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이니 3년 밖에(?) 안 됐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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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풍의 포스터가 재밌긴 한데 아예 진짜로 그려 버렸음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 대략 1950년대의 디트로이트인 듯 합니다. 뒷골목의 불법적인 일들을 한 건씩 맡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듯한 커트 고인스란 양반이 등장하구요. 최근에 이런 저런 동네 큰 조직 보스들과 척을 져서 밥벌이에 지장이 온 와중에... 갑자기 너무나도 좋은 조건의 일이 들어옵니다. 누굴 죽이거나 팰 필요도 없고, 그냥 복면 쓰고 평범한 한 가족을 한 시간 정도만 꼼짝 못하게 지키고 있으면 몇 천 달러를 준대요. 너무 좋은 조건에 망설이는 커트님이시지만 뭐 일 주는 놈도 계속 나쁜 거 없다고 잡아 떼고,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던 게죠. 그래서 생전 처음 보는 다른 프리랜서 범죄자(...) 둘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러 갑니다만. 당연히 일은 꼬이고. 그걸 수습하려들 수록 이 간단한 미션 뒤에 숨겨져 있던 커다란 무언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타나는데... 다행히도 우리의 커트씨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고. '위기는 기회다!' 라는 듯이 점점 더 대담한 일들을 벌여댑니다. 과연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극의 끝은 어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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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도 그렇고 이 두 분이 콤비로 주인공인 듯 합니다만.)



 - 어제 '나이스 가이즈'를 너무 재밌고 보고 나서 비슷한 걸 하나 더 보고 싶다... 고 생각하던 중에 oldies님께서 댓글로 이걸 추천해주시길래 또 낼름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이스 가이즈'와는 성격이 닮은 듯 하면서도 아주 많이 다른 영화였구요. 하지만 그냥 이 또한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즐겁게 봤어요. ㅋㅋ 추천 감사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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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돈 치들이 원탑 주인공입니다. 분량상으론 둘이 비슷한데 이야기 구조상 분명히 이 양반이 주인공 맞아요.)



 - 일단 느와르입니다. 대략 60~70년대 헐리웃 범죄물들 분위기를 풍기구요. 소소하게 시작한 사건이 뭔가 밝혀지고 밝혀지기를 거듭하면서 마지막에 주인공들 레벨로 감당 못할 수준으로 거대해진다는 점. 유머러스한 터치가 강하다는 점. 그리고 스포일러까진 아니지만 직접 말하기는 좀 뭐한 중심 소재 하나가 '나이스 가이즈'와 많이 닮았어요.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이 쪽은 좀 심사가 많이 꼬인 블랙 코미디에 가깝구요. 황당한 상황들이 많이 나오는 건 비슷하지만 그 황당함이 그냥 웃기는 쪽이 아니라 영화의 진지한 무언가와 연결되는 황당함이어서 가볍되 가볍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줍니다. 마지막에 뜨는 자막까지 생각하면 역시나 그렇게 가벼운 맘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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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 리오타가 맘 편히 볼 수 있는 선역으로 나왔던 작품이 뭐가 있었나... 당연히 있긴 있을 텐데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딱 위험하고 수상한 범죄남 이미지만 남았습니다. ㅋㅋㅋ)



 - 그래서 이미 말 했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당황스러울 정도로 일이 거대하고 복잡해지는 범죄물입니다.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얽힌 무리들도 여러 부류가 나오고요. 영화가 중반쯤 지나간 후 부터는 거의 5분에 한 번씩 누군가가 주인공의 뒷통수를 치는 전개가 계속됩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보다가 '와일드 씽'이 떠오를 정도였어요. ㅋㅋㅋ 그것도 반전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와서 황당하다가 결국 그걸 즐기게 만드는 류의 영화였죠.


 사실 정말로 '와일드 씽'과 비슷한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세상은 다 각자도생에 복마전이고, 센 놈이 살아 남아 다 먹는 게임 판이고, 거기에 어쩌다 휘말린 어중이 떠중이들에겐 꿈도 희망도 없는 거라는 시니컬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는 점에선 좀 비슷해요. 물론 이 영화엔 '와일드 씽'과 같이 의도적으로 처발처발 해놓은 천박한 재미 같은 건 없구요. 소더버그 아저씨의 요즘 영화답게 '응 난 뭐 이 까이 거 대애충 해도 이만큼?' 이라는 느낌으로 능숙하게 매끈매끈하게 만들어진 웰메이드 범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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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팜므 파탈' 포지션에 해당하는 여성 캐릭터도 나옵니다만. 21세기 영화답게 그렇게 고전적 팜므 파탈까진 안 가구요.)



