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다녀왔어요, 잡담들

2011.02.06 12:57

메피스토 조회 수:942

* 산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겨울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말그대로 '죽기에 좋지 않습니까'.

 

길이 엄청 미끄럽더군요. 눈이 낮동안 반쯤 녹아서 흙속에 스며들었다가 밤새도록 얼어서 단단한 얼음처럼 됐거든요. 내리막 오르막 할 거 없이 여러번 뒤로 넘어갈 뻔 했어요. 등산로 옆에 있는 밧줄을 잡고 간신히 올라갔죠. 바위가 얼어붙으니 그것도 무서웠어요. 아주 그냥 쭉쭉 미끄러지는게. 날씨는 그냥 그랬어요. 이맘때 산이 다 춥죠 뭐. 가파른 길보다는 조금 완만한 길을 골랐습니다. 연휴의 마지막인데 제법 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중턱에는 김밥파는 아줌마, 정상에는 음료수 파는 아저씨가 있던데, 와, 저 분들은  매일같이 산을 오르내리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비싼 아이스크림 값에 대한 생각은 둘째치고 그냥 존경심이 들더라고요.

 

폰카말고 화질좋은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디카가 맛이 갔어요. 정확히는 맛이 갔을꺼 같아서 안들고 갔죠. 깜빡 잊고 배터리를 오랫동안 넣어놓고 꺼내보지 않았는데, 며칠전 꺼내보니 배터리가 고장났는지 표면, 내부 할 꺼없이 소금알맹이같은게 묻어있더라고요.  폰카로 찍긴했지만 화질이 영별로라서 올리기 민망하므로 패스할께요.

 

아. 다리가 슬슬 땡기는군요.

 

 

*  며느리가 잘들어와야한다고 합니다. 여자하나 잘못들어오면 형제간 우애를 다 갈라놓는다나. 외부인 한명으로 갈라설 우애라면 애시당초 그런게 존재하긴 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얘길 들으며 든 생각은...이런 집들에서 며느리는 결국 남이라는겁니다. 아무리 잘해봐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죠. 조금만 투덜되면 '우리 때에는', '우리 집에선'  등의 필살기가 들어올테고요. 조금만 못하면 엄청난 욕을 들어야하죠. 누구나 결국 누군가의 시누이고, 올케고, 며느리이며, 시어머니일텐데, 이런 부분에서는 유독 이기적이 됩니다. 남자라고 다를 것도 없죠.

 

사실 전 먼훗날 제사를 꼭 지내야하나라는 생각도 해봐요. 예전엔 그냥 기계적으로 당연히 지내야하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요즘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교회다니는 몇몇집들은 제사지내지 않아도 잘들 살잖아요. 종가집도 아닌데 그 많은 친인척의 압박을 받아가며 전통따질 이유도 없고, 제사핑계로 모일 형제자매도 없습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말은 이렇게 하고 막상 부모님 돌아가시면 제사를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네요. 필요성을 못느끼겠어요.

 

 

* 긍정론에 대한 글에 엄청 공감했어요. 저역시 평소에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대표적인 사례가..일전에 뭐준비하다가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기에 추진하면 안될 것 같다는 얘길했어요. 근데 이 일을 강력하게 추진하길 원하는 사람이, 일단 추진하고 봐야지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라는 얘길하더라고요. 왜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특별한 근거나 논리라할만한게 없는데 상황과 분위기 때문에 압박당하는거 말이죠.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런 압박스런 분위기덕분에 그냥 넘어가고 그 일을 추진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대실패였죠. 제 예상이 들어맞았다기보단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 얘길 듣고난 뒤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거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싶진 않았기에 그냥 묵인했을 뿐이었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었고 특별한 성과도 없었는데, 정작 추진했던 그 사람은 뒷풀이 자리에서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니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식의 이야기를하더군요. 짜증 확 났습니다. 어떤 일이건 어느정도의 성과를 지향하고 실패를 지양하는게 기본일텐데 거기에 대한 일체의 사고없이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식이니까요.

 

사실 이런식의 일은 굉장히 많이 겪었어요. 이게 여차저차해서 어렵다라는 얘길하거나,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기에 안된다라는 이야기자체를 '부정적이다'라는 묘사 하나로 평가해버리죠. 매체들은 또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나간걸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말 한마디로 묶어해버리죠. 사람이 무언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사고를 거쳐 일어나고, 노력이나 마음가짐와는 별개로 환경적 요건이나 운때문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그걸 그냥 막연한 긍정적, 부정적 사고방식이라고 표현해버려요.  복잡한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에 대한 단순한 묘사만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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