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밤에 여기 동네 수퍼마켓에 불이났습니다. 다행히도 누가 낸 불은 아니었고 큰 불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기로 인해, 불을 끄느라 상점안에 많은 것이 손상되었고, 수퍼마켓을 문을 닫았습니다. 갑자기 우유하나 사러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된거죠. 

어제 문을 다시 열었다고 들어서 다행이다 하는 마음에 오늘 가서 보니, 말이 연거지 들어있는 게 없더군요. 야채도, 유산제품도 빵도 뭐 냉동식품이나 고기도, 아무것도. 있는 거라고는 샴푸 같은 것들? 


이렇게 텅빈 수퍼마켓을 보자니 처음 든 생각은 이런 건 94년에 부다페스트에서 경험하고 처음이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친척을 방문하러 갔는데 비행기 문제가 생겨서 도착을 하루 늦게 했어요. 덕분에 가저간 초콜렛을 녹았다 다시 붙어서 엉망 진창. 그런데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길래 뭐 이런 오버 액션 했더니 언니가 뭘라서 그래 여기 수퍼에는 물건이 항상 있지를 않아, 아침에 가서 뭐가 들어왔네 하면 사 놔야해 언제 치즈가 다시 들어올지 언제 초콜렛이 다시 들어올지 모르거든. 

그 다음든 생각은 언젠가 카푸친스키의 책에서 읽은 문장 '그때 우리는 그 가게에 물건이 없었다 라고 쓸 수 있었다'. 그 전에는 그런 표현을 검열때문에 쓸 수가 없었는데 그나마 그렇게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던 걸, 조금이라도 숨쉴수 있게 되었던 걸 표현했던 문장입니다. 참 간단한 문장으로 많은 걸 말한다란 생각을 했었어요. 제 동료중에 저보다 훨씬 어린데 발틱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명이 수퍼에 빵이 들어오면 할머니가 자기를 버리고 빵사러 갔다고, 자기가 짐이 된다고 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무슨 모험담처럼 하면 다른 한명이 자기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저도 격지 않은 어린시절. 

그 다음은 아 지금의 그리스. 몇년전에만 해도 이럴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리스는 지금 피한방울 흘리지 않는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선거 결과가 나오겠군요. 결과가 어떻게 나든 그리스 국민들한테는 별로 나아질게 없다는 게 이쪽 사람들 분석. 거기다가 결과가 no 가 이긴다면? ...


저희 집 근처 텅빈 수퍼는 일시적인 거지만 이것이 일상인 사람들의 생활, 사실 저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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