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1 21:49
* 보통 혐오의 출발이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부정, 비하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면 일견 수긍도 갑니다.
현대사회의 사회화과정에서 평등(혹은 여기에서 파생된 여러가지)의 중요성을 배우고, 무엇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다 같은 얘길하지만 그럼에도 혐오정서는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무의식적으로or의식적으로 "이건 잘못되었다"라고 얘기하는 혐오정서도 있지만, 반대로 괜히 스리슬쩍 중립적인척, 온건한척 발을 담그고 있는 것도 존재하죠.
이 주제와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얘기하지만 혐오의 태반은 후자가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뭘 내쫓거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억압을 가하자는 수준의 주장은 대부분 문명사회에선 기각되는 가치관들이니까요.
직접 미국을 가본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벌어지는 외노자 혐오를 보면 외국에서 어떤 식으로 인종차별이 일어나는지 최소한의 실루엣은 짐작이 가거요 물론 그 크기나 디테일은 상당히 다르겠지만..
이건 아마 만만함의 문제가 부분적으로 존재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이 차지하고 있는 여라가지 의미에서의 위치같은 것들 말이죠.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기에 대상을 비하하거나 부정하는 그릇된 주장을 펼쳐도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사람들이 '다수'존재합니다.
다수의 억압, 암묵적인 동의는 일종에 거대한 권력을 형성합니다.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들의 혐오가 모여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는거죠.
어떤 회사는 전라도 사람이 뒤통수를 치고 배신을 일삼는다고 출신지역이 전라도인 사람을 채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평범한'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직접적으로 두들겨패지않는 이상 '그럴수도 있지'라고 치부하던 사람들도 있었죠.
혐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항도 크게 합니다. '평범함'은 튼튼한 방패가 되죠. 다들 '혐오'가 나쁜것인줄 알기에 자신의 혐오에 혐오라는 이름이 붙으면 기겁을 합니다.
"나정도가 어째서 혐오인가?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생각이다"
분명한 차별과 부정임에도 흔한 중립과 중용적 태도(정확히는 그러한 태도의 흉내)는 이런 거대담론에 대한 이의제기를 극단적인 가치관으로 치부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긴데 왜 공격적으로 나서냐, 그건 객관적이지 못하다...........같은 수식이 붙죠. 이 또한 혐오에 힘을 실어줍니다.
소수는 애초에 소수이고 거기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들도 적기에 힘이 약하지요.
그러다가 그 소수중 단 하나가 조금만 튀기라도 하면 그 '하나'는 어느사이 대표성을 띄게 되고 또다른 편견을 만들게 되죠.
가령 저와 가까운 사람중 하나는 전라도 사람에 대한 혐오가 상당히 큰데, 그 이유가 군대에서 전라도 출신 고참에게 하도 맞아서 그런답니다.
단 하나의 트라우마는 널리고 널린 전라도 혐오를 주워먹으며 성장하고, 또한 다른 전라도 혐오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거죠.
그래서 약자들에게 향해지는 혐오정서가 개선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것 같습니다. 그것을 개선시키기 위해 꺾어야할 세력이 너무 강하고,또 많아요.
굵직굵직한 정책현안이라면 이슈화시키겠지만, 일상에 녹아든 혐오는 그러기 어렵습니다. 혐오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혐오인지 인지하지 못하죠.
저도 그렇지만 누구나 소수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거부감은 소수약자가 억압받는 사회에선 누구에게나 패시브니까요.
허나 사회의 발전은 내 안에 내제된, 혹은 동류가 가지고 있는 혐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고 깨부수는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2015.07.11 22:16
2015.07.11 22:30
전 지금 동성애 혐오와 지역혐오가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사건이 아닌, 수근거림이라는 평범함을 가장한 차별이 혐오의 대다수를 구성한다고 생각하고 그 행태자체가 비슷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죠.
오랜기간, 혹은 어떤 계기로 누적 형성된 특유의 문화나 환경적 요소가 차별의 종류와 대상을 결정하겠지만 그 형태는 다를 것이 크게없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논리 비슷한 구조로 대상을 핍박하니까요.
지역혐오를 보이는 하는 사람이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수도 있고, 여성혐오정서를 보이는 사람이 지역차별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 이런 사람들이 차이를 보이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근본적으론 '방아쇠'가 되는 것이 없었을뿐 만일 존재했었다면 서로의 혐오정서에 기꺼이 탑승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을 뿐인 광신도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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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랑 전라도 혐오는 동위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현대 남한의 호남 차별은 중국의 허난성 차별이나 태국의 동북부 지역 차별, 산업혁명시기 토지를 잃고 런던으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어 노동자계층으로 대거 흡수됐던 스코틀랜드인이나 아일랜드인, 북부 잉글랜드 출신에 대한 잉글랜드인의 편견같은 동등한 성질의 차별 또는 편견과 비교되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경제격차랑 인구유출이 원인인지라 전라도가 서울경기나 경상도만큼 경제력을 갖춘 지역이 되고, 인구유출이 일어나는 지역이 아니라 인구유입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바뀌면 해소되는 문제에요. 지역차별은 조선시대~일제시대까지만 해도 평안,함경도 차별이었고 통일되면 이것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죠. 반면에 동성애는 역사상 모든 문화권에서 늘 존재했던 사안입니다.
인종차별하고도 다른 게 아래에 썼지만 인종차별에서 주로 가해자 입장인 유럽계 지역(및 백인들)이 동성애 문제에서는 전향적이고 반대로 인종차별에서 주로 피해자 입장인 지역들(중동,이슬람,아프리카)이 동성애 차별이 매우 심한 문화권에 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종차별 당하는 사람들에게 동성애 차별을 같은 종류의 혐오 또는 차별로 여기는 사고가 쉬이 가능하리라 보지도 않으며 그렇게 받아들이라는 주문이 오히려 더 폭력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