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7.13 22:50

여은성 조회 수:856


  1.휴.


 2.지겹네요. 시간이 지나가고 있어요. 인생에 제일 좋을 때가요. 


 3.아직은 생명이 몸 안에서 순환하고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쳐져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평소에는 자각할 수 없지만 크게 다칠 때 그걸 알 수 있죠. 다친 피부는 원형 그대로 재생하지 않고 부풀어오른 모양으로 과잉재생되고 찢어진 근육은 더욱 크고 밀도 높게 과잉재생되죠. 생명력이 체내에서 생동하고 있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오히려 상처가 나아져가는 걸 보는 과정이 즐거워요. 자고 일어나면 눈에 띄게 나아져 있고 한번 더 자고 일어나면 마치 테이프를 빨리 돌린 것처럼 눈에 띄게 나아 있는 걸 보면요. 그리고 다 나으면 마치 아팠던 적조차 없었던 것처럼 다시 골목골목을 뛰어다닐 수 있죠. 


 4.휴.


 5.하지만 지난번 썼던 것처럼 늘 걱정돼요. 좋은 날들은 언젠가 끝나는 거니까요. 여기서 제일 걱정되는 건 생명력에 있어서만큼은 좋은 날이 끝나고 나면 나쁜날들만이 남아있을 거라는 거죠. 돈문제나 감정 문제라면 좋은 날이 끝나고 나쁜 날이 왔다가 다시 지나가고 좋은 날들이 다시 올 수도 있는 거지만 이 문제만큼은 역량도 운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문제죠. 지나가는 시간이 나를 1초 1초 농락하는 걸 가만히 바라봐야만 해요. 


 이 문제때문에 요즘은 낮시간에 몇시간씩이나 걱정하고는 해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제가 싫어하는 정신승리법을 써야만 걱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늦어도 20년만 있으면 노화를 막아주는 약이나 주사가 발명될 거고 그걸 맞으며 기다리고 있으면 나이를 거슬러올라가게 해 주는 약이 언젠간 발명될 거라고요.


 

 6.하지만 글을 쓰면서 지겹다라고 썼죠. 걱정된다나 무섭다가 아니라. 요즘은 남는 시간이 꽤 많아요. 휴. 어쩌다 보니 일할 수 있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고 놀 수 있는 시간에만 놀 수 있게 환경이 조성됐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시간이거나 놀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시간이예요. 나머지 시간은 노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어떤 방식으로든 때워야만 하는 시간이예요.


 하지만 요즘은 책을 읽지도 않고 게임을 하지도 않고 예전에는 그렇게 즐겨 보던 드라마나 영화도 거의 안 봐요. 그렇다고 새로운 취미를 개발할 마음도 안 나와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할 거라면 아주 잘 해야만 하는데,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아주 잘 하게 될 정도로 연습할 만한 모티베이션이 없어요.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내가 되거나 바이올린을 아주 잘 켜는 내가 되고 싶은 기분이 안 들게 됐어요.


 영어회화반에 가 볼까 하다가도 가만히 계산해 보면 영어를 잘 하는 내가 되어서 얻을 것이 없어요. 원래 그랬지만 요즘은 뭔가 하려고 할때 시작이 어떻게 되고 마지막이 어떻게 될까까지 계산기를 튕기는 버릇이 더 심해졌어요. 


 흠.


 계산이 끝날 때 도출되는 결론은 사실 하나밖에 없죠. '뭐야, 결국 남는 게 없잖아?' 예요. 그러면 '뭐, 시도할 필요 없겠네'로 귀결되는 거죠. 휴. 이러고 있으면 아주 가끔은 내가 모모에 나오는 회색사나이가 되어버린 거 같은 기분도 들어요. 이건 그녀석들이 논리적인 척하며 써먹는 계산법인데 말이죠...


 

 7.아무도 모르게 어느 날 회색사나이가 나를 찾아왔다가 떠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가 목적을 달성한 것 같기도 하고 실패한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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