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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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에 있는 포스터 이미지가 너무 구려서 찾아보니 이런 게 나오는군요. 한결 낫습니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 아주아주 깊은 숲 속 외딴 나무집에 살고 있는 가족이 나옵니다. 아빠, 엄마, 10대 어린 딸로 구성되어 있구요. 아빠도 엄마도 모두 숲속 사냥꾼으로 살았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를 두고 자라서 이런 생활에 꽤 익숙하고 능숙한 사람들이에요. 21세기 사람들 기준으로 볼 땐 딱히 직업이랄 게 없지만 어쨌든 밥벌이는 사냥으로 합니다. 숲에다 덫을 놓고 총도 쓰고 해서 동물들을 사냥하고 그 모피를 내다 파네요.


 근데 이제는 이 숲에서 구할 수 있는 모피들 가치가 많이 떨어져서 이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 암담해지고 있고. 엄마는 어린 딸래미를 학교에도 보내고 싶고, 좀 문명인스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남편의 똥고집을 이길 수가 없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딸래미도 늘 아빠 껌딱지로 붙어다니며 이것저것 배우는 걸 즐기고 있구요. 깝깝~ 합니다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숲에 아주 크고, 강하고, 영리하며 심지어 사악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고. 이 가족의 독특한 일상은 매우 딮 & 다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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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중 아빠님. 알아 보시겠습니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으로 이름을 알렸던 데본 사와님이십니다. 이젠 완연한 중년이시네요.)



 - 맨날 비슷한 소리 중언부언하는 기나긴 글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결론을 먼저 적어 볼까? 라는 생각에 한 번 결론부터 적어 봅니다. ㅋㅋ


 글 제목만 봐도 아시겠지만 비추천 영화인데요. 못 만들어서 비추천이 아니고 제 취향이 아니라서 비추천입니다.

 장점을 말 하자면, 아주 긴장감 넘치는 영화에요. 숲속에 살며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골랐는데, 사냥에 대한 이런저런 기본 지식들을 디테일로 적당히 깔아서 몰입감을 키워주는 것도 좋구요. '와 이 장면은 꽤 잘 찍었네' 싶게 긴장감을 팡팡 터뜨리는 부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이야기 방향을 틀어 버리는 과정에서 개연성에 문제가 좀 생기구요. 결정적으로 결말이... 허허.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아, 그러니까 이 장면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결말인데 그게 무척이나 맘에 안 들어 버리니 그냥 감독이 몹쓸 놈이라는 결론으로... ㅋㅋㅋㅋ

 단점은 조금 있어도 그걸 덮고도 남을 만큼의 장점이 있는 영화입니다. 재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니구요. 이 정도면 매우 추천이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결말로 제겐 점수가 -100점... 그랬습니다. ㅋㅋ 다만 뒷맛 불쾌한 영화도 편식 없이 즐기시는 분들에겐 꽤 재미난 소품일 수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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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쌍한 딸래미님. 따지고 보면 '흔적 없는 삶'의 주인공 처지랑 그렇게 큰 차이도 없습니다. 아동 학대급 인생... ㅠㅜ)



 - 일단 시작은 숲속 단란한 가족 vs 늑대... 라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자연 속에서의 (본인이 대대로 이어 온) 삶을 고집하는 아빠. 그런 아빠를 믿고 따르는 어린 딸. 이 둘을 모두 사랑하지만 이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싶은 엄마. 이렇게 캐릭터를 설정한 후에 갈등의 씨앗을 적절히 깔아주고요. '이제 우리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엄마에게 아빠가 자신의 굳은 의지를 드러낸 직후에 무시무시한 늑대라는 변수가 나타나면서 갈등도 하고, 늑대와 인간의 쫓고 쫓기는 사냥 대결도 보여주고... 이런 식인데요. 특별한 것 없이 심플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캐릭터도 단단하고 연출도 좋아요. 이입도 되고 긴장도 되고 좋습니다.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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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무시한 늑대로부터 어린 딸을 지키려는 부모들 이야기에요. 어지간해선 이입 안 되기도 힘든 설정이고 배우들이 잘 해줘서 충분히 이입 됩니다.)



