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봤어요.(사진 도배)

2022.09.01 13:36

thoma 조회 수:449

The Road, 2009

172895164AA285EAB8

존 힐크트 감독, 비고 모텐슨, 코디 스밋 맥피.(언론에 소개된 이상의 스포일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부자 역할의 두 배우였을 텐데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아서 이들에게 상당히 이입하게 됩니다. 오랜 길거리 생활로 인한 외모의 더러움도 좋았으며(?) 파괴된 세계에 둘 뿐이라는 절절함도 잘 다가왔습니다. 또 중요한 것이 재앙 이후의 폐허가 된 풍경입니다. 이 풍광 자체가 배우들과 비슷한 비중이라고 생각하는데 원경, 근경 다 잘 표현되어 있어요. 잿빛 가루가 내려 앉은 듯한 들판에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고 문명의 흔적 기간시설은 다 파괴되어 있습니다. 사람 흔적 없는 망한 세상을 그럴듯하게 구현했고 볼만 했습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는 명확하게 안 나와요. 집에 책이 있어서 분량도 얼마 안 되고 읽은지도 오래 되어 이참에 다시 읽으려고 찾았는데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있는지 안 보이네요. 본격 뒤지기는 귀찮아서 관뒀습니다만 여튼 책에도 제 기억에 대재앙의 원인을 꼭 집어 말하진 않았습니다. 망가진 상태를 보면 아마도 여러 발의 핵 폭탄의 사용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생존자들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고 비축한 것이 없어지자 서로를 사냥해서 먹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사람입니다. 가장 위험에 처하게 되는 존재는 이런 최악의 종말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무리 짓지 못한 여자나 아이입니다. 

부자는 길을 걸으며 항상 인기척에 신경을 쓰고 어쩌다 얻어걸린 지하 식품 저장고도 사람의 소리가 멀리 들리는 듯하자 꿀같은 시간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버리고 나옵니다. 

이런 세상에서 마음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는 부자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아들 사랑이야 말이 필요 없고요, 콜라 한 캔을 발견하고 처음 먹어 본 맛에 흥분하면서도 아버지와 나누어 마셔야 한다는 아들의 사랑스러움이 찡하지만 전체적으로 굶주림과 싸우고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구사일생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라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이 부자의 개고생하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요즘 기분이 많이 업되어(?) 좀 차분해 질 수 있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으시다면 적절한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울적한데 우울한 영화는 싫다시면 피하시....아니다 이열치열이니 우린 아직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시기엔 좋을 것도 같아요. 나쁜 상황에 있지만 엄청엄청 나쁜 상황을 보며 기운을 내보는 것이지요. 아직은 푸른 하늘을 확인할 수 있고 미세, 초미세 먼지 없는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날도 있고 가스와 전기와 휴지를 사용할 수 있음을. 아마도 맥카시 영감님의 의도 중 하나도 그게 아닐까 싶고요.(이분은 인간이 만든 세상은 기본적으로 말세라는 생각이 작품에 깔려 있지만요)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되겠지만요.(이미 너무 늦었다는 연구도 막 나오는 거 같더군요...) 

부자 역할 두 배우를 좋아하신다면 보시면 좋겠습니다. '파워 오브 독'의 코디 스밋 멕피, 어릴 때 참 귀여웠네요. 잠깐이지만 알만한 배우들이 여럿 얼굴을 비춥니다.


마지막 장면은 좀 의아합니다. 책에선 미리 변죽을 좀 울렸던 기억인데 영화는 끝 장면이 뜬금없고 너무 쉽게 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좀 옥의 티 같습니다.

저는 왓챠에서 봤습니다.


종말이 다가오긴 다가오는 것일까요. 부쩍 이런 영화나 책을 자주 마주칩니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의 '작별인사'도 기계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인간의 전멸을 다루더라고요. 

154D64124B42D91B3D

18727B254B412F315B

19129E014B1CC6063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1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7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845
124620 만달로리안을 뒤늦게 보는데(대충 아무 소리입니다) [4] 해삼너구리 2023.10.31 311
124619 플옵 2차전 껐습니다 daviddain 2023.10.31 168
124618 에피소드 #61 [2] Lunagazer 2023.10.31 76
124617 요즘 드라마 출연 배우들의 ost(이두나, 무인도의 디바) [3] 왜냐하면 2023.10.31 293
124616 프레임드 #599 [2] Lunagazer 2023.10.31 74
124615 준PO 3연패 탈락' SSG, 김원형 감독과 계약 해지…"변화와 혁신 필요" [공식발표] daviddain 2023.10.31 142
124614 한동수 “윤석열, 검찰총장 때 ‘육사 갔으면 쿠데타’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왜냐하면 2023.10.31 241
124613 법정 드라마를 보며 잡생각입니다. [4] thoma 2023.10.31 280
124612 [넷플릭스바낭]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아들 크로넨버그, '인피니티 풀'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0.30 490
124611 챗 GPT 음성대화 catgotmy 2023.10.30 178
124610 망가진 신세계의 후계자 [4] 상수 2023.10.30 583
124609 Nc 무섭네요 [6] daviddain 2023.10.30 284
124608 프레임드 #598 [2] Lunagazer 2023.10.30 82
124607 용호의 결투 [6] 돌도끼 2023.10.30 208
124606 바낭 - 나는 당신의 신뢰를 깨는 중입니다, 추앙하거나 싫어하거나 [1] 상수 2023.10.30 307
124605 넷플-범죄 스릴러, '탈피'를 봤습니다. [5] theforce 2023.10.30 353
124604 [핵바낭] 20년 전엔... [29] 로이배티 2023.10.30 695
124603 영화 좀 찾아주세요 [2] 정해 2023.10.29 275
124602 프레임드 #597 [5] Lunagazer 2023.10.29 82
124601 새로 알게 된 모던 록밴드 ‘양반들’의 신보, 김혜리의 필름클럽 ‘너와 나’편 [3] 상수 2023.10.29 34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