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하도 혹평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전 3시간 동안 재밌게 봤습니다.

'테넷'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남들은 모르지만 난 인류를 위해 엄청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그런 비장한 느낌이 의외로 제 취향이었나 봅니다.


스토리 전개 방식도 제 예상을 빗나가서 흥미로웠어요.

오펜하이머 혼자 주인공 인줄 알았는데 루이스 스트로스와의 대결구도가 중후반에 툭 튀어나오자 '어! 이거 뭐지?' 싶더군요.

오펜하이머의 어린 시절 배경, 왜 뉴멕시코를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된 건 좀 아쉽지만 놀란은 그냥 과학자의 고뇌를 묘사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었나봐요. 


한 컷 한 컷, 매우 공들인 티가 많이 났고 조각난 스토리와 대사를 이어 붙이는 능숙한 솜씨가 정말 천재적이네요.

소리와 화면으로 심리를 묘사하는 아이디어도 감탄스러웠습니다. 편집을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연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주고 받는 실제 대사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케미도 재밌었습니다.

그루브 장군과 오펜하이머의 첫만남이 뭐랄까....생전 첨 보지만 서로 맘에 드는 남자들끼리 통하는 어떤 정서가 은근하게 느껴져 유머러스하달까요.

로져 롭과 키티 오펜하이머가 논쟁적으로 주고 받는 짧은 씬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그리고 이런 시대극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 고증 참 잘한다는 건데요,

한국전쟁이나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우리나라 영화나 TV드라마를 보면 아무래도 그 시절 같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이 동네 영화들은 정말 세세하게 잘 살리는구나...감탄스럽습니다.


좀 과도한 것 같은 음악도 전 맘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올리버 스톤이 '테넷'을 만든 것 같은 모양새 같은데 전 좋았어요.


배우들만 열거해도,

머피와 로다쥬의 오스카상깜 놀라운 연기, 조쉬 하트넷의 잘생긴 얼굴, 제겐 처음으로 인형 아닌 사람같이 보였던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  

젊었을 땐 비호감이었는데 나이 들수록 괜찮아 보이는 맷 데이먼에 케네스 브래너....그리고 또 기타 등등..

저에겐 축제와 같은 영화였습니다.



주차비 7천원 나오기 전까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2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3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04
124305 역대 최고의 염장질녀 [31] 가끔영화 2010.06.10 6836
124304 "여름엔 여자들 옷 못벗어 환장.. 가슴은 죄의 결과라 호떡 두개로 덮고 다녀" [16] 黑男 2013.04.21 6835
124303 진중권 치매? [93] soboo 2012.02.25 6835
124302 결혼할 때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관습은 왜 그런건가요? [34] 미리 2011.03.17 6835
124301 김태희씨 이야기 나오니까 생각나는데 정말 '그런 종류의' 연예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27] nishi 2010.09.19 6835
124300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 [49] 라곱순 2013.06.14 6835
124299 [19금?]SNL 아이비편 요약.- 웃긴 내용 없음!!!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6.09 6834
124298 에릭의 법정스님 모욕 [31] mii 2011.08.12 6834
124297 낄낄거리며 읽은 책 있으신가요? [53] 칼리토 2014.08.26 6833
124296 홍익대...참 여러모로 화끈한 학교네요 : 일베교수 잘렸대요 [18] soboo 2014.05.13 6825
124295 (바낭) 지하철 탈 때마다 이 나라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게... [47] 그런 잉여 또 없습니다 2012.10.24 6822
124294 강아지와 산에 갈 때면 생기는 일.. [14] being 2010.08.01 6821
124293 가난에 대한 열등감 [9] march 2010.06.20 6820
124292 인천 (중구청 인근의) 맛집들~ [11] a.앨리스 2013.07.17 6819
124291 [듀숲]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사장님의 고양이 채식 드립. [13] Paul. 2011.05.06 6819
124290 썰전 2회 - 아빠 어디가 대본 공개. [4] 자본주의의돼지 2013.03.01 6816
124289 영화관 조조시간이 점점 앞당겨 지더니... [32] 가라 2012.07.17 6814
124288 옛날 경양식 집들이 돌아오고 있다네요. [19] amenic 2012.09.22 6813
124287 [공지] '타이거 릴리스' <늙은 뱃사람의 노래> 게시판 회원에게 20% 할인 (5월 9일까지) DJUNA 2013.04.29 6813
124286 추월당했다고 기분나빠서 고속도로 1차선에서 차를 세우다니;;; [19] 겨울3 2013.08.08 68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