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무적

2023.07.08 15:52

돌도끼 조회 수:217

홍금보 주연, 원화평 감독의 황비홍 영화입니다.
홍콩에서는 79년 연말에 개봉했고 한국에선 80년 여름에 개봉.

이 영화가 한국에서 홍금보라는 배우 이름을 내걸고 홍보한 첫번째 영화일겁니다.(단, 홍금보 아니고 홍징바오라는 이름으로...)

홍금보는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영화에 얼굴을 비쳤고 주연 데뷰작인 '중원호객'도 국내에 개봉했었지만 그때까지는 울나라에선 아무도 홍금보라는 인물에 주목하지 않았죠.
'인자무적'으로 이름을 알린 다음 해에 '귀타귀'가 대박나면서 홍금보의 이름이 각인되게 됩니다.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이 되는 건 '프로젝트에이' 이후지만...(그러니까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말죽거리 잔혹사'에 홍금보의 이름을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 건 불가능한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썩 자연스럽지는 않은... 성룡도 모르던 애들이 홍금보를 알고있다는 게...)

제목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원제는 '임세영'입니다. 영어 제목은 '위대한 푸줏간 주인'. 지역에 따라 '仁자무적'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되기도 했다나 봅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괴이하게도 仁을 忍으로 바꿔서 홍보했습니다. 그니까 어진 사람이 아니라 '닌자'가 된거죠. 닌자는 그림자도 안비치는 영화인데...

예전에는 한자를 잘못 읽어서 영화 제목이나 배우 이름을 바꿔버린 사례가 꽤 있긴 하지만 仁하고 忍은 혼동될 여지도 없는 글자잖아요. 대체 왜 닌자영화로 둔갑을 시켜버린 건지 여전히 모르겠어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무명배우이던 성룡은 나유 영감님한테 픽업되 성룡이라는 이름도 하사받고 주연으로 연달아 작품을 찍었지만 계속해서 비인기 배우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고전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신의 눈을 가진 제작자 오사원이 성룡을 알아보고는 나유한테서 성룡을 '대여'해서 두편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게 '사형도수'하고 '취권'.
두 영화로 성룡은 일약 아시아제일 스타로 우뚝 서게 되죠. '사형도수'는 이미 다 짜놓은 판에 성룡이란 배우를 취직시킨 거였지만 '사형도수'가 대히트하면서 성룡에게도 발언권이 생겼고, 성룡이 황비홍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의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직 유명하지도 않고 무술 실력도 대단치 않은데다 철부지 사고뭉치인 황비홍이 나오는 파격적인 영화가 나오게 됩니다. 기존의 황비홍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은 거였죠.
이작품, '취권'이 '사형도수' 이상으로 성공하면서 성룡의 입지가 확실하게 고정이 된 것은 물론, 그후 한동한 그동네 영화계 전체가 취권 아류만들기 체제로 돌입하게 되죠. 영화계의 판도 자체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오사원 프로덕션은 고민에 빠집니다. 인기의 핵심인 성룡은 두편 찍는다는 조건으로 빌려왔던 거라 나유 영화사로 돌아가버렸고 성룡이 이렇게까지 떠버렸으니 다시 빌리기도 쉽지 않아졌죠.
아쉬운대로 성룡 없이 속편을 만들어봅니다. '남북취권'.

황비홍은 빠지고 사부인 소화자가 다른 제자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룡 대신에 원화평의 형제들 중 한명인 원신의를 주인공으로 써봤지만, 역시나 성룡이 없는 빈자리가 컸습니다.

한편, '취권'은 세계적으로는 단순히 성룡의 출세작 정도로 알려져있지만 홍콩 사람들에겐 황비홍 영화입니다. 당연히 '취권' 이후 황비홍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고, 물 들어오면 노 저어야죠. '황비홍 소림권'을 만들어서 원조 황비홍, 관덕흥의 흥행파워가 아직 건재하단 걸 증명한 골든 하베스트는 이때 다시 한번 관덕흥을 불러다 황비홍 영화를 만들기로 합니다.

