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인도 지금 개차반이 되어있어도 예전 이력서를 보면서 "그래도 이 사람이 근본은..." 하면서 기대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전 희한하게 운동선수에게 그런 미련이 많이 남더군요. 특히 제가 야구를 한창 많이 보던 시절인 90년대 중반에 유망주라고 꼽혔던 사람들은 프로에 와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여건상 아마추어 유망주는 신문에서 대단하다고 하는 묘사만 보지 실제 경기 모습은 보기 힘들죠) 그게 잘 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지 않나 싶을 정도로 프로에 안착하기는 힘든가봐요. 그래도 이름 듣고서 "아 그때 그 대단하다던 선수" 하는 생각이 들면 다시 한 번 보게되는데 대개는 슬퍼지더군요. ㅠㅠ

 

그런 선수 누가 있을까요...

 

전 타자 강혁. 전에 신문에서 그런 기사를 봤거든요. 임선동이 연세대에서 날리던 시절, 임선동을 보러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왔다. 그런데 그날 스카우트들은 희한한 장면을 보게 되는데, 그 대단하다던 투수 임선동이 도저히 고의4구를 할 상황이 아닌데 고의4구로 타자 하나를 걸러버리는거다. 임선동도 상대하길 꺼리는 저 타자는 누구냐? 답은 강혁. 장효조 이후 최고의 교타자다 뭐 이런 묘사도 나왔고. 하지만 이중계약 문제에 말려서 프로에 제대로 데뷔하지 못했고, 나중에 뒤늦게 데뷔했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는지 명성에 걸맞는 활약은 못하더군요.

 

지금 두산에 있는 김선우도 고교 당시의 이름값에 비하면 좀. 당시 김선우를 두고 서울 구단의 운명을 향후 10년간 좌우할 서울의 선동렬이라고도 했었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들어와서도 압도적인 실력은 보여주지 못하더군요.

 

넥센의 이정호는 뭐... 삼성과 계약할 당시 계약금 최대 금액인 5억 3천으로 계약했는데(나중에 인터뷰 보니 5억이 진짜로 3천은 허세였다고) 지금껏 아마 1승했죠? 나이나 어리면 가능성을 보겠는데, 요즘 삼성에서 날고 있는 박한이와 입단 동기라더군요. 150km를 넘는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지만 컨트롤이 죽어도 안잡히고, 연이은 부상까지. 역시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

 

김건덕 같은 선수는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 뛰는걸 한 번도 못봤네요. 그 대단하다던 선수가 그냥 사그라들었으니...

 

이런 추억들은 사실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주입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매 해 "초고교급 대어" "고졸 최대어" "제2의 선동렬"을 생산해내니까요. 말도 안되는 기록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아마야구의 특성상 단기 대회의 스탯만 보고 선수에 대한 이미지를 박아넣은 오류도 크겠고요. 그래도 제가 이름을 들어보고 몇 년간 기대했던 선수가 나중에 진짜 잘하는 걸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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