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78분(!), 장르는 코미디인데 호러 같은 코미디... 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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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크림과 버터가 듬뿍 들어간 밀가루로 하루 세 끼를 먹고도 몸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한 커플의 뜨거운 시간(...)이 보여집니다만. 잠시 후 대화를 보니 진짜 커플은 아니네요. 성매매 중이었던 겁니다. 뭐 세련되게 무슨무슨 서비스라고 부르던데 아무튼 결론은 파트너 정해 놓고 반복해서 만나는 유형의 성매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중에서 여자에요.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젊은 처자이고, 유대인이고,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 중인가 보네요. 그리고 부모에게서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아요.

 영화는 장례식은 대략 스킵하고 이제 조문객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수다를 떠는 시간, 그걸 유대교에선 '시바'라고 부르나 본데 뭐 암튼 그 현장으로 옮겨갑니다. 가정집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공간은 미어 터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가운데 주인공에겐 계속해서 부담스런 질문이 쏟아지죠. 연애는 하니, 진로는 뭘로 정했니 등등. 그것만 해도 스트레스인데 그 현장엔 주인공이 예전에 잠시 사귀었던 친구(여성입니다)가 있어서 부담을 3배로 증폭시키구요, 심지어 잠시 후에 도착한 젊은 부부는... 맙소사. 남편이 도입부에서 주인공과 만나던 그 놈이네요. 갓난 애가 딸린 유부남이었던 것. 과연 우리의 다니엘양은 이 지옥에서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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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 고도 억지로 끌려 들어가는 주인공님)



 - 설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영화의 도입부와 결말부를 제외하곤 내내 '시바'가 진행되는 실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연극으로 만들기도 편하겠다 싶었죠. 그리고 역시 딱 봐도 눈에 보이듯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그게 심플하게 여성 서사... 가 아니라 디테일이 이것저것, 그것도 좀 압박스러운 것들로만 덕지덕지 붙어 있어요. 유대인의 좁은 커뮤니티와 (젊은이들에게) 압박적 문화, 보수적인 부모, 양성애자라는 정체성에다가 아직 결혼도 취업도 안 하고 방황 중인 젊은이라는 것까지. 당연히 시바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은 이 젊은이의 약한 부분만 골라서 콕콕콕콕콕콕콕콕 찔러대고 주인공의 멘탈은 실시간으로 샤르르 녹아내려갑니다. 거기에다가 당연히 주인공의 성매매 사실은 비밀 중의 비밀이니까, 그로 인한 서스펜스도 강렬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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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왜 여기서 나와'라는 상황인데... 저 남자분에게서 클라이브 오웬이 떠오르는 건 저 뿐인가요.)



 - 흔한 코믹 소동극인데 소재가 여성 쪽인 그런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대략 그런 영화이긴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코미디보다 스릴러나 호러(...) 느낌이 더 강해요. 

 당연히 스릴러나 호러에 단골로 나오는 엄청난 사건 같은 건 벌어지지 않지만 우리네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 자체가 호러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영화는 그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심정에 집중합니다. 그러니 초반엔 많이 웃더라도, 후반까지 가면 상황이 웃긴데도 보면서 웃음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니 경쾌하고 엽기발랄한 코미디 영화 같은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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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런 느낌(?)인 거죠.)



 - 감독이 각본까지 썼어요. 안 봐도 비디오로 유대인이구요. 성정체성부터 성매매 경험까지 모두 다 본인 경험에 바탕을 둔 거라고 하더군요. 이쯤 되면 왜 주연은 직접 안 했는지 궁금할 정도. ㅋㅋ 암튼 그런 덕분인지 주인공이 겪는 고난들은 다들 생생한 디테일로 가득차 있고 덕택에 그 압박감도 강렬하게 와 닿아요. 게다가 우리 한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상황 아닙니까 이거. 매년 두 번 정도는 명절에 모여 앉아 친척 어른들의 근황 질문 공격을 버텨내야 하는!! ㅋㅋㅋ 그래서 남의 일 같지 않고 리얼한 기분으로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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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감독님은 이렇게 생기셨습니다. 성함은 엠마 셀리그먼.)



 - 마지막으로 참 다행이었던 건, 이게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압박 요원들을 악마화하지 않는 이야기였다는 겁니다. 물론 주인공이 당하며 견뎌내야 하는 그 많은 질문 공격들 중 대부분은 무례합니다. 당연히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은 나쁘게 보이는데... 그래도 은근히 '저 사람들도 악의는 없는데' 라는 태도는 놓지 않아요. 그리고 그런 태도에 어울리게 결말도 나름 긍정적으로 끝나죠. 주변 사람들이 달라질 리도 없고 본인이 갑자기 무슨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 적절선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 관객들도 받아들이기 쉬운 정도의 희망과 위안을 찾으면서 끝난다는 거. 요즘 자주 하는 얘기지만 전 이런 영화들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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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이되 빌런 아닌 그들. 가족.)



 - 뭐 그 외에도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지고 페이스도 적절한 영화입니다.

 일단 80분도 안 되는 런닝타임의 덕도 있겠지만 정말 그 런닝타임은 빼곡하게 채워요. 주인공에겐 쉬지 않고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이 벌어지고 그래서 보는 입장에선 느슨해질 틈이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구요. 좁아 터진 집구석(사실 한국인들 기준으론 큰 집입니다만 ㅋㅋ)에 밀집한 으르신들... 이라는 공간적 배경도 이야기의 서스펜스와 압박감을 더해주고요. 슬쩍슬쩍 흔들리며 쉬지 않고 움직이는 카메라 워크도 좋았구요. 배우들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주인공 역을 맡은 레이쳇 세놋은 연기 경력이 많지는 않아 보이던데, 유리 멘탈이 되어 바삭바삭 부서져가는 주인공의 상황을 아주 설득력 있는 표정으로 보여줍니다.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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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득력 MAX!!!)


 

 - 대충 정리하자면요.

 계속 심각하고 어두운 면만 부각시켜서 얘기했지만 기본적으론 코미디 맞습니다. ㅋㅋㅋ 충분히 웃기는 영화구요. 다만 주인공의 처지가 위험해지면 위험해질수록 점점 거기 이입을 하게 되니 내내 맘 편하게 웃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

 붐비는 닫힌 공간에 갇혀서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이라는 흔하고 심플한 아이디어지만 감독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왔을 풍부한 디테일들 덕분에 참신하고 신선한 느낌도 들고. 기본적인 완성도도 좋고. 뭐 우주 명작 같은 건 아니어도 충분히 '웰메이드'한 소동극이자 여성 이야기입니다. 이런 쪽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길. 살다 보니 유대인들의 삶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경험도 다 해 보네요. ㅋㅋㅋ




 + 다만, 한국인들은 그딴 걸 매년 2회씩 정규 코스로 경험하고 있다구요. ㅋㅋㅋ 원조의 자리는 놓칠 수 없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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