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가라님께서 올리신 글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 다소 일방적인 방향으로 왜곡된 부분이 있어 문제제기 할 겸 



1. 사춘기소년님 관련


Xe 로 넘어 오면서 게시판에서 발생되었던 일련의 소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입장에서 솔직히 이 게시판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총대를 멨던 사춘기소년님에 대하여  공격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단일하지 않았어요.  


포트폴리오 챙기는걸 트집잡는 식의 찌질하고 비열한 사람들만 반대했던게 아니라는거죠.   상당히 많은 분들이 사춘기소년님 개인이 아닌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갖었던건 하드웨어적인 변화가 듀게의 본질적인 변화 혹은 변질을 갖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을 겁니다. 


전 당시 사태를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당시 사안에 대하여 딱히 확실한 입장이나 태도를 갖지 못했던건 저만이 아니었을겁니다.


무언가 정서적으로는 사춘기소년님에 대한 공격이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일부 하이에나 찌질이들의 인신공격성 깽판 같은)  듀게가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걱정을 불식 시키기에는 사춘기소년님의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불행스러운 일이었죠. 

전 그래서 당시 사춘기소년님을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못했지만 인간적인 '위로'는 아낄 수가 없었습니다.  



2. 듀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 뒤로 많은 분들이 비상 상황에서 자발적인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게시판의 환경이 지속될 수 있었는데 

제가 서두에 이 게시판에 '희망'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을한 이유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는 '커뮤니티'로서의 동력 혹은 핵심이 취약하다는것을 당시 느꼈거든요.


가라님의 아래글 본문에 열거된 몇 가지 선택지에서 1번을 택한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듀게 유저들의 머리로는 '듀나'에 독립되어 있는거 같아 보여요. 

그런데 실제는? 과연 그럴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사실 1번이 되는 것이 그나마 이 게시판이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  혹은 가장 간편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쉽게 살 수는 없죠.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2번이나 3번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어요.

어떤 틀의 문제가 아니라 

독립된 '커뮤니티'로서 필수적인 자기 규정성, 정체성, 동력이 뭐냐는 질문


'듀나게시판에서 놀던 사람들의 모임' ? 뭐 이런 친목 모임 정도야 쉽게 만들어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형태를 취하는 것은 아무런 논란 거리도 고민거리도 못됩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가서 만들면 되는 문제니까요.

(물론 누군가 나가자아~ 하고 깃발 들면 유저들이 우르르 따라 나갈 정도의 영향력있는 네임드가 듀게에  없다는건 차치하고)




3. 그래서


사춘기소년님 관련된 당시 게시판에서 발생된 복잡한 논란의 상황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봐요. 

듀게의 고유성, 독창성, 정체성이란 무엇이냐?  1000명의 사람들 1000가지 사연으로 이 게시판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텐데

다른 게시판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결정적인게 무엇이냐? '듀나' 외에 있을까요? 



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타인의 동의를 구할 정도의 언어로 표현할만한 능력이 없다는게 유감스럽군요.

그래도 일단 노력이라도 해보죠....



여기 유저들이 생각하는 듀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건 민주적 총합으로 규정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짧지 않은 시간의 흐름속에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파도들도 고려할 가치는 없죠.  어짿든 파도가 지속되고 있다는게 중요한거니까


중요한건 유저들의 관념이나 소망같은 '생각'이 아니라 듀게가 현재까지 어떻게 지속되어 올 수 있었느냐는거죠.

서버나 도메인 혹은 기술적 자원봉사같은 하드웨어적인 토대를 제외한 다른 요인이 무엇이냐는거에요.

일종의 매력포인트라고나 할까? 


사실 많은이들이 탄식하듯이 듀게에 올라오는 글의 양과 질은 초창기에 비하여 수준이 떨어진다는건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필력 좋은 유저들이 그 동안 새로 생긴 개인 매체(블로그, 트윗, 페이스북 등등)로의 이동한 탓이 큽니다.

프로 글쟁이가 아니더래도 자신이 글을 쓰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이 많은데 무언가 개개인의 성향을 조금은 양보하거나 포기해야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계속 쓸 이유는 아무래도 좀 약하죠. 


듀게에서  오프모임이 은근 많이 있었다는걸 얼마전에 알고 깜짝 놀랐어요.  

주인장이 오프와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두는 게시판이라 유저들도 당연히 그런줄 알고 그게 매력으로 작용해서 듀게에 들어온 저로서는 놀랄 만한 일이죠.

아니면 제가 듀게에 처음 발을 딛고 8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변화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구요.


왜 하필 듀게같은 곳에서 오프 모임을 갖으려고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제 의문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듀게가 되버린건지도 몰라서

패스....



그러면서 그 동안은 안해봤던 고민이 살짝 생기네요.

혹시 이미 듀게가 내가 알고 있던 '그 곳'이 더 이상 아니었던건가?  하는


고민이 되는 이유는 그런게 눈에 확 뜨일 정도로 변화가 보이는게 아니라서 말이죠.

여전히 관심이 가는 주제들이 있고 식상하지 않은 관점들이 있고 다소의 긴장을 유발하는 유니크함이 있으면서도 

최소한의 인문학적인 토대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게시판이라는건 변함 없게 느껴지거든요.


무언가 표피적으로 보여지는 상황과 그 밑에 흐르는 저류의 모순이 느껴진다랄까?


이 질문은 답이 없을 수도 있어요.

이미 듀게는 가슴을 두근 두근하게 하는 매력이 아닌 관성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권태기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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