 영화의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실제이며' 라는 뻔뻔스런 자막까지 띄워주니 더더욱 직설적이고 강한 사회 비판 분위기가 조성이 되구요.

 영화의 결말도 그렇습니다. 최후의 생존자들이 간신히 정부 기관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성공한 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엔딩이 생각 안 날 수가 없지요. 거기에 80년대식 음모론 토핑이 얹혀 있는 것도 정겹고 웃기기도 하면서, 또 그 시절 미국 좌파 아저씨들 스타일 느낌이라서 재밌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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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튼튼했어야할 통 속의 좀비 아저씨.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좀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애초에 그것도 픽션이라고 주장하니 그러려니...)



 - 근데 사실 다른 것보다 이 영화가 재밌었던 가장 큰 이유는... 좀비들 묘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알고 보니 '28일 후' 보다 거의 20년 전에 나온 빠르고 강한 좀비 영화였던 것이지요. 첫 등장 때부터 그렇게 강한 피지컬과 똑똑한 지능을 뽐내며 어리버리 멍청한 주인공들을 손쉽게 사냥해서 뜯어 먹어대는데 코미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또 이런 장면들 연출이 꽤 효과적이면서 아이디어도 다양한 편이라 그냥 호러 영화로 보기에도 퀄리티가 꽤 괜찮아요. 덧붙여서 분장도 그 시절 감안할 때 상당히 고퀄이구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코미디가 베이스라 좀 웃기고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그냥 퀄리티만 따지면 같은 해에 나온 '죽음의 날'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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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징그럽지만 저 거대한 눈망울 때문에 뭔가 귀엽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날뛸 때는 정말 살벌하게 날뛰고, 심지어 똑똑합니다.)



 - 살짝 아쉬운 점이라면, 이게 호러도 괜찮고 코미디도 괜찮긴 한데 뭐랄까... 분명히 코미디로 시작했던 영화가 뒤로 갈수록 유머가 줄어들면서 그냥 호러 영화로 변해가거든요. 도입부도 엔딩도 괜찮긴 한데 그게 전혀 다른 장르라는 느낌이고 그런 장르 변화를 재미로 확실하게 납득시키는 느낌은 아니어서 살짝은 일관성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후반에도 유머를 좀 넣어줘서 일관성을 확보했음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애초에 기본 설정이 '살아 있는 시체들의 새벽이 실화였다면' 이라는 걸로 시작하다 보니 뭔가 진지한 영화라기 보단 맛깔나게 잘 만든 패러디 코미디 영화... 라는 느낌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리지널의 인기에 크게 기대는 외전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무래도 좀 아류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게 아쉬웠어요. 재미와는 별개로 좀 가벼운 영화로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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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하고 강한 여성상... 같은 건 안 나옵니다만. 어차피 이 영화의 인간들은 모두 평등하게 바보라서 상관이 없습니...)



 - 대충 정리하자면.

 재밌습니다. 초중반까진 웃기는 쪽으로 재밌고 중후반 부터는 의외로 압박스런 좀비 호러 연출 덕분에 재밌구요. 

 솔직히 같은 해에 나온 로메로 버전의 3편과 비교해 봐도 그냥 재미 차원에서 따진다면 요게 그 영화보다 못하단 생각은 안 들었어요. 살짝 유치하게, 그 시절 스타일로 웃기는 개그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사람도 많겠구나 싶었구요.

 뻔뻔하게 오리지널 영화를 대놓고 베끼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아류' 라고 생각을 했는데. 각본가님의 사정과 감독의 약력을 알고 보니 아류라고 말하긴 좀 미안하구요. 그냥 많이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 본 외전 같은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원작 스타일의 이야기를 하나 더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키치한 80년대 갬성 가득한 버전의 외전 같은 식의 기획이 재밌어 보인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의외로 잘 만든 영화라서 놀랐네요. ㅋㅋㅋ 그리고 즐거웠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죠.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 창고에서 가스를 흡수하고 되살아난 시체가 첫 번째 문제인데요. 영화랑은 다르게 뇌를 부수고 목을 잘라내도 멀쩡히 살아서 난리를 치는 이 좀비 때문에 고생고생을 하다가... 결국 붙잡아서 토막 내는 데까지 성공합니다만 문제는 이 놈이 그래도 안 죽는다는 거. ㅋㅋㅋ


 그때 사장님의 아이디어로 건너편에 있는 화장터를 향합니다만. 토막 나도 펄떡거리는 이 흉한 놈을 화장 기구 출력 풀파워로 완전히 태워 버렸더니만 그 연기에서 다시 좀비 가스가 흘러나와 하늘로 솟구치다가... 때마침 내린 갑작스런 폭우 때문에 물에 녹아 다 땅바닥으로 떨어지는데, 하필 그 곳이 공동 묘지인 겁니다. 당연히 무덤 속 시체들이 우루루루 살아나서 난리를 치겠죠.


 이때 창고 알바 젊은이를 기다리느라 그 앞 무덤에서 시간 죽이고 있던 펑크 젊은이들은 이 좀비들 때문에 혼비백산해서 화장터로 몰려 들고. 결국 창고 사장님과 직원들 & 펑크 젊은이들이 장례식장에서 힘을 합쳐 좀비 디펜스에 나섭니다만. 결국 여기저기 저지선이 뚫리면서 거의 다 좀비 밥이 되고. 그 와중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애들도 밖으론 못 나가고 지하실에 문 걸어 잠그고 버티면서 정부 쪽과 통화에 성공합니다만.


 믿었던 우리의 정부님께선 다짜고짜 그 동네 그 지역에 핵공격을 해버리고. 결국 간신히 살아 남았던 주인공들도 깔끔히 증발 당했겠죠. 그런데 그때 또 비가 내리고, 하늘로 치솟았던 좀비 가스가 다시 땅바닥으로 스며들고. 거기에서 시체들이 차례로 눈을 뜨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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