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장르는 호러&판타지라고 적혀 있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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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레이미의 칭찬이 박혀 있는데, 그럴만하단 생각이 듭니다. 완성도를 떠나 취향이 통하는 부분이 꽤 있어요.)



 - 대략 1960년대쯤 되어 보이는 미국이 배경입니다. 아주 한적해서 도대체 고객이 어떻게 알고 찾아올까 싶은 숲속 깊은 곳에 고색창연한 '옛날 호러 영화 건물'이 하나 있고, 장례식장이에요. 여기엔 왕년에 불사신으로 크리스토퍼 램버프와 한 판 붙었음직하게 생긴 할배 하나가 혼자 살며 사람들 장례를 치러주고 있죠. 그 날은 어린 소년의 장례를 치러주고 쉬고 있는데, 한 젊은 여자가 문 앞에 붙여 놓은 구인 팻말을 보고 왔노라며 찾아옵니다. 우리 할배님은 참으로 고색창연한 옛날옛적 '무섭고 수상한 할배' 포스로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며 집안 구경을 시켜주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는 '뭐 고객들에 대한 좀 희한한 사연 같은 거 없어요?'라고 할배를 도발하며 재밌는 얘길 해달라네요. 네...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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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느낌과 컨셉을 한 방에 이해시켜주는 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러니까 결국 그 클래식 B급 호러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공포 저택에서 수상한 할배가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 모음집 형식인 것이죠. 거의 아무 줄거리도 없이 짧은 애피타이저 하나와 본편 세 편을 보여준 후 당연히도 액자 역할을 하는 할배와 여자 이야기로 돌아와 마무리됩니다. 


 2019년작이니 탑골 영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지만, 제목에 적은대로 컨셉이 탑골이에요. 요즘엔 시시한 유령의 집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70~80년대 B급 호러 영화풍의 비주얼로 잔뜩 치창한 액자가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혹시 멀쩡한 호러 영화 하나 건질 수 있을까... 해서 재생 버튼을 눌렀던 저로선 참으로 당혹스런 일이었습니다만. 어쨌거나 그 컨셉은 참으로 정성들여 잘 살려 놓았으니 그 시절 그런 스타일 호러 영화들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정말 1도 안 무섭지만 암튼 추억 버프로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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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어서 하이랜드 깨나 패고 다녔을 것처럼 생긴... ㅋㅋ 이 분도 약간 아놀드처럼 어색한 외모와 연기를 캐릭터로 승화시키신 느낌이 있습니다.)



 - 하지만 어쨌거나 2019년 영화라서 액자 속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은 그렇게 탑골스럽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참 뭐랄까, 좋게 말하면 오묘하게 나쁘게 말하면 애매합니다. 그냥 21세기스런 호러 소품들을 탑골 스타일로 살짝 분칠해 놓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애피타이저를 빼고 나머지 셋만 놓고 보면 소재나 표현 방식 같은 게 다분히 21세기스럽거든요. 시대를 21세기로 바꿔도 아무 문제 없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구요.


 특히 첫 번째 이야기가 그래요. '남자들이여, 콘돔을 쓰라!'라는 참으로 건전한 교훈을 담고 있는 요 이야기는 소재부터 전개까지 넘나 요즘 이야기이고 탑골스럽고 B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요소라면 그저 투박하게 팍팍 전개되는 살짝 투박한 완성도 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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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싱 부스'의 인기남께서 극비호감 바람둥이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치십니다.)


 결혼과 동시에 전신 마비가 와 버린 아내 간병에 지친 남편의 극단적 선택을 그린 두 번째 이야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옛날 영화' 느낌을 많이 줍니다만. 역시 클라이막스로 가면 21세기스러운 장면 연출들이 튀어나오며 컨셉이 좀 깨지는 느낌... 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꽤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서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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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샘 레이미가 좋아했을 것 같단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ㅋㅋ)



 마지막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에 하고 많다는 베이비시터 관련 도시 전설스런 분위기와 함께 '할로윈' 같은 영화를 살짝 흉내내는 연출이나 전개가 괜찮긴 한데, 결말부의 반전 같은 건 그냥 딱 21세기스럽죠. 그 시절에 이런 결말로 끝나는 영화가 있었다면 아마 매니아들 거느린 명작 대우를 받았을 거에요. 요즘 시국에 볼 땐 너무나 뻔한 결말이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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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사실 요 세 이야기들이...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ㅋㅋ 

 런닝타임을 보면 아시겠지만 편당 30분도 안 되는 짧은 이야기들인데. 나름 다 컨셉이 있고 아이디어들이 있어요. 좀 오버하기도 하고 살짝 모자랄 때도 있지만 어쨌든 성실하게 뭐 하나라도 아이디어를 짜내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보려 노력한 흔적들이 있구요. 결과적으로 지루하지는 않고, 살짝 사악하게 웃기기도 하면서 별 탈 없는 무난한 결말을 만들어 보여줍니다. 어디가서 막 칭찬 받을만한 이야기들은 아니어도 그냥 '무난하게 괜찮은' 수준에서 살짝 그 이상들은 되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세 가지 이야기들을 다 보고 나면 다시 탑골 컨셉에 충실한 액자로 빠져나와서 컨셉에 충실한 정겨운 분위기로 끝을 맺죠. 정말 하나도 안 무섭지만 그냥 흐흐 웃으며 셀프 추억팔이할 정도의 재미와 완성도는 된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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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느낌 좋아하시면 보면 됩니다. ㅋㅋㅋㅋ)



 - 중요한 얘기는 다 했고 이번엔 글이 그렇게 길지도 않으니 결론을 따로 정리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그냥 하던 버릇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뭐 '테일즈 프롬 더 크립트' 같은 스타일을 재현하고자 애 쓴 B급 호러 무비입니다. 

 특별히 훌륭한 수준까진 몰라도 특별히 나쁜 수준과는 거리가 멀구요. 그냥 "요즘 보면 하나도 안 무서운 옛날 호러 영화들 분위기를 오랜만에 한 번 즐겨보세" 와 같은 맘으로 가볍게 볼만한 영화였어요.

 그러니 그런 싱거운 옛날 호러 영화들에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럭저럭 두 시간 잘 죽일 수도 있겠다. 뭐 딱 그 정도였습니다. 샘 레이미의 극찬! 같은 데 크게 신경 쓰지는 마시고요. ㅋㅋ 언제나 그렇듯 전 그럭저럭 잘 봤지만요.





 + 근데 요즘 영화들이 PC함을 추구하는 건 아주 바람직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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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50~60년대 미국 대학교의 남학생 사교 클럽 멤버로 굳이 동양인을 넣어둘 필요까지 있나... 싶기도 하구요. ㅋㅋ 게다가 스타일 넘나 21세기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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