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79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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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년전 포스터이긴 해도 이건 정말 많이 별로인 것 같아요. 디자인 구린 건 둘째치고 그냥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 정확한 시기는 안 나오지만 대략 2차 대전 언저리 시기의 유럽입니다. 다만 로봇 기술이 과도하게 발달해서 인류가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전쟁 무기로 써먹던 2차 대전 언저리(...)네요.

 그래서 영화 시작 시점에서 이미 인류는 멸망했습니다. 로봇이랑 인간의 대전이 벌어졌거든요. 사실 이 나라만 멸망했고 워낙 씨가 마르고 황폐해져서 다른 나라들이 손을 안 대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그런 설명은 전혀 안 나오거든요. 게다가 별로 썩지 않은 인간 시체도 주변에 굴러 다니는 걸 보면 정말로 '멸망'한지는 얼마 안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여기에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그냥 '세계관 설정은 아주 대충입니다' 라는 사실 하나입니다. 이런 부분에 더 신경 쓸 필요 없는 이야기에요.


 암튼 이야기가 시작되면 등짝에 '9'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조그만 로봇 하나가 깨어납니다. 시체가 되어 있는 자기 창조자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연히도 '2'라고 적힌 다른 로봇에게 도움을 받는데, 그 즉시 (상대적으로) 거대한 야옹이 로봇이 나타나서 이들을 공격하고 2를 잡아가 버려요. 그리고 계속해서 운이 좋은 9는 자기랑 같은 사람이 만든 것이 분명한 다른 숫자 시리즈 로봇들을 만나게 되고. '살아 남은 자들 끼리라도 안전하게 버텨야 한다'는 리더 1을 무시하고 5를 꼬셔서 2를 구하러 떠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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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이 원흉 주인공 '9' 되겠습니다. 얼핏 보면 다 닮아 보여도 보다가 헷갈리지 않게 잘 디자인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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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눈이 한 쪽이 없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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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아예 무늬가 튄다든가. ㅋㅋ)



 - 개봉 당시에 상당히 평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보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또 숙제가 되어 뇌리를 맴돌던 걸 별다른 이유 없이 이번에 해결했습니다.

 다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흥행은 폭망까진 아니어도 잘 안 됐고. 웨타의 cg 기술자였다가 단편 몇 개 만들고 그 중 반응 좋았던 이걸로 장편 데뷔를 하셨던 감독님은 이후로 단편 두어개만 남기고 다시 cg 기술자로 살고 계시구요. 이제 보니 제작자들 중에 팀 버튼도 포함되어 있는데, 참 이 양반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모로 딱 팀 버튼 취향이거든요. 마냥 귀엽다고 하기엔 좀 불편하게(?) 생긴 주인공들이 우루루 나와서 다크하고 살벌하지만 매우 디테일하게 꾸며진 배경에서 모험을 하는 영화입니다. 팀 버튼이 직접 만들었음 싹 다 미니어처로 만들겠다고 고집 부렸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혼자 슬쩍 웃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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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습니까? 팀 버튼이었으면 분명 저거 다 수제로 한땀한땀 만들어서는...)



 - 솔직히 이야기 측면에선 딱히 칭찬해주기가 그렇습니다.

 담겨 있는 이야기는 많아요. 음모도 있고 배신도 있고 갈등도 있고 반전도 있고 우정도 있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충격적(?) 비밀 같은 것도 있고... 캐릭터도 로봇들만 해도 잔뜩인데 그게 하나하나 다 개성이 확실하게 살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훌륭한 각본 같은데, 문제는 이게 런닝타임이 80분도 안 되잖아요. 그래서 설정과 요약은 나름 재밌을 수 있겠는데 정작 본편은 휙휙휙 차차차착 빠르게 전개하느라 그런 이야기의 재미와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안 살아나요. 게다가 의외로(?) 액션의 비중이 되게 크거든요. 그만큼 드라마와 캐릭터는 더 뒤로 밀려나고... 그러다가 생긴 부작용 중 하나는 주인공 9가 너무 밉상이었다는 것. 막판까지 가면 나름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초반에 이 녀석이 멋모르고 설치다가 정말 거대한 민폐를 끼치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가면 너무 운이 좋고.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죽는 캐릭터들 중 9 때문이 아닌 경우를 찾기가 힘듭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초중반까지 내내 짜증이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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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답게 용감하게 맞서는 폼을 잡고 있지만 사실 애초에 저게 깨어난 게 다 주인공 때문입니다. ㅠㅜ)



 - 의외로 괜찮았던 건 그 액션입니다. 이 역시 뭐 특출나고 개성 넘치고 이런 건 아닙니다만. 바로 위에 적었듯이 액션이 참 자주 많이 나오는 가운데 그게 늘 차별화 되는 상황에서 차별화 되는 아이디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뭐 대충 달리고 피하고 때리다 보면 해결되고 이런 게 없어요. 언제나 주인공들이 압도적인 약자의 입장이다 보니 늘 '해결책'이 필요하고, 어찌저찌 죽어라 피하고 도망치다 그런 해결책을 찾아서 승리하는 식으로 구성이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건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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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으로 싸워서 어떻게 해 볼만한 상대가 한 번도 안 나오거든요.)



