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 가는 길 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네시간 거리의 고향에 다녀오곤 하기 때문에
기나긴 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아기 우는 소리에 시달린다거나

좁은 ktx 좌석 옆 자리에 앉은 중년 아저씨의 형언하기 힘든 온갖 생리적 현상을 겪는 일 쯤은 익숙 하다고 생각 했어요
오늘은 왠일로 젊은 청년이 옆자리에 앉았어요
저보고 어디까지 가시냐며 자긴 대전에서 내리니 자기가 복도쪽에 앉겠다며 창가 자리를 양보해주는 상냥함을 발휘 하길래
내심, 기분이 나쁘진 않았죠
명절동안 바빠 그간 듀게에 들어오질 못했던지라 복습에 매진하고 있는데
힐끔 옆을 보니 노트북을 꺼내 와이파이를 연결 하려다 2시간에 몇천원을 내야 이용이 가능 하다는 문구에 좌절하고 폴더 정리를 시작하려는 청년.
창밖을 바라봐도 바깥이 어두웠기 때문에 노트북의 화면이 비추어졌어요
그 청년은 착실하게 야동 제목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힐끔 보니 요즘 곰플레이어는 첫 화면이 미리보기로 아이콘에 표시가 되더라구요
뭔가 일관되고 확고한 취향처럼 보였습니다
다행이 플레이는 하지 않고 방금 대전역에서 내렸어요

2.
연휴가 길어 많은 직장인분들이 행복해 하셨던 것 같군요
저는 저희집에서 차례를 모시는데 엄마가 연휴에 식당 영업을 계속 하셔서
월요일부터 밤 10시까지 서빙을 돕고 영업이 끝나면 새벽 2시까지 제수준비 하기를 3일
설 이후 몰려드는 가족단위 손님들의 습격에 시달리기를 3일 하고 났더니
몸이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질 것만....같은것 까진 아니고
전 잠깐 명절이나 방학 때만 내려가 가게 일을 돕는데
매일 이 일을 하는 엄마는 얼마나 고단할까하고 잠시 효녀 코스프레를 해봤습니다
힘든 연휴였어요
종가집이라 설날 당일 인사오는 친척들도 많았는데 정말 나중에는 들어오는 족족 딱밤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3.
복습 하다 보니 급식비 이야기가 있어 잠깐 꼽사리
예전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글을 한 번 쓴 것 같지만
저희집도 imf이후로 가세가 많이 기울었었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로 곧잘 급식비나 책값을 제때 내지 못했어요
제가 다녔던 학교는 급식소가 따로 있어서 점심시간에 급식카드를 찍고 들어가 밥을 먹어야 했는데
급식비를 내지 않으면 삐삐-소리와 함께 행정실 직원 아저씨의 제지로
같이 온 친구들과 들어가지 못하고 급식 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급식비를 낸 학우들이 밥을 다 먹고 나서야 급식비를 내지 않은 생면부지의 아이들끼리 밥을 먹어야 했어요
여고를 다녔던지라 살갑게 구는 친구들이 제가 들어갈 수 있는 시간까지 옆에서서 기다려주곤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동안 멀뚱히 서서 그네들을 바라보며 객쩍은 수다를 떨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4.
아이폰으로 글을 쓰는건 참 어려운 일이군요!
행간조절이 어떻게 된건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이제 곧 서울이니 조만간 식단공개로 뵐 일이 있겠죠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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