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는 Starfish. 그러니까 불가사리죠. 2018년작 미국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39분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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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 믹스테이프, 그리고 세상의 끝... 아아 갬성 대폭발. ㅠㅜ)



 - 정확한 시간적 배경은 모르겠어요. 암튼 미국이고 겨울이고 시골 마을입니다. 누군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고 주인공은 죽은 사람의 친구 '오브리'라는 여성이네요. 죽은 사람과는 꽤 절친한 사이였던 것 같은데, 이 장례식과 조문객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지 후닥닥 도망나와서 어디론가 가는가 싶더니... 도착한 곳은 죽은 친구의 집이에요. 혼자 살던 집이라 지금은 빈집이 되어 있는데 열쇠 없이도 집에 들어가는 방법을 모두 터득하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절친이었던 듯. 그리고 그렇게 집에 들어가서...


 장장 20여분 동안 혼자서 놉니다. ㅋㅋㅋㅋㅋ 요즘 제가 보는 영화들 다 왜 이러죠.


 암튼 놀다 지쳐 잠들고, 깨어나서 집밖을 보다보니 뭔가 이상하죠.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녀봐도 역시 사람이 없어요. 군데군데 조금씩 핏자국 같은 게 남아 있긴 한데 암튼 사람은 없음.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결국 가까스로 마주친 건 정체불명의 괴물이구요. 간신히 도망쳐 친구집으로 돌아와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무전기(그렇습니다! 친구집에 무전기가 있어요!!)를 통해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놈의 조언으로 일단 괴물을 쫓아내긴 했는데, 그 양반은 이후로 이제 세상이 멸망을 하네 어쩌네 하는 정신나간 소릴 해대다가... '그 집 안에 니 친구가 남긴 게 있을 거야! 그걸 찾아내야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찌저찌하다 찾아낸 것은 친구가 남긴 믹스테이프. 서두에서 주인공에게 육성 편지를 남겼는데... 뭐 간단히 말해서 '우리 추억의 장소에 이런 테이프 여섯개를 더 숨겨놨고, 그걸 다 찾아내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래요. 그러니 주인공이 뭘 어쩌겠습니까.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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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주인공. 오브리찡.)



 - 시작할 때 이런 자막이 뜹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음? 뭐야 그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도시괴담류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에요. 하룻밤새 동네 주민들이 다 실종되고 괴물이 돌아다니는 게 어떻게 그런 이야기로 분류되겠습니까. 게다가 막판까지 가면 이야기가 상당히 괴상한 수준까지 가거든요. 그래서 아, 이 감독 양반이 구라를 쳤구먼. 공포 영화 봐 온 세월이 얼만데 이런 데 속다니 나도 참... 이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깨달음이 옵니다.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런 의미로 '실화 바탕'이라는 거였구나...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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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ed On A True Story!!)


 그게 뭐 대단한 깨달음 같은 건 아니구요. 그냥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딱 그런 의미입니다.



 - 괴작이에요. 이것은 분명한 괴작입니다. 못만들어서 괴작이 아니라 그냥 애초에 의도가 괴상한 영화였던 거죠. 

 간단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추상적인 이야기에 이미지와 분위기, 상징들로 승부하는 아트하우스 성향 영화들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요. 호러는 그 가운데 살짝살짝 얹히는 토핑 정도로만 존재하구요. 근데 영화 전체를 채우는 정서가... 뭐랄까요. 힙스터 & 팬시(!?)함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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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시한 늑대 모자.)

 

 감독은 이런 성향을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내죠. 주인공이 찾아가는 친구집의 풍경만 봐도 시작부터 명백해요. 이 집은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좀 묵은 '트렌디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혹은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인생샷' 건질만한 인스타 갬성이 충만한 스튜디오 느낌이거든요.

 게다가 애초에 지구의 운명(!)을 건 비밀이 노래들 속에 숨겨져 있고, 그걸 또 카셋트 테잎에 녹음해서 '너와 나의 추억의 장소'에 숨겨두었다는 것부터가 거의 팬시 아재(...) 갬성 폭발 아닙니까. 허허허허.