 - 뭐 역시 가장 큰 장점이라면 구경거리입니다. 얼핏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주인공 로봇들도 보다 보면 다 개성이 확실하구요. 적으로 나오는 거대 로봇들이 참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요. 모두 개성있게 생겼고 생긴대로 하는 짓도 개성이 확실히 살아 있고 그게 또 액션에 잘 활용되어서 좋더군요. 

 그리고 2차 대전 당시 분위기에다가 아포칼립스를 끼얹어 놓은 황폐한 배경도 그럴싸하게 괜찮았습니다. 뭐 이 시기는 워낙 세계 대전과 자주 엮이다 보니 폐허가 된 시내 모습 같은 게 딱히 특이한 구경 거린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스러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놓은 작품은 그렇게 많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또 그 와중에 정말로 다크해요. 처음 한 10분 정도는 '다 보고 재밌으면 애들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금방 접었습니다. ㅋㅋㅋ 당연히 무슨 고어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굉장히 음침해서 절대 애들 영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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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 보여줘야겠...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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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 메이저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성우진이 화려합니다. 주인공은 일라이저 우드, 주인공과 대립하는 1번 로봇은 크리스토퍼 플러머에다가 여전사님은 제니퍼 코넬리. 그 외에 존 C 라일리도 나오고 마틴 랜도 할아버지도 나오시고 그래요. 하지만 이미 말 했듯이 스토리나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못하는 작품이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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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제니퍼 코넬리입니다.)



 - 대충 마무리하자면.

 흥행 망한 게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애초에 대중적으로 크게 먹힐 작품도 아니고, 또 완성도가 그렇게 훌륭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구요.

 하지만 팀 버튼이 안 만든 팀 버튼 애니메이션이다... 라고 생각하고 정성들여 디자인 된 캐릭터들과 그림들 보며 즐기는 맛은 분명히 있었구요.

 또 액션 씬들 같은 경우엔 의외로 꽤 괜찮아서 보는 동안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풀 CG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생각하면 14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많이 낡지도 않았어요. 아마도 기술력보단 미술의 힘이겠죠. 뭐 그렇긴 한데...

 2023년에 굳이 꼭 챙겨볼만한 작품이냐? 라고 따지고 들면 그건 좀 아닌 듯 하구요. ㅋㅋ 그냥저냥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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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14년전 cg보단 그냥 이런 설정화 같은 게 훨씬 보기가 좋긴 하죠.)




 + 격하게 대충 요약해서 스포일러를 날려 봅니다.


 한 놈은 9을 도와주다가 죽고, 또 한 놈은 가만히 있고 싶었는데 9가 부추겨서 함께 모험하다가 죽고, 또 그 와중에 9가 잠들어 있던 거대 로봇(아마도 전쟁의 원흉인 듯 합니다)에게 뭔지도 모르고 자기가 갖고 있던 단추 같은 걸 꽂아보는데, 알고 보니 그게 동력이었어요. ㅋㅋㅋ 그래서 그게 깨어나서 계속 주인공들을 습격해대고 그 통에 두어 명이 더 죽습니다. 진정 이 영화의 최종 빌런은 주인공 본인... ㅠㅜ

 

 암튼 그러다 또 잡혀간 친구들 구하자고 생존자들을 부추긴 9는 이번엔 자기만 위험 감수하겠다며 혼자 쳐들어가서 잡혀간 애를 구해내고, 그 와중에 동료들이 도와줘서 거대 로봇의 본거지를 콰콰쾅 폭파하는 데 성공해요. 그래서 씐나게 그 본거지 앞에서 파티를 벌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런닝타임은 20분이 남아 있다는 거. 그래서 살아 나온 빌런 로봇에게 누가 또 죽고요. 


 다른 생존자들은 '저걸 이번엔 꼭 아작을 내버리겠어!' 라며 전쟁 통에 남겨진 대포를 팡팡 쏴대며 빌런과 싸웁니다만. 주인공은 여기에 뭔가 비밀이 있다며 자기가 태어났던, 창조자의 방으로 돌아가서 뭘 찾아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네요. 그러니까 1번부터 9번까지 로봇들에겐 창조자님의 영혼이 나누어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빌런 로봇은 자기들을 잡아다가 그 영혼들을 다 흡수해서 그 괴상한 단추에 저장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빌런 로봇을 그냥 부숴버리면 영혼까지 파괴되니까 안돼!!! 라며 동료들을 말리구요. 자기가 목숨을 바칠 테니 그 틈에 니들이 저 단추를 잡아 뜯어다오... 라며 빌런 로봇에게 붙잡히는데, 영화 시작부터 쭉 내내 이기적이고 야박하게 굴며 주인공을 싫어하던 1번이 우다다 달려와서 대신 희생을 합니다. 덕택에 무사히 단추를 뜯어내는 데 성공한 9.


 그리고 마지막엔 영문을 알 수 없는 장례식을 치르네요. 그러니 그 단추에서 이미 죽은 로봇들의 영혼이 나와 웃으며 하늘로 뿅. 하고 날아가고, 그러자 하늘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뭔가 앞으로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식의 해피 엔딩인데. 여전히 인간은 하나도 없고 남은 로봇은 넷인가 밖에 없는데 뭘 하며 어떻게 행복한 미래를 만들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럴 거면 그냥 그 단추를 빌런과 함께 폭파 시켜도 뭐가 달랐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끝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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