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작심한 듯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판했습니다.

영상을 보니 정말 독기를 품고 부들부들하는 모양새라, 당혹스럽습니다.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입니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저는 정치의 권력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정도로 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을 내야 합니다.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뿐이고, 국민들께서 선거에서 잘 선택해 주셔야 새로운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

사실 거부권 행사할 것이라고 예측이 됐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또,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을 통해, 그것도 '유감 표명' 정도에서 그쳤으면 됐을 일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여당 원내대표를 대놓고 '저격'한 것은 분명히 정치적으로 잘못된 일입니다.


게다가 내용을 뜯어보면, "너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아주 잘 걸렸어" 수준입니다.

그동안 당청관계의 수준이 어땠는지, 여권 내에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교통정리가 잘못되었는지를

대통령이 자기 고백해버린 셈입니다.


3.

친박계는 유승민을 반드시 낙마시키겠다, 이렇게 벼르고 있는데..

사실 유승민이 자기 정치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불만이지만 결과적으로 유승민을 감싸고 있는 김무성 체제 자체를 무너뜨려서,

(마치 새정연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같이) 안정적인 공천 환경을 확보하는 데에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상당히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새누리당이 현 정부와 선을 긋고 독자노선을 타기에 김무성-유승민은 아직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김무성이 '재신임'의 형태로 유승민을 보호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유승민 흔들기를 그치지 않는 친박계를 진압할 힘은 없어 보입니다.


4.

일단 김무성은 안간힘을 써서라도 내홍을 봉합할 것입니다. 공천이 걸린 사무총장은 이미 한선교나 홍문종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고,

이밖에도 줄 수 있는 당근을 다 내줘서라도 입을 다물게 할 것입니다. 유승민도 그래야하는 것을 알기에 폴더 사과까지 했던 것이겠죠.

아마 다음주 여권 지지율의 추이에 따라 여권은 언제 그랬냐는듯 화해하고 웃으며 전열을 재정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지지율 하락폭이 크지 않거나, 여론의 반응이 미지근하다면 친박계는 김무성은 그대로 두더라도 유승민을 갈아 치우는 데까지 나아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김무성의 대권 가도에는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겠죠.


5.

변수는 역시 '국회법 개정안'입니다. 정의화 의장이 7월7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부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야당의 반발을 감안해, 최소 인원이 들어가서 부결시키는 것으로 매듭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동폐기쪽이 여권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재부의 후 부결로 가게 되면 여당 원내대표는 유승민이든, 후임자든 식물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정연의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원내대표 부임 후 첫 성과가 공무원 연금개혁 타결-국회법 개정안 연계처리였고,

이게 무너지면 본인의 입지가 위태롭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6.

자동폐기냐, 재부의 후 부결이냐의 키는 정의화 의장에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의화 의장도 개정안에 숟가락을 얹은 사람이므로(요구 → 요청의 주역이죠), 자동폐기로 가기를 원치는 않겠으나 후폭풍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조심스레 예측해보자면.. 현재 대통령의 심기가 상당히 곤두서있고, 친박계가 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화 의장이 부의를 검토하는 것 자체로 격한 반응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정 의장이 강경모드로 부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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