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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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심오한 제목은 어떤 뜻을 지닌 조어인가... 했더니 그냥 실재하는 캐나다 마을 이름이네요. 허탈한지고... ㅋㅋ)



 - '매지'라는 캐나다의 시골 동네 라디오 DJ가 출근 중입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잠깐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홀연히 나타난 여자가 창문을 두드리고는 오묘한 표정으로 샥! 하고 사라져 버려요. 매지는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지만 뭘 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일단 출근을 하구요.

 어차피 시골 라디오라 직장에는 프로듀서 시드니와 신입 직원 로렐-앤. 이렇게 둘 밖에 없구요. 셋이서 라디오 진행을 하는 걸 보여주며 대충 캐릭터와 관계 설정을 하죠. 그러다 대략 25분여를 경과하는 시점에야 드디어 뭔가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사람들이 영문을 알 수 없게 몰려 다니면서 여길 부수고 저길 망가뜨리고 뭣보다 다른 사람들을 습격해서 뜯어 먹고 다닌다네요. 당연히 스튜디오의 3인방은 이게 뭔 소린지,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등등 충격과 공포에 빠져들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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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카리스마 멋진 DJ 매지씨. 20세기스런 '저항 스피릿' 보유자... 라서 그런지 한 물 가서 이 시골로 굴러들어왔다는 설정입니다. 근데 배우님 목소리가 진짜 쩔어요!)



 - 당연히 조지 오웰의 그 전설적인 라디오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설정이지만 사실 전혀 다릅니다. 오웰은 라디오 드라마를 지나치게 사실처럼 연출해서 사람들 겁을 먹인 거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외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때문에 스튜디오 안에서 공포에 떠는 상황이니까요. 거의 정확하게 반대되는 설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극저예산 인디 호러에 참 잘 어울리는 설정입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들은 스튜디오에 처박혀 떠날 일이 없고, 외부의 위협은 거의 막판에 달하기 전까지 이 안에 직접 물리적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스펙터클해야할 모든 내용들은 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목소리들과 그에 대한 주인공들의 리액션 연기로 표현되구요. 실제로 우리가 보고 듣게 되는 건 멘탈이 탈탈 털려서 부들부들 떠는 주인공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는 수다들이에요. 


 영화의 첫 장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게 설정으론 쉽지만 이걸 재밌게 만들어내는 건 다른 문제잖아요. 근데 그걸 꽤 잘 해냅니다. 일단 배우 셋이 다 좋아요. 보기 좋으면서 또 드라마틱한 비주얼들을 하고 계시고 연기도 좋아서 런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주인공들 얼굴만 보고 있어야 하는 이 영화에서 볼거리 역할을 잘 해줍니다. 그리고 각본도 꽤 잘 썼습니다. 초반에 아무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십여분도 지루하지 않게, 캐릭터들 성격 보여주고 후반을 위한 분위기 까는 부분도 심심하지 않은 볼거리로 잘 만들어 놨구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질릴 관객들을 위해 이런저런 상황을 잘 짜내서 긴장할만한 분위기를 잘 조성해줘요. 절대 지루한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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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방송 느낌으로 게스트 공연을 넣는다든가... 암튼 다양한 방식으로 세 명 수다 외의 요소들을 알차게 집어 넣습니다.)



 - 근데... '그래 대충 이런 컨셉인 영화로구나' 라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또 다른 떡밥이 툭하고 던져집니다.

 이게 스포일러 없이 말하기 참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설명을 해보자면 이 난리통의 원인 말이죠. 중반쯤 넘어가면서 그 원인이 제시되는데 그게 참으로 신박합니다. ㅋㅋㅋ 사실 황당하고 말도 안 됩니다. 뭐 아예 장르를 SF라고 생각하고 보면 안 될 것도 없는 설정이지만 그냥 범상한 좀비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굉장히 당황스럽구요. 그리고 이 황당한 설정이 당연히 이 상황의 해결법 탐구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좀비물에선 절대 못 볼 희한한 전개와 구경거리를 만들어 줘요.


 그리고 여기에서 끝도 아닙니다. 마지막에 도출되는 그 해결법이란 게 황당하면서도 또 뜻밖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거든요. 특히 영화 도입부에 되게 의미 없다는 듯이 툭하니 던져졌던 방송 내용과 이 해결법, 그리고 영화의 결말까지 연결지어서 생각을 해보면 쌩뚱맞게도 꽤 깊이 있는 인문학 탐구 & 토론 거리에다가 사회적 메시지까지 첨부된 아주 알찬 떡밥이 됩니다. 이야기 구조를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이런 걸 다 의도해서 짜 놓은 이야기임도 분명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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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계신 분이 프로듀서신데, 사실은 주인공 배우님과 현실 부부시라구요. 알고 보니 잘 어울리는 느낌도 있고 호흡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 결론적으로 의외로 아주 지적인 호러물입니다. 

