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교-본교

2011.04.09 23:05

메피스토 조회 수:2489

* 분교와 본교는 다른학교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갸우뚱했습니다. 컷트라인이 다르고, 위치가 다르며, 교수진이 다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더욱 말이죠. 일견 그럴듯하긴 합니다.

 

 

* 제가 졸업한 학교는 사범대로 굉장히 유명한 학교였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저희 학교 출신이에요. 예전엔 어지간한 서울 상위권 대학과 맞먹었다죠. 과장을 조금 보태면 한창때는 SKY수준이었다는데, 저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에게 무척 곤혹스럽게 작용했어요. 일단 전 사범대가 아닌 일반대로 입학했기 때문이죠. 나이 좀 자신 어르신들과 학교얘길하다보면 이 어르신들이 제 학교를 묻고 "아이구, 선생님 되려고?"라고 묻거나, "고등학교때 공부 잘했나보네?"라고 물어봅니다. 그럼 또 주저리 주저리 설명이 많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첫문장'사범대로 굉장히 유명한 학교였습니다에서..  '였습니다'라는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정확히는 1990년대 이후 종합대로 변하는 것과 더불어 타대학에 사범대학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죠. 현재에도 컷트라인은 사범대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사범대 다니는 학생들에게 쓸때없이 열폭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반대로 사범대 다니는 것에 프라이드를 넘어선 우월감을 가진 학생들도 있었죠. 술집에서 뒷자리 사범대로 추정되는 학생이 일반대를 '떨거지'라고 하는 이야길 듣고 큰소리로 '걔들은 선생 안되면 뭐해먹고 산다냐'라는 유치한 비아냥을 하던 친구를 보던게 엊그제 같군요. 어쨌든, 학과에서 전과를 한다면 거의 80% 이상의 확률로 사범대로 갔습니다.  와서 결정한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일반대에 들어와서 사범대로 전과하기 위해 학교에 입학했다는게 다 적절하겠죠.

 

지금와서보면, 일반대 나온애들은 당연히(?)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고, 사범대를 나와서 임고에 패스하지 못한 친구들은 잘풀리면 사립고를 가지만 대부분 기간제교사를 하거나 학원강사를 하며 임용고시를 위한 준비를 합니다. 지인중엔 6년째 임고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는데, 스트레스가 엄청날꺼에요. 

 

네. 졸업하고 먹고살기 어려운건 사대건 비사대건 다 똑같았습니다. 점수차이가 얼마가 벌어졌건, 서로에 대해 쓸모없는 질시를 얼마나 했건.    

 

 

* 별다른 상관도 없는 이런 얘길 꺼내는 이유는, 컷트라인과 교수진이 다르고, 위치가 다른 것이면 다른 학교와 다를바 없다라는 이야길 보고나서 학교다니던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분교는 아니지만 일반대생들에게 사범대는 섬과 같았습니다. 그반대도 성립하고요. 그때 느꼈던 막연한 감각을 오늘 얘기를 하면서 또 느끼게 됐어요.

 

만일 서울대 법대가 분교를 하나 더 쓰는데, 그곳으로 법대만 옮긴다면, 그때도 사람들은 본교와 분교가 다르다라는 얘길 할까요. 물론 현실에서 그럴가능성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전 좀 흥미롭습니다. 본교나 분교나 결국은 'XX대'라는 타이틀안에 묶입니다.  애시당초 본교와 분교가 '다른'학교라면, 같은 'XX대'라는 타이틀에 묶여선 안되겠죠. 글자그대로 다른 학교니까요. 하지만 (설립 목적이 무엇이 되었건)결국 하나의 학교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인데, 졸업후 사적인 자리에서 누가 물어보면 번거롭게 분교출신이다, 본교출신이다 같은걸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는건가요.

 

 

* 쓰다보니 갑자기 또다른 생각이 듭니다. 아무 상관없는 얘긴데,  4년제 대졸자라는게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소위 얘기하는4년제와 2년제, 고졸자의 차이가 무엇일까. 직장다니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게 이런 얘길 듣습니다. 4년제 나온 친구들이 '역시' 분석적이고, 창의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하고 생각을 할 줄 안다.

 

학교 레포트의 상당수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신공으로 작성되고, 한창 전공과목을 심화해서 배우는 3,4학년때는 토익이나 인턴 등의 취업준비로 눈코뜰새없이 바쁩니다. 그렇게 졸업을 해도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은 상황에서 졸업을 하죠. 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찍 졸업한 친구들은 어디 진득히 붙어서 일만 한다면 돈을 벌며,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무력하다는게 아니에요. 졸업논문이나 졸업작품같은걸 준비하는데 쏟는 정성은 어지간한 직장인 저리가라죠(물론 그것도 주제에 따라 복사-붙여넣기 신공으로 마무리 하는 사람이 있지만).

 

다만, 고졸자와 전문대, 4년제간에 정말 의미있는 차이점이 있을까. 만일 있다면 그건 카테고리에서 영향받아 자리잡게된 어떤 특성때문일까, 아니면 애시당초 고졸자와 대졸자가 차별적으로 배치되기에 차이가 벌어지는 것일까 등등 이런 것들이 괜히 같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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