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입니다. 에피소드 여덟개에 편당 25~35분 정도가 보통이구요. 다음 시즌 떡밥 없이 딱 끝나요. 스포일러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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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참 심플하고 좋습니다. 드라마 내용도 잘 반영하구요.)



 - 준과 오스카는 나이 50대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애는 없고 걍 둘이 살아요. 준은 정체불명(?)의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고 오스카는 치과 의사.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둘의 사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도입부에서 드라마는 마치 픽사 '업'의 도입부 비슷한 느낌으로 둘이 지금껏 살아온 길을 보여주는데... 나름 훈훈하고 사랑하는 부부인 건 맞지만 문제점이 보입니다. 일단 너무나도 변화 없는 규칙적인 루틴의 반복이고, 둘 다 서로에게 불만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털어놓지 못하고 양쪽 다 그냥 참으면서 살고 있어요. 어쨌든 사랑하니까!!!

 그러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면 드디어 준이 용기를 내서 그 루틴을 깨보기로 합니다. 의외로 남편도 쉽게 오케이를 하네요? 그래서 늘 가던 산장에 가서 낚시를 하는 대신 스키를 배우러 가기로 합의를 보고 여행을 떠나죠. 그리고 그 곳에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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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 팔코도 좋아한다는 스키 여행!!! 이라며 찾아온 이 곳에서 둘은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을...)



 - 근데 제목에 이미 적어 놔 버렸죠. 네. 어찌저찌해서 둘은 빠르게 이승 삶을 정리하고 내세에서 재회합니다. 근데 이 내세란 곳이 좀 괴상해요. 사실 그냥 작가 편할대로 근데 그걸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시간 낭비일 것 같고, 암튼 이 곳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다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는 게 핵심 설정입니다. 여전한 반복, 여전한 권태, 여전한 익숙함 속에서 이번엔 드라마 제목대로 '영원히' 그 삶을 이어가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이 내세란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나름의 재미 아이템인 동시에 아주 널럴한 사고 실험인 겁니다. 니들이 만약 끝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면 결혼이란 제도는 어떻게 될까? 그래도 니들이 아둥바둥 노력하며 이 제도 안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현세에서의 결혼이란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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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캐릭터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장면입니다. 남자가 잘못했어요. <-)



 - 일단 되게 차분한 코미디입니다. 계속해서 웃겨주긴 하는데 절대로 오버하지 않아요. 큰 한 방 없이 소소하게 일상 밀착류의 웃긴 상황을 설정하고 숙련된 배우들이 거기에 맞춰 절제된 연기로 적절한 추임새를 넣어주는 거죠. 나름 좀 센 개그가 출동할 때도 배우든 연출이든 음악이든 다들 늘 차분합니다. 이런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보실 거에요.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요. 뻔한 칭찬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ㅋㅋ 폴 토마스 앤더슨과 함께 사신다는 마야 루돌프, 그리고 알고 보니 조상이 친일파 나치 부역 조선인이었다는(...) 프레드 아미센 둘 다 아주 좋은 배우들이고 또 역할에도 찰떡같이 잘 어울리구요. 이 둘의 균열을 확 키워 버리는 이웃집 팜므 파탈 아줌마 캐서린 키너도 역시 본인 짬밥다운 좋은 연기 보여주고요. 각본도 좋지만 배우들이 잘 살려낸 덕도 꽤 많이 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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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되게 자연스러운 느낌이면서도 포스가 넘치시는 캐서린 키너님.)



 -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는 둘의 결혼 생활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탐구합니다. 이 둘은 사실 아주 괜찮은 부부에요. 둘 다 좋은 사람이고 서로에게도 잘 맞아요. 참 잘 만나서 잘 살아온 부부인데, 그래도 어차피 타인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거죠. 서로에게 100% 솔직하지 못했다... 는 게 둘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등장하긴 하는데, 아니 세상 누가 그렇게 100% 솔직하게 산답니까. 그랬다면 오히려 진작에 깨졌겠죠. 그리고 이들이 삶이 영원으로 확장되면서 결국 수십년 살아온 세월이 '진작에'가 되어 버리는 거구요. 나름 신선하면서 적절한 설정이고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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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완 관계 없지만 소소한 재미를 주는 내세 주민들 중 한 분. 10대 때 죽어서 50년째 내세 생활중인 대선배님... 인데 사고는 10대 그대로. ㅋㅋ)



 - 다만 문제는 뭐냐면요.

