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7.04 13:16

여은성 조회 수:647


  1.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지만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뭐, 최선을 다한 버전의 나라면 저 정도는 만들 수 있었겠지'하고 넘어가곤 해요.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작가 중 하나는 미하엘 엔데죠. 끝없는 이야기를 읽은 뒤로는, 끝없는 이야기같은 걸 한편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투덜거리곤 해요. 휴. 끝없는 이야기를 제가 썼다면 평생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랑했을 거예요. 유럽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계산을 하기 직전에 늘 '음...그런데 사실 내가 그 사람이야. 끝없는 이야기를 쓴 사람. 이래도 돈을 내야 하나?'하고 한번씩 물어봤을 거예요. 미국에 여행가면 백인우월주의바이크갱단원들이 모이는 선술집에 가서 '내가 왔다! 끝없는 이야기를 쓴 내가! 그 시끄러운 소음 당장 끄고 아라베스크1번 틀어!'하고 외쳤겠죠. 끝없는이야기를 쓰고, 트위터만 안 하면 평생 존경받으며 살 수 있을거예요.


 잠깐 그런데 미하엘엔데에겐 모모도 있죠. 그러니까 트위터를 해도 돼요. 끝없는이야기를 쓰고 트위터를 좀 하다가 복구불가능할 정도로 이미지가 나빠지면 그때 모모를 출판하면 될 거예요. 그러면 완벽한 이미지세탁이 가능하겠죠.


 그러다가...갑자기 아까전에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읽은 짐크노프 시리즈를 되새김질해보고 있었는데...갑자기 이것도 왠지 미하엘 엔데가 쓴 것 같은 거예요. 이야기의 전개나 캐릭터 같은 게 너무 미하엘 엔데 같아서...벌벌 떨며 인터넷을 검색해 봤어요. 그리고 이것조차도 미하엘 엔데가 만들었다니...하고 놀라는 것 말곤 할 게 없었어요.


 

 2.미하엘 엔데가 요즘 사람이었으면 트위터를 했을지 안 했을지 모르겠어요. 뭐 트위터를 했다손 치더라도 '씨발 나는 위대한 미하엘 엔데고 언터처블이다. 리트윗이나 해 하등한 인간들아'하진 않았겠지만요. 살바도르 달리나 저런 식으로 트위터를 하겠죠.


 흠...모모가 현대인이라면 확실히 어울릴 법한 직업이 있어요. 바텐더죠. 모모의 외모에 대해선 별 언급이 없는 거 같지만 어쨌든 못나진 않았을 테니. 모모가 바텐더인 바가 있다면 모모를 지명하기 위해 고객들끼리 예약 전쟁이 벌어질지도. 너무 에이스라 예약 안 되는 로테이션제거나.


 지롤라모는 현대인이었다면 왠지 메이저 연예인이 됐을 거 같진 않아요. 아프리카에서 적당히 별풍선을 긁어모으며 살 거 같아요. 작중에서 지지가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같은 아이디어를 스킨만 바꿔가며 리바이벌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이건 꼭 최근의 저와 비슷한 거 같아요.


 베포는...뭐 공무원이 됐겠죠. 


 흠.


 위에 말한건 다 가정이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현대라면 모모와 지롤라모와 베포는 친구가 못 됐을 거예요. 아니,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겠죠. 광장이나 놀이터에 나가야만 만날 기회가 생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현대의 모모라면 혼자서 스마트폰 없이 어디 한구석에 앉아 어딘가로 분주히 가고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볼 거 같아요.


 

 3.인간에게는 욕망과 자의식이 있다고 한 적이 있었죠. 욕망은...뭐 실현 수단이 없으면 그냥 패스될 수도 있죠. 할 수만 있다면 멋진 걸 가지고 멋진 삶을 살고 싶지만 할 수 없으면 그냥 소소한 즐거움으로 대체하는 거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건 소수의 인간뿐이죠. 그러나 자의식은 접어두기 힘들어요. 아무리 스스로가 하찮아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걸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이 자의식은 늘 사람 사이에 소요를 일으키고, 어떤 경우엔 그냥 작은 불꽃 하나가 튀었을 뿐인데 파국으로 가기도 하죠.


 뭐 개인적으로는 자의식 때문에 소요를 일으키는 건 하지 말자고 여기고 있어요. 하지만 그냥 마음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죠 저는 석가모니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화가 났을 때, 분노를 유발한 대상에게 그대로, 즉시 돌려주는 거예요. 물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죠. 왜 이런 작은 걸 참지 않고 욱하냐고, 이런 언행은 네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라고요. 어떤 사람은 앉혀놓고 '많이 살아본 형으로서 말하는데...'하며 일장 연설을 시도하기도 하죠.


 하지만 크게 보면 분노는 계속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언젠가는 어디론가 분출이 되어야만 하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걸 분출할 때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인간에게 받은 분노를 가장 만만하고 가장 약한 대상에게 한번에 분출한다는 거죠. 흔히 말하는 '그래도 되는'사람에게 말이죠.


 휴.


 요즘 말이 많았던 데이트폭력 사건 등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가정폭력이나 다른 남자에 의해 분노가 쌓였으면 그 사람에게 풀거나 정 아니면 비슷한 타입의 마초에게 풀면 되지 이상하게 대부분의 남자가 '반격 못 하는' '그래도 되는' '뒷탈 없을 거 같은'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해요. 그것도 바로 못 풀었기 때문에 쌓인 분노에 이자까지 쳐가면서요. 이건 공정하지 않죠. 


 밖에서는 신사라는 둥 인품이 좋다는 둥 칭찬받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면서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약한 사람에게 틱틱거리는 거보단,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분노조절 못 하는 이상한 사람, 존경할 만한 가치는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게 더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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