 - 중반 즈음에 변수가 하나 추가되면서 이야기의 방향이 틀어집니다. 딱히 스포일러는 아닌 선까지만 적어 보자면, 늑대를 잡으러 홀로 숲을 헤매던 아빠가 영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해요. 그리고 그거슨 늑대가 아니라 인간의 소행인 거죠. 이것이 가족들에게도 위협이 될 거라 판단한 아빠는 계속해서 혼자 숲을 돌면서 셀프 해결을 시도하고요. 엄마랑 딸은 집에 남아서 늑대의 위협에 맞서구요. 이렇게 전개 되는데요.


 좋은 점을 말 하자면, 이렇게 주인공들을 갈라 놓고 각자의 위협을 배분해 놓은 것이 꽤 효과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구요. 그러다 후반에 등장하는 국면 전환까지도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 잘 이어져요. 다시 말하지만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솜씨 하나는 아주 고렙이라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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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릭터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거의 스포일러라서 참겠습니다. 암튼 배우님은 잘 하셨구요. ㅋㅋㅋ)



 - 문제는 그러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개연성이 좀 상실됩니다. 보는 동안엔 그래도 괜찮게 이어 가는데 막판에 진상(?) 같은 게 드러나는 순간 어라 이게 뭐지... 싶은 느낌이 들어요. 아마도 각본을 쓰면서 본인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것 같은데 대안을 찾지 못해서 대충 요약적으로 슥 때우고 치워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치에 안 맞거든요. ㅋㅋ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상황과 이야기가 너무 각본의 의도대로, 마지막 장면의 임팩트를 위해 '몰아가는' 느낌이 강해요. 뭐 덕택에 마지막 장면은 확실한 임팩트를 줍니다만. 그 상황 자체가 맘에 안 들어버린 저 같은 입장에선 짜증이 나더라구요. 뭔데 이게.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가며 이런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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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두 분에 대해서도 참으로 할 말이 많지만 역시나 스포일러 그 자체라서 참겠습니...)



 -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니 이젠 힘들어져서 대충 마무리합니다.

 좀 과하게, '센 마무리'를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이야기라도 괜찮으시다면. 픽션은 어디까지나 픽션일 뿐이니 좀 많이 불쾌한 이야기라도 괜찮다... 라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좋습니다. 이야기 측면에서 부족함은 있지만 강렬한 분위기와 긴장감으로 그걸 커버하고도 남는 영화였어요.

 하지만 전... 이런 이야기일 줄 알았으면 애초에 안 봤을 겁니다. ㅋㅋㅋ 늙어서 그런가. 이제 이런 이야기는 좀 짜증이 나네요. 허허.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러니까 중반에 아빠가 발견하는 것은 바로... 연쇄 살인범의 범행 아지트입니다. 여성들 여럿의 시체가 깊은 숲속에 널부러져 있는데 딱 봐도 시신별로 부패 정도가 격하게 차이가 나요. 그러니 꾸준히 이 곳을 범행 장소로 삼아왔던 거죠. 

 문제는 여기에서 아빠의 선택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가족들을 안전한 동네로 옮겨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직전에 와이프와 숲속 생활 청산에 대해 말다툼을 했던 것 때문에 이걸 가족들에게 비밀로 해 버립니다. 그러고 늑대 잡으러 간다는 뻥을 치고 숲을 헤매는데요. 넉넉하게 시간 잡아서 하룻밤은 밖에서 자고 올 거라면서 새벽 같이 떠나요.


 남겨진 엄마와 딸은 삼림 감시원들 본부에 가서 늑대 신고를 해 보지만 "거기 자연 보호 구역이라 니들 거기 사는 게 불법이구요. 오히려 늑대는 거기 사는 게 당연한 권리이니 니들이 나오세요." 라는 말을 듣고 화만 내고 돌아옵니다. 이후에 빨래 하러 갔다가 물가에서 늑대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도 수상한 상황들을 겪으며 긴장감 유발하고... 이러고 돌아왔는데. 밤이 되어도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둘이서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당연히 남편일 줄 알고 나가보니 남편은 없고 왠 낯선 남자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널부러져 있어요. 당연히 일단 들여 놓고 치료를 해주고 잠을 재우죠.