 - 근데 요즘들어 소더버그가 만들어 내는 그 소규모 매끈매끈 범죄극들에 비해 이건 그래도 뭔가 살짝 힘을 준 느낌이 들어요. 일단 사극 아니겠습니까. (1950년대면 이미 70년 전이니까 사극 맞죠 뭐. ㅋㅋㅋ) 그래서 소품, 의상, 음악 같은 걸 다 살짝씩은 힘을 줘서 컬러풀하게 보여주고요. 느와르라는 장르에 맞게 배우들 연기도 일상 연기라기 보단 좀 묵는 느와르 영화 속 인물들 같은 톤으로 펼쳐지구요. 이야기도 아주 안 현실적이게 과장이 되어 있고 그렇죠. 애초에 촬영부터 전혀 평범하지가 않아요. 화면 가장자리가 대놓고 왜곡되는 게 그냥 눈으로 다 보이는 광각 렌즈를 써서 내내 별로 안 현실적인 느낌을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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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원래 좋아하는 배우였던 존 햄씨. 근데 알고 보니 인성이... 인성이....... 거의 월버그씨와 함께 투 탑 수준으로....... 허허. 허허허허.)



 - 그래서 그런가, '평소의 소더버그 스타일 맞구먼' 이라는 생각은 후반부쯤 가서야 들었구요. 또 거기에서부터 새롭게 이 양반의 공력에 감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캐릭터들이 다 전형적인 느와르 캐릭터들이면서도 개성이 있고 재미가 있어요. 특히 거의 끝까지 함께하는 돈 치들과 베네치오 델 토로의 캐릭터는 각자 따로 놀 때도 재밌고 둘이 함께 있을 때도 재밌고 좋더라구요.

 그리고 뭣보다, 그토록 많은 무리들이 나와서 내내 복잡하게 꼬이고 뒤집히기를 거듭하는 스토리가 전혀 헷갈림 없이 깔끔하게 전달이 됩니다. 이야기의 교통 정리도 잘 했고 리듬감도 좋고, 방점 찍을 부분은 확실하게 찍어 주고... 등등 참 깔끔하게 잘 다듬어 놓았어요. 이러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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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6년 후에 반짝반짝 빛나실 브랜든 아저씨 되겠습니다.)



 - 그러니까 뭐 대충 정리하자면요.

 살짝 '오션스' 시리즈 생각이 나는 느낌의 날씬 매끈 범죄물이었습니다. 다만 그보단 많이 다크한 풍의 블랙 코미디이면서 나중엔 나름 정색하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구요. 최종적으로 느낌은 많이 달라요.

 돈 치들, 베네치오 델 토로, 존 햄, 데이빗 하버, 브랜든 프레이저, 레이 리오타, 키어란 컬킨, 맷 데이먼 등등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영화라서 배우 구경하는 재미도 좋지만... 이 양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이 중 상당수는 짧게 등장해서 살짝 재미 주고 빠르게 퇴장하는 역들이니 진짜로 배우 '구경'만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거. ㅋㅋ

 어쨌든 일단 재밌습니다. 요즘 이 양반 영화들이 다 이렇죠. '어쨌든', '잘 만들었고', '재밌습니다'. ㅋㅋㅋ 특별히 땡기는 영화 없을 때 가볍게 한 번 보기 좋은 웰메이드 범죄극이었어요. 잘 봤습니다.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만. 이야기가 워낙 복잡하게 배배 꼬여서 결말 위주로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처음의 그 '쉬운 일'을 맡은 3인조가 돈 치들, 베네치오 델 토로, 키어란 컬킨인데요. 잠시 후 일이 꼬이면서 겉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다가... 키어란 컬킨이 그동안 쓰고 있던 복면을 벗어 버리고 총을 꺼내드는 걸 본 고인즈(돈 치들)가 곧바로 쏴 죽여 버려요. 그래서 너 미쳤냐고 왜 그러냐고 화를 내는 베네치오 아저씨를 어찌저찌 다독다독해서 현장을 떠나는데요. 이 때부터 고인즈의 빼어난 판단력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복면을 벗고 자신을 드러낸다는 건 현장의 다른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릴 거니 얼굴을 드러내도 상관 없다는 것이고. 또 임무 수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모습을 보고 '사실 저 놈이 메인이고 우리는 1회용 곁다리인가 보다' 라는 걸 눈치를 챘던 거죠.