'취권'이 성공하면서 성룡 못지않게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 있죠. 소화자 역의 원소전.

원씨형제들의 아버지기도한 이분은 관덕흥 황비홍 영화가 한창 만들어지던 시절 황비홍 영화에도 적지않게 참여하셨던 분입니다. 오랜만에 관덕흥과 원소전이 황비홍 영화에 같이 나오는 그림을 사람들이 보고싶어할거라 생각한 골든 하베스트는 '취권'을 만든 오사원의 제작팀과 손잡고 영화를 만들게됩니다.
그니까 '취권'은 황비홍의 어린시절을 다룬 영화이고 '인자무적'은 노년의 황비홍 이야기입니다. 속편이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후일담 정도는 되겠죠.

당시 관덕흥의 나이가 70대 중반. 주인공으로 나오긴 무리였죠. 그래서 젊은 주인공이 메인으로 나오고 노친네들은 젊은이를 이끌어주는 역할로 나오게 됩니다. 홍금보가 연기하는 젊은 주인공은 황비홍 사가의 '진짜' 주인공인 임세영.
실제로는 임세영이 황비홍 문파 사람들 중 최고의 스타이고, 황비홍은 임세영의 사부라는 이유로 나중에 뜨게 되었습니다.


임세영의 별명이 '돼지고기'였다고 해요. 돼지처럼 뚱뚱했다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를 팔았답니다. 영어제목이 '푸줏간 주인'인 이유죠. 근데 이 인물을 홍금보가 연기하게 되니 돼지고기라는 별명에 너무 딱 맞잖아요. 그래서 원래는 비대한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뒤로 임세영한테 뚱보라는 이미지가 붙게되었나봅니다. 나중에 서극판 황비홍에서도 몸집이 비대한 배우가 임세영 역할을 맡았으니까요.

그런데 제작 도중에 원소전이 건강악화로 하차합니다. 어쩔수 없이 내용이 수정되었고 원소전이 맡기로했던 역할은 번매생이 대타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파로 관덕흥의 역할도 축소된 것 같습니다. 완성작에서 관덕흥은 영화의 앞부분에 잠깐 나오고는 타지로 출장가서 그뒤로 내내 안나오다 엔딩 장면에 다시 나오는 수준이라 영화의 메인 스토리와는 크게 관계도 없고, 다 빼버려도 될 정도의 분량입니다. 그래서 황비홍 이야기이기를 바랐던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영화이지만 그래도 짤막하게나마 어르신이 노익장을 선보이십니다.

영화 본체는 황비홍 영화라기 보다는 걍 '취권'을 재탕한 아류입니다. 성룡 대신에 홍금보가 골치덩이 제자로 나와 (원래는 원소전이 하기로했던) 주정뱅이 사부를 만나 툭탁거린다는 이야기죠.

근데 영화 전체가 가벼운 농담이어서 부담없이 낄낄거리며 볼 수 있던 '취권'과는 달리 '인자무적'은 코미디라는 장르와 어울리지 않게 암울한 스토리입니다. 강간 살해가 나오고 죽는 사람도 많고... 이야기는 썩 재미있다하기 어려운...

그치만 중요한 건...

이건 쿵후영화이고 이 영화의 무술지도를 원가반과 홍가반이 합동으로 했다는 거죠. 쿵후영화 팬들한테 그거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ㅎㅎ



선역 플레이어로는
임세영역에 홍금보

귀각칠역에 원표 양관역에 위백

(근데 imdb를 비롯한 대부분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이 둘의 역할이 바뀌어있습니다. 아마도 원표가 서극 황비홍에서 양관 역할을 했던 것과 혼동한듯... 근데 원표는 귀각칠 영화('비각칠')도 찍었는데....)


악역 플레이어로는
종발, 임정영, 원무, 풍극안 등이 나오고 끝판왕은 이해생입니다.




몇년전에 vod 가격을 올릴 목적으로 '인자무적 소림사'라는 제목으로 재개봉해서 현재 그 제목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소림사하고 1도 관련 없는 영화ㅂ니다.

(근데 '황비홍 소림권'도 소림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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