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트 앤 매직 3,4,5

2023.08.13 13:58

돌도끼 조회 수:189

'마이트 앤 매직'은 존 밴 캐니검과 아내인 미카엘라가 공동으로 제작해서 집에서 직접 박스를 포장해가며 팔았다는 게임입니다.
이런 가내수공업 성공신화는 컴퓨터 업계 초장기에는 흔히 있었던 일이지만 '마이트 앤 매직'이 시장에 나온 1986년쯤 되면 이미 보기 드물어진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86년은 '마이트 앤 매직의 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이 게임은 화제작이었습니다. 그해가 운좋게도 '울티마'와 '위자드리'의 신작이 하나도 안나왔던 해이긴 합니다만ㅎㅎ 근데 뭐 훗~날 '울티마'와 '위자드리'가 쇠퇴한 이후까지도 'M&M' IP는 계속 이어져서 지금은 그 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RPG 소리도 듣고 있죠.(3대 RPG란게 '울티마' '위자드리'를 고정으로 박아두고 나머지 하나를 그때그때 화제작들로 바꿔치기했던 개념이긴 합니다만...ㅎㅎ)

'울티마'와 '위자드리'는 컴퓨터 롤플레잉의 시조로 각자 다른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울티마'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는 형태이고, '위자드리'는 1인칭 시점에 한정된 장소를 배경으로 해서 땅밑(던전)을 돌아다니는 형태. 지리적 스케일은 작지만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M&M'은 이 둘을 합친것 같은 형태의 게임이었습니다.
'울티마'만큼이나 넓은 대륙 스케일의 필드를 내내 1인칭 시점으로 돌아다니고, 그 대륙안에는 '위자드리'같은 깊은 던전이 여기저기 널려있습니다.
게임 시스템면으로는 '위자드리' 타입에 더 가깝고 '바즈 테일'의 영향도 받았습니다.

이 게임이 미국에서 심상치않은 히트를 하는 것을 본 일본 게임계가 곧장 PC-8801로 이식하게 되면서 미국 게임 치고는 비교적 일찍 일본에 상륙한 편입니다. 1편이 일본에서 히트하자 2편은 빨리 내놓기 위해 미국과 거의 동시기에 개발해서 미국판과 일본판의 구성이 꽤 다르다는 모양입니다.
일본은 (당시의) 미국과는 달리 그래픽을 중시하는 나라이다보니 일본판의 그래픽을 본 캐니검은 뭔가 느끼는게 있었다고 하고, 16비트 컴퓨터로 플랫폼을 옮긴 3편부터는 '던전 마스터'와 비슷한 형태로 바뀝니다.

그렇다고 '주시자의 눈'처럼 화끈하게 다 카피한 건 아니고, 기존의 'M&M' 게임의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그래픽 사운드 인터페이스 등이 '던전 마스터'의 영향을 받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여전히 게임진행 상황을 텍스트로 일일이 보고해주고 있고, 실시간 요소가 있긴 하지만 턴베이스에 가깝고,  마우스는 쓰고싶은 사람만 쓰면 되고(단축키에 익숙해지면 마우스는 오히려 거추장스럽죠.) '주시자의 눈'처럼 정신없이 클릭질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M&M'은 1편에서부터 줄곧 코락과 셸텀이라는 우주적인 존재들의 대립에 플레이어 파티가 끼어든다는 구성이었는데 3편에서 악역인 셸텀의 본진을 털게 되고, 4편에서는 새로운 무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바뀌는가 싶더니 결국 거기도 셸텀의 영향권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5편에서 드디어 코락과 셸텀의 이야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꾀 긴 텀이 있은 뒤에 나온 6편부터는 새로 시작된 윈도우 시대에 맞춰서 게임 시스템도 바꾸고 이야기도 새로 시작합니다.

게임 시스템은 1,2편이 '바즈 테일'과 유사한 형태였다면, 3편부터 '던전 마스터'풍으로 바뀌고 5편이 될때까지 기본적으로는 같은 엔진에 그래픽, 사운드, 사용자 편의성이 조금씩 개선된 정도입니다.

3편은 아직 VGA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던 시기에 알록달록한 풀컬러 그래픽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고 오토맵 시스템을 도입한 초기의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4편과 5편은 처음부터 동시에 기획이 되면서 참신한 시도를 했는데, 그 둘이 원래는 한 게임입니다. 4편이 파트 1이고 5편이 파트 2.
4편의 끝판왕을 잡고 나면 갑자기 못보던 넘이 튀어나와서는 하는 말이

'우하하하하하하 너희가 힘들게 때려잡은건 사실은 내 시다바리였거등~~'

그렇게 해서 5편은 그 갑툭튀한 넘이 끝판왕으로 있는 반대편 세계를 돌아댕기게 됩니다.