 주인공을 잡는 샷 하나하나도 다 대놓고 '노린' 예쁘장한 그림들로 완성이 되어 있구요. 거기에 감독이 직접 선곡한 믹스 테잎 속의 음악들이 곁들여지면 이건 그냥 팬시 갬성의 뮤직비디오 구경 비슷한 체험이 됩니다. 근데 그렇게 말랑말랑 달착지근한 감성으로 아트하우스풍을 추구하니 별 거 아닌데도 굉장히 희한한 물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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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시한 집구석.)


 - 근데 우습게도. 이 영화의 감독님은 그 갬성 터지는 팬시한 그림을 꽤 그럴싸하게 잘 잡아냅니다. 뿐만 아니라 그냥 괴이하고 불길한 분위기의 그림도 상당히 잘 그려내요. 그렇다보니 이 영화를 그냥 심플하게 '못 만든 영화'라고 규정해버리기가 어렵게 되고.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좀 '말렸네. 말렸어.' 라는 기분으로 구경을 하게 되더라구요. 참고로 영화의 결말은... 참 별 거 아닙니다. 별 의미 없다는 게 아니라, 팬시한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그 달착지근하고 '얕은' 감정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죠. 그래서 결국 '이 영화 별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어쨌거나 그냥 예쁘고 괴이하게 예쁜 그림들 실컷 구경하면서 이야기의 진상을 궁금해하며 한 시간 사십분 정도를 파닥거린 건 사실이니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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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 없이 애니메이션도 튀어나오고 그래요. ㅋㅋ)



 - 그래서 뭐. 아무에게도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가 욕 먹어요. ㅋㅋㅋㅋ

 하지만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87%를 먹을 정도로 꽤 많은 평자들을 낚는 데 성공한 영화라는 건 사실이고. 

 초저예산으로 뚝딱 만들어낸 영화임에도 시종일관 깔끔하면서 예쁜 그림을 보여주며 유니크하게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해낸 능력은 인정합니다.

 다만... 다음에 또 비슷한 장르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다면 그땐 그냥 좀 정상적인(?) 각본가에게 각본을 맡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ㅋㅋㅋ

 아님 그냥 예쁘고 분위기 좋은 로맨스물을 만들든가요. 참 잘 할 것 같던데.

 어쨌든 참으로 희한한 영화였고, 아시다시피 전 괴작들을 좋아하는 관계로 약간의 호감은 느꼈습니다. 굳이 다시 보고 싶지가 않을 뿐.




 + 영화 속 시간대가 언제 쯤인지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데요. 뭐 당연합니다. 카셋트 테잎에 특이하게 생긴 유선 전화기 같은 걸 예쁜 그림을 위한 소품으로 삼는 영화지만 정말로 그 시절을 배경으로 잡아 버리면 제작비가 많이 들잖아요. 그냥 '자세한 건 묻지 마셈' 이라는 식으로 감독 하고픈대로 밀어 붙인 거겠죠.



 ++ 음악적으로 지식이 워낙 일천하여 흘러 나오는 노래들을 전혀 못 알아들었습니다만. 대부분 듣기 좋은, 괜찮은 곡들이었습니다.

 딱 하나만 아는 사람들 곡이었어요.

 


 이거요.



 +++ 생각해보면 그렇게 예쁘고 팬시한 느낌의 아트하우스 무비가 예전에 없었던 건 아니었네요. 레오 카락스 영화들 몇 편이 좀 그런 느낌이었고 그런 식으로 소비되고 그랬죠. 하지만 레오 카락스의 '예쁜' 그림은 굉장히 구체적으로 구질구질한 캐릭터나 현실과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게 마냥 팬시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았잖아요. 이 영화는 당연히 그딴 거 없습니다.



 ++++ 그래도 나름 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개 남겨줬으니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제게 최악의 영화는 보고 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끝내주게 무난한 영화들이에요. 이런 영화들은 오히려 좋아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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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 제목이 왜 '불가사리'냐구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게 영화 속에 나오긴 해요. 말미잘에게 먹이로 던져 주던데... 찾아보니 자연에서 둘의 관계는 원래 정반대네요. 이것도 나름 뭔 의미를 찾아달라는 거였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 그런 거 안 찾습니다.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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