 다음 날 일어나서 남자를 차에 태워 보내려는데, 차가 한참을 숲속을 통과해 가야 하는 곳에 있는지라 실패. 결국 방에다 눕혀 놓고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찾아 숲으로 가는데... 그러다 또 늑대를 마주쳐서 한참 긴장탄 후에 너무 지쳐 버린 엄마는 무전기를 들고 "여보 대체 어디야, 난 당신이 필요해..." 라고 울먹입니다. 근데 어라? 근처에서 무전기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가 송신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근방에서 소리가 나는 거죠. 그래서 꾹 꾹 눌러가며 찾아가 보니... 뭐가 있겠습니까. 딱 봐도 늑대가 한 짓은 절대 아닌 상태로 죽어 쓰러져 있는 남편이 보이겠죠.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 엄마는 부들부들 떨며 딸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달려가구요. 이 시점에 아까의 산림 감시원은 순찰 중에 발견한 며칠 째 버려져 있는 승용차가 신경이 쓰여서 숲속으로 들어가서 연쇄 살인범의 아지트를 발견해요. 그러고 지원을 부르기 위해 돌아가려는 순간, 커어다란 곰덫(아마도 아빠가 살인범 잡으려고 깔아 놨을... 정말 보탬이 안 됩니다. ㅋㅋㅋ)에 덜컥 팔, 다리를 찝혀서 쓰러집니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던 엄마는 이미 눈치 채고 대기하고 있던 살인범에게 오히려 기습을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구요.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려 보니 딸은 보이지 않고 살인범은 집에 있던 진통제를 잔뜩 맞은 후 차 키를 내놓으라 협박합니다. 딸을 보게 해 줄테니 차 키 내놔! 그래서 엄마는 차키 있는 곳을 알려주고, 그러자 살인범은 당연히 엄마를 죽이려 드는데, 운 좋게 그 옆에 있던 곰덫을 휘둘러서 살인범을 제압합니다. 그러고 바로 딸의 방문을 열지만 그저 경악한 표정으로 오열.

 그리고 그 시점에 살인범 아지트에는 실종된 산림 감시원을 찾으러 출동한 대규모의 경찰 병력이 감시원을 구출하고, 근방에 있던 아빠의 시체도 발견하죠. 그러고 주인공들이 사는 집을 향하는데...


 장면이 바뀌면 죽은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의 엄마가 살인범의 양손을 천장에 매달아 세워 놓고 동물들 가죽 벗기는 연장을 꺼내듭니다. 뭐라뭐라 버럭버럭 고함을 치는 살인범입니다만. 너는 떠들어라 난 그냥 내 할 일 하련다... 라는 식으로 살인범의 몸 이곳저곳을 커팅한 후 엄마는... 산채로 가죽을 벗겨요. 팔, 가슴에 이어 얼굴까지.

 잠시 후 집에 도착한 경찰들이 발견한 것은 인체의 신비전(...) 상태가 되어 벌벌 떨지만 목숨은 붙어 있는 살인범과,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로 그 앞에 서 있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다행히도(?) 일을 마친 후에 도착한 경찰들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혼자 뚜벅뚜벅 걸어간 엄마는, 집 현관문 앞 계단에 주저앉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오열합니다. 끝이에요.


 ++ 그러니까 결국 다 아빠 탓입니다. 여기 살자고 고집을 부린 것도 아빠. 살인범이 돌아다니는 걸 알고도 이곳 떠나기 싫어서 가족들에게 비밀로 해 버리는 바람에 가족들이 살인범을 구해주고 집에 들이게 만든 것도 아빠. 대신 경찰에 신고해줬을 산림 감시원이 덫에 치여 꼼짝 못하게 만든 것도 아빠... 그리고 가장 웃기는 건, 여기 살인범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도 마주쳤을 때 처치하긴 커녕 대충 구라에 속아서 동행하다가 살해 당하는 바보 짓을 했다는 거죠. 살인범은 끽해야 나이프 정도 있었을 텐데 아빠는 스코프까지 달린 사냥총을 갖고 있었거든요. 뭡니까 이 우주 민폐 바보 멍청이는. ㅠㅜ 


 결국 본인도 죽고 딸래미도 죽게 만들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산림 감시원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그나마 살아 남은 와이프는 중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이 이야기 최악의 빌런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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