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는 2020년작이라고 나오는데 일본 개봉은 2021년, 한국엔 올해 개봉한 영화네요. 장르는 걍 간단하게 '일본 청춘물'. 공식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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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가 그냥 얼핏 봐도 참으로 일본 영화죠. ㅋㅋㅋ)



 - 학교 축제(일본식으로 '문화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가 나옵니다. 생긴 것부터 스타일링까지 온 몸에 '블링블링 러블리'라고 적어 놓은 듯한 여학생이 감독 겸 주연으로 아주 그냥 소녀 갬성 터지는 로맨스물을 만들고 있네요. 모두들 행복해하며 그 날 찍은 장면을 시사하는 와중에 홀로 불만 가득한 얼굴로 뾰로퉁해 있는 분이 우리의 주인공 '맨발'입니다. (끝까지 본명 없이 별명으로만 불립니다)

 이 분이 불행한 이유는 본인의 특이한 취향 때문이죠. 고전 사무라이 영화 광팬이에요. 그래서 검도부 에이스 '블루 하와이'(별명 왜 이래;)와 천문부의 유일한 부원처럼 보이는 '킥보드'. 이렇게 셋이 뭉쳐 사무라이 놀이를 하고 놀다가 결국 "보란듯이 멋진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어서 그 멍청한 로맨스물을 눌러 버리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우연히 마주쳐 강제로 캐스팅해버린 주인공 역의 남자애가 뭔가 이상합니다... (라지만 예고편에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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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 3인... 이 아니라 주역 2인 + 1인 정도.)



 -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난 후에 딱 들었던 생각이 이거였어요. 이거 감독은 남자겠구나. 왜 이런 쓸 데 없는 생각을 했냐면요. 이게 포스터를 봐도 여학생들만 나와 있고. 또 실제로 여학생들이 주축으로 영화 만드는 이야기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뭔가 좀 여성 중심 이야기 같은 걸 예상했는데 영화의 내러티브의 그런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사무라이 영화 찍는다는데 검도부 에이스 절친을 냅두고 남자애들만 줄줄이 캐스팅하는 것만 봐도 뭐(...)

 말하자면 '케이온'의 밴드부 주인공들이 다 여자라고 해서 그게 딱히 여성들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 영화도 그거랑 비슷합니다. ㅋㅋ 물론 그게 나쁘다는 얘긴 아니구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혹시 작품 내용과 다른 쪽으로 기대를 하는 분이 계실까봐 언급해 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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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애들은 센터의 미래인(...)을 제외하곤 거의 병풍 겸 개그 캐릭터로 활용됩니다.)



 - 제목에도 적었듯이 정말 일본적인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 좋고 긍정적인 분위기의 고딩들 나오는 청춘물이요. 등장 인물들 거의 모두가 이런 이야기들 여기저기서 가져 온 클리셰 캐릭터들이고 이들이 겪는 사건들, 이야기에 쓰이는 소소한 소재 하나하나들까지 빠짐 없이 모두 다 일본 청춘물 많이 본 사람들에겐 익숙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구성돼 있어요. 동아리, 시간여행 로맨스, 바닷가 합숙 여행, 비 내리는 문화제, 개천가를 달리는 자전거, 교복 입고 웃으며 힘차게 달리는 여고생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난히 이 장르에서 사랑 받는 '여름'이라는 계절 등등등. 여기서 좀 더 집요하게 따지자면 캐릭터들 외모와 성격까지도 종류별로 구색 맞춰 준비되어 있습니다. ㅋㅋㅋ


 거기에 덧붙여서 '현실의 고단함'이 완벽하게 제거된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만들자!'라는 목표와 그 과정에서 주요 인물들 사이의 개인적 갈등을 제외하곤 아무 현실 디테일도 없는 일본 만화스런 공간에서 전개가 돼요. 사실 그래서 보면서 좀 오덕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알짝 스즈미야 하루히 생각도 났구요. (가만 따져보면 닮은 구석이 꽤 많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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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드 크레딧에서 다 함께 춤이라도 추지 않을까 걱정되는 풍경입니다만. 그런 거 없습니다.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꼴랑 셋이서, 그나마도 영화부 소속은 한 명 밖에 없는 구성으로 갑자기 영화를 만들겠다고 덤비는 이야기이니 당연히 멤버 모집 과정을 비롯해서 촬영 시작까지의 고난과 역경... 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딴 거 없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ㅋㅋ 인재들은 다 준비가 되어 있고 주인공이 가서 툭. 건드리면 다 넘어와요. 누가 뜯어 말리는 사람도 없고 라이벌의 방해 같은 것도 전혀 없구요. 이러면 대체 뭘로 런닝 타임을 채우려는 거지? 했는데 거기에서 우리의 시간여행남이 꽤 큰 역할을 합니다. 이 분이 들려주는 미래 이야기 + 싹트는 연애 감정. 이렇게 두 가지 요인으로 우리 주인공님의 마음 속에 내적 갈등이 대폭발을 하고, 그게 영화의 중심 이야기에요. 설정을 볼 때 중심일 거라 생각했던 '열정 넘치는 아마추어들의 좌충우돌 영화 제작기'의 비중은 그 다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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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사실은 이 둘의 이야기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저 남자애 때문에 주인공이 고민하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 그런데 이 미래남과 주인공의 로맨스가 생각 외로 꽤...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암튼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은 말 그대로 로맨스죠. 이런 일본식 청춘물의 로맨스이기도 하고 또 '시간을 달리는 소녀' 류의 시간여행 로맨스이기도 하구요. (아예 대놓고 이 작품 언급이 나옵니다) 그냥 그걸로 놓고 봐도 풋풋하고 귀엽고 그래요. 솔직히 피상적, 클리셰적이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근데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 하나의 의미가 더 붙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해 간단히 말하자면 이 둘의 사랑은 그대로 '영화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리고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감독이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 주제거든요.