 이야기가 막 완벽하다고 볼 순 없어요. 중간에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이 좀비 난리의 원인을 격하게 빨리 파악해 버리고 좔좔 설명해주는 캐릭터라든가. 역시 지나치게 빨리 파훼법을 찾아내는 주인공이라든가. 결말 부분의 드라마도 살짝 튀는 구석들이 있구요. 또 애초에 이야기의 대부분을 외부와 격리된 안전한 실내에서 노가리로 전개하다 보니 호러 자극은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정말로 참신하고도 강렬한 아이디어 하나와, 그걸 요모조모 열심히 분석하고 발전시켜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 그리고 잘 캐스팅된 배우들의 좋은 연기 덕에 심심하지 않은.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 주는 꽤 알찬 소품으로 잘 완성된 작품입니다. 게다가 설정 덕분에 역한 장면도 '거의' 안 나온다는 것도 사람에 따라선 장점일 수 있겠구요. 

 전 별 기대 없이 틀었다가 아주 즐겁게 잘 봤습니다. 아마 이거저것 분석하고 의미 찾는 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보다 훨씬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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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튼 재밌었다는 거!!! 글이 짧다고 재미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중간에 갑자기 방송국에 난입해서 스피드 웨건 역할을 해주시는 동네 의사 선생님의 통찰에 따르면 이 좀비 아웃브레이크의 원인은 바로 '언어'입니다. 인간의 언어에 기생해서 전파되는 신종 바이러스, 기존의 상식을 다 때려 부수는 미지의 생명체가 저지르는 짓이라는 거죠. 심지어 이 놈은 음파를 따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언어가 전달되고 이해가 되는 순간에 전염된다는 괴상한 놈이라서 귀를 막는 식의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 어여쁜 젊은 직원님은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고도 남들 하는 말로 감염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구요. 다만 왠지 모르게 영어만 오염된 상태라 우리의 자랑스런 캐나다인들은 프랑스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응급 예방 조치를 취하네요.


 하지만 점점 외부의 감염자들이 방송국에도 들이닥치고.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감염자 하나를 죽이고요. 그것의 충격으로 멘탈이 나간 프로듀서님이 술에 취해 어버버하다가 결국 본인도 감염되어 버리는데, 이때 우리의 DJ님께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생각해 낸 해결책이... 언어와 그것이 나타는 의미와의 관계를 파괴해 버리는 겁니다.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 하는 순간 맛이 가는 것이니 아예 다르게 받아들여 버리면 감염되지 않는다. 라는 매우 문과적인 해결책인데, 그게 실제로 효과를 봐서 프로듀서님은 감염 발광 직전에 제 정신을 찾습니다. 이때 'Kill'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프로듀서에게 'Kill is Kiss!!!' 라고 외치며 정신 차리게 함과 동시에 키스를 하며 로맨스까지 챙기는 주인공들...


 그리고 신이 난 우리의 DJ는 이걸로 만족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숨어 있자는 프로듀서님의 간청을 무시하고. 감염자들을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며 다시 방송을 켜고는 열심히 해결책을 전파합니다만. 이때 이 동네 난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군대가 '야 저 DJ는 이미 망한 것 같으니 프로듀서 너라도 빠져 나와라. 우리 곧 폭탄 날릴 거다'라는 방송을 하구요. 하지만 DJ도, 프로듀서도 모두 한 마음으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해결 방법을 방송합니다. 그러다 군대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폭탄이 떨어져 콰콰쾅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려요. 그런데...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후일담이 뉴스 '소리'로 전해집니다. 정부는 무슨 바이러스 같은 거라고 주장하며 폰티풀 마을을 날려 버린 걸 정당화하구요. 그리고 당연히 다음엔 인근 마을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정황을 보여주겠죠. 그런데...


 마지막에 갑자기 전혀 다른 차림새를 한 주인공 커플이 등장해서 뜻모를 이상한 대화를 막 나누다가 뿅! 하고 완전히 끝이 납니다. 아마도 영화에서 보여준 요 바이러스 파훼법을 직접 시전해주신 게 아닌가 싶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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