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217031811422&p=chosun

 

판사와 검사는 같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지만, 소속도 사법부와 행정부로 다르고 여러 모로 지위가 다릅니다. 신영철이 서울중앙지법원장시절 단독판사들에게 촛불시위 재판을 빨리 끝내라고 압박한 것은 신영철에 대한 사퇴 압력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불법행위였고, 그건 이메일로 비공개로 했건, 대놓고 공문으로 했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르지요.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해 검찰의 수사 방침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시절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수사를 두고 구속하려는 검찰에 "불구속 수사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낸 예지요. 당시 검찰은 검찰의 독립성을 망쳤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검찰총장은 지휘를 받아들인 후 사표를 내버렸고, 보수 언론에서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검찰권 침해라고 크게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검찰의 호들갑에 냉소적인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예로부터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비공식적으로' 내려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천정배는 그런 음성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본인의 이름을 걸고 책임있게 법적 근거를 갖추어 지시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이 반발한 것은 아무래도 지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과, 천정배가 검찰 선배가 아니라 변호사 출신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는데 이번에 오랜만에 터졌네요. 기사 내용은 간단하게 말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한화그룹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에 특정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라고 비공식적으로 지시했고, 서부지검은 이를 어기고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서부지검장 남기춘은 사표를 냈고요. 이거때문에 빡쳐서 사표 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만, 정황상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분위기 입니다. 결과적으로 기각되었으니 법무부장관이 잘 지휘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정답 맞추기하고는 좀 다른 문제죠.

 

천정배에게 "용퇴하라"고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패기넘쳤던 검사들이 이번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냥 조용히 있을 확률이 크겠지요. 이귀남은 천정배가 아니니까요. 이 기사를 퍼오면서 출처가 조선일보라는 데에 좀 놀랐습니다. 전 당연히 닥치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 조선일보가 치고 나갔으니 보수언론들도 보도할 가능성이 있는데... 아무래도 정부는 슬쩍 넘어갈 가능성이 크겠죠? 비공식적으로 지시했으니 누가 녹취 떠놓지 않은 한 증거도 없을거고... 당사자인 남기춘 지검장도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는 것 같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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