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땅

2023.08.14 15:48

돌도끼 조회 수:118

1993년, 웨스트우드에서 제작하고 버진에서 출시한 1인칭 던전 RPG입니다.

웨스트우드는 이름이 알려지기전에는 이런 저런 다른 회사들의 하청작업을 주로 했고, 그러다 SSI의 의뢰로 제작한 '주시자의 눈'시리즈가 대호평을 받으면서 유명해집니다.
그후 버진 산하에 들어가서 '키란디아의 전설', '듄2'등을 연달아 성공시켜 게이머들 사이에 이름을 확실하게 알리게 되었죠. 특히나 '듄2'는 장르를 하나 새로 만들어버리면서 일약 웨스트우드를 전설적인 회사로 만듭니다.

그와중에도 이분들은 롤플레잉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버진에 들어갈 당시부터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시자의 눈'은 SSI 쪽 타이틀이니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세계관으로 새로운 게임을 만듭니다. '지혜의 땅'.

한편 웨스트우드를 떠나보낸 SSI는 자체적으로 '주시자의 눈' 속편을 제작했습니다.
SSI가 웨스트우드 없이 만든 '주시자의 눈 3'. 웨스트우드가 '주시자의 눈' 타이틀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제작한 게임 '지혜의 땅'. 둘 다 1993년에 발표됩니다. 그리고 나서...

'주시자의 눈'은 미적지근한 평가속에 그대로 시리즈가 종결되었고 '지혜의 땅'은 역시 웨스트우드라는 호평속에 새로운 시리즈의 첫작품이 됩니다.

'지혜의 땅'은 게임 시스템 면에서는 '던전 마스터'에서 시작된 기본적인 틀을 잇고 있습니다만, 87년에 시작된 '던전 마스터' 체제가 장장 6년을 끌어온 거니 그 시기의 컴퓨터 게임의 미친듯한 발전속도를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하게 오래 버틴 거죠. 그렇지만 확실히 너무 오래끌긴 했습니다. 더구나 게임을 만드는 도중에 '울티마 언더월드'가 나오는 걸 본 제작진은 충격을 먹고 시대가 바뀌었다는걸 느끼긴 했지만 이미 만들어놓은 걸 갈아엎기에는 너무 늦어서 하던 거 그대로 진행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게임은 '던전 마스터'의 시대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대작이 아닐까 싶어요.

원래 웨스트우드의 시청각적 감각이 나쁜편은 아니었습니다만 버진으로 이적한 후 일취월장하거든요. '키란디아의 전설' 부터는 VGA 256 컬러 시절의 그래픽 중에서는 탑티어급으로 두각을 보이게 되고 '듄2' 부터는 사블을 적극 지원하는 풍성한 효과음과 음성지원이 추가되고 그게 다 '지혜의 땅'에 반영됩니다. 그렇게 해서 '주시자의 눈' 때보다 보고 듣는 재미가 꽤 쏠쏠해졌습니다.

제작진은 D&D 게임인 '주시자의 눈'을 만들면서 D&D의 너무 복잡한 룰과 쓸데없이 많은 파라미터같은 거에 반감을 가졌었대나 봐요. 그래서 '지혜의 땅'은 상당부분을 쳐내고 단순화시켰습니다. 복잡하게 주사위 굴려서 한참을 고민해야하는 D&D의 캐릭터 메이킹을 잘라버리고 미리준비해놓은 네명의 캐릭터 중에 한사람 고르는 걸로 바로 시작할 수 있고, 게임의 마법관련이나 기타등등도 번거로운 절차를 줄이고 빠르게 진행하도록 바꾸었습니다.
게임 진행도 플레이어 마음대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흔히 말하는 자유도가 높은)것 보다는 정해진 스토리에 따라서 어느정도의 제약속에서 굴러갑니다.

이런 부분들은 사실 그때까지 미국 RPG의 특성과는 좀 상반되는 것들입니다만, 그런 복잡성이나 자유도는 한번 빠져들면 아주 깊이 팔수있기는 하지만 안해본 사람들한테는 다 진입장벽이거든요. 그래서 그 시기에 미국 RPG가 너무 번거롭다는 자체적인 지적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히트했다는 건 먹혔다는 거죠. RP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쉽게 접근해서 스토리 등을 즐길수 있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주시자의 눈' 1,2편에다 '지혜의 땅'까지 3연타로 성공시켜서 웨스트우드는 롤플레잉의 명가임을 확실하게 증명했지만, '지혜의 땅 2'가 삐끗하고 3편에서 말아먹으면서 모처럼 성공적으로 시작했던 자체제작 RPG 시리즈도 쫑나게 됩니다.



'지혜의 땅'은 1993년 IBM PC용으로 처음 나왔고, 이 시기가 되면 이미 미국에선 이식할 다른 기종들이 싸그리 멸종되었을 때이므로 몇몇 일본 컴퓨터로만 이식되었습니다.
94년에는 음성을 보강한 CD롬 버전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무려 패트릭 스튜어트를 섭외해서, 게임 시작하면 바로 스튜어트옹의 목소리로 '웨스트우드'라고 읊어주시는...ㅎㅎ 게임의 추가된 나레이션 및 왕 역할인데 출연비중이 높지는 않은 캐릭터라 녹음은 몇시간만에 끝났다고 하네요.
근데 같이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과 연기의 갭이 심하다는....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5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94
124356 유아인의 패기와 도량을 본받고 싶군요. [27] LH 2012.12.21 6920
124355 여성 전용 투명 화장실의 위엄 [36] Isolde 2013.01.09 6920
124354 이소라 콘서트 다녀왔습니다. 희대의 똥매너 관객도 봤습니다. [32] menaceT 2012.12.06 6919
124353 (디아블로3) 자동경매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나봅니다. [5] chobo 2012.06.15 6917
124352 [우행길] 40. 정신과 약 - 항우울제에 대한 이야기 [8] being 2011.09.05 6915
124351 퍼거슨 옹의 명언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버벌진트... [56] menaceT 2012.10.23 6914
124350 셀서식 관련 엑셀오류 - 몇번을 물어보는지 원.. [1] 무비스타 2010.12.08 6914
124349 문라이즈 킹덤 코스튬 [4] 봄눈 2013.02.08 6913
124348 노량진 컵밥이라는군요. [28] 자본주의의돼지 2012.07.05 6912
124347 욕망의 오류, 선거 후기, 노무현, 종교 본능, [11] bunnylee 2010.06.03 6912
124346 AV가 이렇게 보고 싶긴 처음인 듯 [14] 나나당당 2012.03.29 6911
124345 여러 가지... [8] DJUNA 2010.09.17 6911
124344 [잡담] 은행 범용 공인인증서 수수료 4400원 환불이 안 될 때... [11] 라곱순 2013.02.01 6909
124343 언급에 대한 언급, 인용에 대한 인용 [4] 칼리토 2016.03.16 6908
124342 여자친구 있어? 소개팅 해볼래? [19] 닥터슬럼프 2012.11.01 6907
124341 멘붕 오는 김연아 하이트 광고. [26] 꼼데 2012.03.30 6906
124340 [19금] 모자이크의 위력 [9] 화려한해리포터™ 2012.08.07 6904
124339 박원순 시장 너무하네요... [9] soboo 2014.05.03 6903
124338 서태지가 직접 올린 글.. '저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26] 마당 2011.04.30 6901
124337 (초바낭 오타쿠 인증 에반게리온 뻘글) 오타쿠를 위한 편의점 [20] cadenza 2013.02.23 690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