 그리고 이 두 맥락의 로맨스가 영화의 클라이막스-결말까지 계속 찰떡같이 달라 붙어서 전개되고 발전되면서 마무리됩니다. 상당히 영리하게 설정을 짰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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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보니 감독님 사무라이 영화 좋아하는 사람 아니라던데. 그래도 사무라이 만화는 많이 보신 것 같습니다. ㅋㅋ)



 - 다 떠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참으로 근래에 보기 드문 밝고 긍정적인 청춘물'이라는 겁니다. 나오는 인간들은 하나 같이 다 사랑스럽고. 또 그러면서도 생기 넘치고 정이 가는 방향으로 잘 빚어져 있구요. 배우들도 (참으로 일본 영화스러운 방향으로) 잘 캐스팅되어서 이런 기운을 충분히 강화해 주고요. 이 귀여운 녀석들이 영화 내내 맑고 밝고 힘찬 그림 속에서 '이거시 청춘이다!!!'라고 으쌰으쌰 유세를 떠니 걍 흐뭇한 기분으로 보게 돼요. 개인적으로 '이거 하나는 지구상에서 일본 영화쟁이들이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이 대책 없이 밝고 나이브한 청춘물인데요. 참으로 오랜만에 그 괜찮은 샘플 하나를 만난 기분이었네요. ㅋㅋ 이런 장르 좋아하시면 아마 거의 즐겁게 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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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이런 장면 같은 건 확실히 일본 영화가 가장 잘 합니다?)



 - 소재, 주제까지 완벽한 '영화제용 영화'라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앞서 말 했듯이 '영화에 대한 사랑'이 작품의 가장 큰 주제이고 후반으로 갈 수록 이게 그냥 아주 대놓고 강조가 되거든요. 또한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클라이막스의 갑작스런 황당 전개(진짜 당황스럽습니다. ㅋㅋㅋ)도 집구석에서 혼자 보는 것보단 영화제 같은 데서 다 함께 하하호호거리며 보면 민망함은 사라지고 즐거움은 3배가 됐을 거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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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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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들 보고 있노라면 영화, 영상물 제작판에서 먹고 사는 분들이라면 다 좀 뭉클하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구요.)



 -다만 관람 결정을 내리시기 전에 주의할 점.

 정말 철저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고. 또 철저하게 일본 만화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동성애'가 아니라 '백합'이 나오는 이야기랄까요.

 솔직히 다 보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한 압도적인 호평을 확인하고 좀 당황했어요. 저도 재밌게 보긴 했지만 비평가들이 이렇게 만장일치로 호평이라니!

 사실 이야기도 헐겁고 항마력이 필요한 장면들도 많고 그렇거든요. 시종일관 긍정 에너지와 사람 좋음으로 커버해 놓고 '영화에 대한 사랑'을 강력하게 호소하는 이야기라 그런가? 라는 의심도 좀 들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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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로맨스 감독님 카린짱(...) 사진이 하나도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추가.)



 - 어쨌거나 그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즐겁게 봤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일본에서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청춘물이에요. 이런 장르에 목마르셨던 분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작품이겠구요.

 과장이 심해서 납득 안 되는 설정으로 풀어나가긴 하지만 아마도 감독의 현실 체험에 기반을 두고 있을 '영화의 미래에 대한 걱정' 부분도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 주실 수 있을 것 같구요.

 대체로 현실 근심 걱정 내다 버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달리고 싶다! 는 고민 중인 청춘들 &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 에게 보내는 참으로 나이브하고 사람 좋은 덕담 같은 영화입니다. 뭔가 그 덕담이 좀 이상하다 싶어도 너무 사람이 좋으니 굳이 태클 걸 맘이 안 드는, 뭐 그런 느낌으로 재밌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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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짤을 보고 호감이 가신다, 그럼 보시면 됩니다. ㅋㅋㅋ)




 + 우리 맨발양의 과거는 이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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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기자카46' 이라는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네요. ㅋㅋㅋ 영화 촬영 당시 나이는 25세.

 그리고 킥보드양의 평소 모습은 이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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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평범해 보이려는 척 하면서 예쁨을 뿜어내고 계셨죠.

 사실 이 두 분이 워낙 대놓고 안 일상적으로 예뻐서 더더욱 '일본 만화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 사실 전 주인공들이 만드는 영화보다 우리 카린 감독님이 만드신 로맨스물이 더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대놓고 로맨스 클리셰 덩어리로 만든 영화라니 진짜 웃기고 좋을 것 같더라구요.



 +++ 이걸 다 보고 나니 문득 예전에 못 보고 흘려 보냈던 '린다 린다 린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만. 그 어떤 온라인 서비스에도 존재하지 않는군요. 흑.



 ++++ 가만 생각해보면 '족구왕'이랑 많이 닮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의 분위기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비교해보면 대략 한국 영화와 일본 영화의 감수성 차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ㅋ



 +++++ 글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시즌 서비스에 무료로 풀렸습니다. 장하다 시즌!

 전 지금 올레티비 비싼 요금제의 부가 서비스로 시즌을 이용 중인데요. 요게 티빙에 인수되는 바람에 이달인가 다음달인가에 이용 종료되거든요. 그 전에 뽕을 뽑으려던 와중에 참으로 감사한 선물이었습니다. ㅋㅋ 정작 올레티비로 보려고 하면 11,000원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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