 암튼 그렇게 주어진 임무를 와장창 작살을 내 놓고 큰 조직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자 고인즈는 본인 능력을 풀가동 하여 자신이 먼저 움직이고 떡밥을 선점해가며 살아남기 곡예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입수에 실패한 비밀 서류(원래 임무의 최종 목표였습니다)의 행방을 알아내 가장 먼저 차지하고. 본인의 인맥은 물론 베네치오 아저씨의 인맥까지 총동원해서 일을 진행하는 가운데 베네치오가 자신의 뒷통수를 칠 경우에 대한 대비까지 철저하게 해놓구요. 그래서 결국 그 비밀 서류를 동네 조직 보스님에게 팔기로 약속까지 잡는데...


 음. 이거 상황을 보니 이 보스님이 최종 보스가 아니네? 라는 걸 눈치 채고 고인즈는 계속해서 판을 키워댑니다. 보스의 보스를 불러내고, 보스의 보스가 나온 자리에 감춰져 있던 끝판왕을 끌어대고... 이런 식이고 그 최종 보스가 결국 맷 데이먼이에요. 자동차 산업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고 디트로이트를 사실상 지배하는 왕과 같은 존재가 된 남자. 그리고 이 양반에게 그 비밀 서류(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자동차 부품 설계도인가 그렇습니다)를 팔아서 처음에 약속 받은 페이였던 5천 달러를 34만 달러까지 올리는 데 성공하네요. ㅋㅋ


 근데 그 직후에 들이닥친 동네 조직 사람들에게 '넌 너무 깝쳤구먼'이라며 붙들려 끌려가구요. 그러다 이 사건 시작부터 자신을 쫓던 검사 존 햄 아저씨를 마주치는데... 동네 조직 보스님께서 "검사님아. 여기서 현찰 5만 받고 사라져주면 이 놈은 우리가 책임 지고 세상 하직 시킬 건데, 어떡하싈?" 이라고 딜을 넣어서 햄 아저씨는 퇴장. 고인즈는 조직의 차 트렁크에 갇혀 자신이 죽을 곳으로 끌려 갑니다.


 그리고 그 시각에 우리의 베니치오 델 토로님은 동네 조직 보스가 "너무 큰 돈이다. 우리 것도 아니야." 라며 쿨하게 버리고 간 34만 달러를 들고 자기 애인(원래 모시던 보스의 와이프였습니다. 그 보스는 와이프에게 폭력 행사하다 총 맞아 죽었구요)과 함께 라랄랄라 차를 몰고 도피 여행을 떠납니다만. 그러다 애인에게 배신 당해서 총 맞아 죽고 그 시체는 길바닥에 그냥 버려집니다. 문제는 그러고 길 가던 애인님은 또 바로 존 햄이 보낸 경찰에게 붙들려 돈가방을 쏘옥 빼먹혔다는 거... ㅋㅋ


 장면이 바뀌면 존 햄이 어딘가의 큰 빌딩으로 열심히 들어가는데 그게 무슨 디트로이트 자동차 협회 건물 같은 거에요. 그리고 들어가서 만나는 건 바로 최종 끝판 보스 맷 데이먼이었습니다. 쿨하게 돈 주면서, '그깟 푼돈 따위 나한테 의미 없거든?' 이라며 끝낸 척 했지만 사실 뒤에서 작업을 해놨던 거죠. 유능한 검사... 인지 경찰인지였던 존 햄은 사실 이 분의 충직한 수하였구요. 그래서 맷 데이먼은 자신의 돈가방을 돌려받고 해피해피.


 또 장면이 바뀌면 차 트렁크에 갇혀 끌려가던 돈 치들이 목적지에 도착에 차에서 끌려 나옵니다. 그러자 보스가 툭 던지는 말이, "넌 어째서 날 믿을 수 있었지?" 입니다. 그러니까 아까 존 햄 앞에서 얠 죽이겠네 어쩌겠네 했던 건 다 연기였고, 사실은 이 모든 거대한 사건에서 완벽하게 빠져나와 사라지고 싶었던 돈 치들이 동네 보스님과 딜을 쳐서 꾸며낸 상황이었던 것. 암튼 보스님의 질문에 "당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라고 간단히 대답하는 우리의 주인공이구요. 돈 치들이 챙겨 온 몇 만 달러를 받아든 보스님께서 "넌 얼마 받고 싶은데?" 라고 물으니 역시나 쿨하게, "난 원래 내 몫만 받으면 된다. 5천만 주쇼." 라고 답을 합니다. 그렇죠. 안분지족이란 중요한 것... ㅋㅋ 암튼 그렇게 돈을 받아든 돈 치들이 홀로 팔랑팔랑 길을 걸어가고. 자막으로 "이때 환경 오염 장치 장착을 거부하기 위해 담합한 혐의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들은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결국 벌금 한 푼 내지 않고 끝났다." 라는 후일담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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