 일단 마무리가 약합니다. 제 느낌엔 질문은 멋지게 던져 놨는데 작가 본인들도 답을 모르는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막판에 가면 뭔가 좀 쌩뚱맞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는데, 그 부분이 좀 별로였어요. 제게 별로 와닿지 않는 서양인들, 특히 미국인들 시각에서 생각하는 '영적인 무언가'가 등장하는데 그게 좀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단 느낌이었고. 또 결말은 상당히 쌩뚱맞게 나이브하구요. 스포일러라서 말은 못하겠지만 정말 '진심입니까 닝겐? 이게 그동안 탐구해 온 답인가요?'라는 생각이 드는 좀 무책임한 결론으로 맺음되거든요. 내내 재밌게 보다가 마지막 두 에피소드에서 갑자기 맥이 빠지는... 뭐 그런 느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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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치맨'의 그 엽기적 천재 박사님이 넘나 러블리한 캐릭터로 쌩뚱 맞게 등장해 주십니다.)



 - 그래서 뭐... 결론은요.

 어쨌거나 배우들, 특히 부부, 그리고 사실은 원탑 주인공인 마야 루돌프의 캐릭터가 좋고 연기도 좋아서 한 번 가볍게 볼만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전 이 쪽으로 영 무식해서 이제 처음 알게 됐는데 SNL로 이름 날리셨던 분이라고. 막판에 본인 특기 살리는 장면들도 한 번 나오구요.

 준비된 답이 허접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나름 예리한 맛이 있어서 가볍게 즐기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알아서 생각해봐도 괜찮겠구요.

 결정적으로... 쌩뚱맞지만 에피소드 6이 참 좋습니다. 여기서 갑자기 그동안의 이야기와 전혀 상관 없는 인물들이 나와서 거의 상관 없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내내 보여주는데, 그게 참 괜찮은 로맨스였어요. 본편보다 더 재밌게 봤고 그래서 이 드라마 보기 싫으신 분은 에피소드 6번만 한 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 ㅋㅋ 30여분짜리 달콤 쌉싸름한 단편 로맨스물 하나 보신다고 생각하심 됩니다. ㅋㅋ

 뭐 그렇습니다. 뒷심이 약한 게 못내 아쉽긴 했지만 본 시간이 아까운 드라마는 아니었어요. 괜찮습니다. 소재와 배우들에 끌리는 부분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어차피 영화 두 편 볼 시간이면 다 보는 짧은 시리즈니까요.




 + 내일 저녁엔 이런 글 올릴 기분이 아닐 것 같아서(?) 좀 급하게 대충 적어 올립니다. 내일 이 시간에 제가 뭘 하고 있을까요 과연... ㅋㅋㅋ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떻게 되든 개표 방송은 안 볼 거라는 거?



 ++ 피터 웰러와 줄리아 오몬드가 카메오로 나옵니다. 와! 반가웠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너무 오랜만에 뵌 분들이라 못 알아봤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피터 웰러는 참 피터 웰러 같은 느낌으로 나왔군요. 저만 못알아본 듯. ㅋㅋㅋ



 +++ 유난히 동양인들이 여기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느낌입니다. 위에서 말한 6번 에피소드의 주인공도 동양인 배우고요. 그리고 그 와중에 '한지영'이란 이름의 배우도 잠깐 큰 의미 없는 역으로 지나가요. 그렇습니다. 전 아직도 이런 걸 찾으며 즐거워하는 국뽕러... (쿨럭;)



 ++++ 드라마 제목 때문인지 자꾸 이 노래 생각이 나더라구요.



 다만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둘이서 '영원히'라는 게 참 무시무시하고 철 없는 소리로 들린다는 문제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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