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7.20 16:20

여은성 조회 수:1657


  1.어중간한 삶을 살고 있으면 마음 편히 절망할 수가 없어요. 어떤 책에 나온 ㅅㅌㄹ세대들처럼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도 있겠죠. 어쩌면 올라갈 수 있을 지도 모를 사다리에 대한 희망 때문에 오늘을 편안하게 보낼 수가 없어요.


 2.이수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보던 시절에 옆자리와 앞자리 표도 산 적이 있었어요. 아마 빈 디젤 나오고 이상한 초능력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그 영화가 개봉한 시기였을 거예요. 이제 와서 이러면 안믿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실 결벽증이 없어요. 포비아는 두려움을 느끼거나 공포를 느낀다는 건데 저는 짜증이나 싫은 감정을 느낄 뿐이지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거든요. 

 

 그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옆이나 앞에 누가 앉는 게 짜증나서'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정말이 아니예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앞과 양옆만이 아니라 뒷자리까지 샀어야겠죠. 솔직이 말하면 누군가와 싸워 보고 싶어서였던 거 같아요. 애초에 예매할 때 제일 중간에 있는 제일 좋은 자리를 예매하니 앞자리 옆자리도 자연히 좋은 편인 자리가 되죠. 그러면 그 자리에 사람이 없으면 누군가가 앉으려 할 거란 말이죠. 


 휴.


 그럴 때 툭툭 건드리면서 표를 보여주며 '이거 제 자린데요'하면서 상대가 '어차피 빈 자리구만 뭘 이리 팍팍하게 구셔?'하기를 바랬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표를 힐끔 보고는 모두가 비켜 줬어요. 


 아마 누군가 앉았을 때 '이거 제 자린데 비켜 주세요'했을 때 상대가 '자리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러는데 그냥 여기서 보게 해 주시면 안 돼요?'하면 기분 좋게 그러라고 했을 거 같아요. 하지만 누구도 싸움을 걸지도 않고 이 자리에 앉게 해 달라고 하지도 않고...그냥 그대로 가버렸어요. 그냥 갑자기 이 일화를 말해보고 싶었어요.

 

 3.최근엔 혼자서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구든 불러내서 영화를 보죠. 


 거의라고 말한 건 어벤저스2는 혼자 봐서죠. 어벤저스2는 보고 싶고 영화관에 자리는 없고...그러다 떠올린 게 아마 2인씩 오거나 3인씩 오거나 할 때 중간에 좋은 자리가 딱 하나 홀수로 남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개봉 초기에 가봤는데 역시 꽤 괜찮은 자리에 딱 하나 빈 곳이 있었어요. 다만...옆에 앉은 사람의 미칠듯한 땀냄새때문에 몸을 오른쪽으로 꼬아야 했어요.


 4.휴.



 5.휴대폰을 사긴 했지만 아직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보거나 영화표를 휴대폰으로 예매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직 용산 아이맥스 표를 살 때는 며칠 전에 용산까지 가서 며칠 후에 있을 좋은 자리의 표를 사고, 다시 며칠 후에 영화를 보러 가요. 솔직이 이건 좀 짜증나는 일이라...이제는 슬슬 같이 볼 상대에게 '표는 네가 인터넷으로 좀 사줘'라고 하긴 해요. 



 6.이제는 '사장님'까지는 참을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상대가 있지도 않은 말을 하면 매우 짜증이 나거든요. 보통 어딘가에 갈 때 여자사장들은 저를 '은성씨'라고 불러요. 이건 맞는 호칭이죠. 그런데 남자사장들은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사장님...이건 사실이 아니죠. 저는 어떤 업체도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유령회사의 사장이거나 주식회사의 월급사장도 아니고요. 흠. 그래서 그럴 때마다 정색하며 '난 사장이 아니잖아. 왜 사장이라고 불러?'했어요. 한 1년 반 동안 한번도 안 빼먹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러나 남자사장들은 저를 끈질기게 사장이라고 부르고 최근 어느날 그 말을 듣고 그냥 가만히 있어 봤어요. 한 번 그래 보니까 다음부터는 '사장님'이라고 불릴 때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어요. 고개를 끄덕여 놓고 '잠깐...지금 나 거짓말 한 거 아닌가?'하고 고민해 봤지만 그냥 귀찮아서 말았어요.


 하지만 '형님'은 절대 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형님...이건 사실이 아닌 데다 기분나쁘기까지 한 그런 호칭이죠. 뭔가 상대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지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요. 휴.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대뜸 형님이라고 부르는 남자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안 들 거 같아요.



 7.원래 아까전에 글을 끝내려 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제가 좋아하는 7까지 쓰기로 하죠. 사실 가만히 분석해 보면 7을 좋아하는 건 제가 아니예요. 세상사람들이 7을 좋아하는 거고 저는 그걸 따라하고 있을 뿐이죠. 흠. 최근 본 드라마에서 '취향을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견해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던데, 저는 제 견해같은 것 없이 그냥 남들의 취향을 따라가면서 사는 편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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