그게 다가 아니라, 5편만 따로 사서 그냥 해도 되지만 4편과 5편을 합체시키면 또다른 게임이 됩니다. 4편 진행중에 몇몇 장소는 의미불명인 곳들이 있는데 5편을 깔면 거기가 4편과 5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포털이 됩니다. 아예 처음부터 둘을 합체시키면 게임 타이틀이 '월드...'로 바뀌게 되고 이상태에서 처음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5편 게임엔진이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니까 이렇게 월드로 시작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5편의 엔딩은 당시의 서양 게임 답지 않게 몇분에 걸친 동영상 스토리로 진행이 되는데 이게 꽤나 볼만했습니다. 1편부터 쭉 해온 사람에게는 감동이었을 수도...(전 3편부터 시작해서...ㅎㅎ) 4편에서 게임속 몬스터들이 죽탱이 맞는 영상을 죽 늘어놓는 재미없고 길기만 한 썰렁한 엔딩을 보고 실망했던 거에 대한 보상을 해줍니다.

그게 끝이 아니라, 5편 엔딩이 지나가면 이때부터 진짜 '월드 오브 진' 게임이 시작됩니다. 합체한 후에도 못가는 부분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이제 거기에도 가볼수 있게 됩니다.

RPG의 엔딩이 대개 나쁜넘 때려잡는 것으로 끝나는 것과 달리 '월드 오브 진'은 화합을 주제로한 비폭력적인 엔딩을 선보여 그부분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렇게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가 6편이후(그리고 스핀오프인 영웅전 시리즈)의 무대가 되었던듯...

이렇게 게임 두편을 하나로 엮어서 +1알파로 진행되는 참신한 시도는 크게 환영을 받았고 'M&M' 시리즈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는데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뭐 요즘 할리우드에서 유행하는 이야기 쪼개기처럼 두개를 강매하는 악덕 상술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납득할만한 볼륨과 보상이 있었으니 악덕은 아닌 걸로...ㅎㅎ(사실 4편만 보면 아주 명작이라 하긴 좀...)



'마이트 앤 매직' 3,4,5 편은 각각 1991,92,93년에 IBM PC용으로 처음 나와서 이후 (일본 컴퓨터들도 포함한) 여러 기종 및 일부 게임기용으로 포팅되었습니다.

3편은 MT-32 계열중에서도 CM-32가 있어야만 최적의 게임환경이 되는데, 음향효과를 전적으로 CM-32에 내장된 효과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MT-32나 기타 다른 미디 모듈로는 효과음 없이 음악만 나옵니다. CM-32(및 후속기종)이 없는 사람은 효과음을 들으려면 음악의 질을 희생하더라도 미디 말고 기타 사운드카드를 택해야합니다.
4편부터는 사블 효과음을 지원하면서 그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4,5편의 효과음이 3편에 나오는 CM-32 내장음과 거의같은 것 같아서... 저작권쪽으로 문제가 없었는지 모르겠습... 에이 알아서 해결했겠죠.
3,4,5편 다 도스박스에서 실행은 잘 되지만 속도 문제가 좀 있는 것 같고 4,5편은 미디 지원이 좀 애매합니다. 진짜 도스에서와는 좀 다른 소리가 나는듯 합니다.
Scummvm으로도 3,4,5편을 돌릴수 있는데... 거긴 아예 미디 지원 자체가 안됩니다.

'월드 오브 진' 타이틀로 4,5편이 합본된 CD롬 버전도 나왔는데 여기서는 음악이 아닌 게임속 대사를 CD 오디오로 집어넣는 기행을 벌였습니다. 음악은 여전히 미디...





여담으로... 6편은 달라진 것들에 적응이 안되서 잠시 하다 접었는데 그뒤로 지금까지 안하고 있습니다.
이게 원래는 한국어판을 내려다가 좀 일찍 출시하려고 영어판을 먼저 냈다는데 출시된 패키지에는 한글판이 완성되면 걍 주겠다는 쿠폰같은 게 들어있었습니다. 당시의 한국어판 게임의 번역 수준을 대강 알고있었기 때문에 딱히 끌리지도 않아 신청도 안하고 그냥 넘겼더랬는데.... 나아아아아아중에 그 한글판 패치가 이렇게까지 전설적인 물건(왈도전!)이 될 줄 알았더라면 받아놓을걸....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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