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 나온 따끈따끈 신작이죠. 대략 30분 언저리의 에피소드 일곱개로 되어 있어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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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게 말해 직관적, 나쁘게 말해 좀 구리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포스터 이미지가 다 그러려니... 합니다.)



 - 초췌한 행색의 남자가 경찰서에 갑니다. 자기가 스토킹 피해자라며 어떻게 좀 해달래요. 뚱한 표정으로 뚱하게 응대하던 경찰 아저씨가 얘길 한참 듣다가 툭. 하고 물어봐요. 아니 근데 그럼 그동안은 왜 신고 안 하셨어요? 순간 의표를 찔린 듯이 멍... 해지는 주인공의 표정.

 장면이 바뀌면 이제 이야기의 발단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대충 요약하면 주인공은 일이 잘 안 풀리는 코미디언 지망생입니다. 전 여자 친구의 어머니 집(!?)에 얹혀 살면서 입에 풀칠은 해야 하니 동네 술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요. 어느 날 아주 칙칙한 몰골에 인생 우울해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자리에 앉아요. 자기가 엄청 잘 나가는 변호사이고 바빠 죽겠다면서도 음료 한 잔 마실 돈이 없는 그녀를 보고 연민의 정을 느낀 주인공은 마실 것은 한 잔 대접하는데... 이 따스한 호의에 단단히 감동 받고 돌아간 그 여자는, 알고 보니 프로페셔널 스토커(!?)였고. 악몽의 나날들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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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thㅏ 와쩌여~ 뀨잉!)



 - 넷플릭스의 유명한 스토커 이야기라면 '너의 모든 것'이 있겠죠. 개인적으로 꽤 재밌게 본 시리즈이긴 한데... 그건 그냥 재미난 장르물이었잖아요.

 이 시리즈는 소재만 비슷할 뿐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주인공이 피해자이고, 코믹함 전혀 없이 정말 끔찍한 악몽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결정적으로 실화입니다. 감독, 각본, 주연을 다 해먹은 영국 배우 겸 각본가 리처드 가드가 자신의 인생사를 최대한 그대로 옮겼다고 주장하네요. 원래는 이 양반이 해왔던 1인 연극이었다는데, 호평 받고 상도 받고 화제도 되고... 하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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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코미디언으로 성공은 못 하신 듯 한데. 이 시리즈를 보다 보면 납득이 됩니다. 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렇습니다. ㅋㅋㅋ)



 - 근데 이게 단순한 스토킹 피해자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음엔 분명히 그렇게 시작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다보면 점점 이야기가 이상해져요.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주인공의 실수, 한계, 모자람... 쪽이 강조되거든요. 설마 '스토킹 당하는 사람은 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라는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닐 텐데 왜 이러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보다 보면... 대략 절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대충 이해가 갑니다. 


 그러니까 이게 감독&각본&주연 배우님의 실제 경험담이라잖아요. 그래서 이건 스토킹 피해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스토커에게 자신을 먹잇감으로 던져 줬는지에 대한 회고 및 반성 이야기로 흘러가는 '리처드 가드' 라는 젊은이의 파란만장 인생 회고담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후반에 가면 스토킹 이야기는 비중이 줄어들고 이것만큼이나 비극적이고 끔찍한 다른 사건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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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계속 되는 자폭과 민폐 때문에 마사보다 주인공이 더 꼴 보기 싫어질... 때쯤부터 다른 이야기가 풀리며 납득을 시켜줍니다.)



 - 계속 보다 보면 기분이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반부의 스토커 이야기와 후반부의 그 원인(?) 이야기가 너무 딱 맞아 떨어지다 보니 주인공의 변명을 듣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하거든요. 내가 정말 어리석었지만 그 때의 나로선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식인데, 주인공의 잘못된 선택들로 인해 고통 받는 죄 없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됐고 암튼 너님이 잘못하신 거잖아요!!"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만 그 원인 이야기 역시 스토커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한지라 어쨌든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네' 라고 납득은 하게 되구요. 또 어쨌거나 자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충분히 다뤄주면서 그에 대한 반성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결국 자기 인생 최악의 시기에 대한 회고록인 동시에 반성문이었던 거죠. 그리고 둘 다 훌륭하니 더 따져 볼 생각은 안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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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저엉말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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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택에 탈출하는 게 아니라 그쪽까지 x물을 튀겨대며 자기만 가장 힘든 주인공 때문에 고혈압이 생길 지경입니다만. 그래도 그런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해 사과하고, 감사를 표하는 작품이란 느낌이 들어서 납득해 줍니다.)



 - 전반부든 후반부든 간에 어느 한 쪽도 모자랄 것 없이 보는 사람이 몸을 배배 꼬게 하는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현재를 오가며 재구성 해놓은 솜씨도 좋아서 긴장감이 쭉 유지되는 가운데 필요할 때마다 훅도 한 방씩 잘 쳐주고요. 코미디엔 소질이 없을 지언정(...) 글 솜씨는 좋은 양반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더불어 연기도 정말 기가 막힙니다. 본인 경험담을 본인이 열심히 재구성해서 스스로 연기한 덕인지 주인공의 연기도 참 좋지만... 역시나 이야기 성격이 있다 보니 스토커 마사 역을 소화한 배우님의 연기가 정말 후덜덜했어요. 기분 좋아서 주인공에게 아양 부릴 때나, 꼭지가 돌아서 무시무시한 짓들을 저지를 때나 참 일관되게 소름 끼치는(ㅋㅋㅋ)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막판 재판정에서 보여주는 돌변한 모습도.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감성 터지는(??) 목소리 연기도 모두 다 '인상적' 그 자체였네요. 역시나 영국은 무시무시한 배우들이 사방팔방에 그냥 굴러다니며 발에 채이는 나라였던 것...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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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장면이 아니라 그냥 배우님들 짤입니다. 이렇게 혈압 오르는 거 보고 나면 이런 짤을 봐줘야 마음에 평화가... ㅋ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요.

 장르물로 생각하고 보시면 후반 전개 때문에 좀 '아, 이게 아닌데' 라고 느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주연 배우님이 자기 인생 최악의 시기를 회고하는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에요. 하지만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워낙 끔찍하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스릴러, 호러는 사뿐히 즈려 밟을만한 긴장과 몰입을 유발하구요. 그래서 재미... 있다... 는 표현은 안 어울리지만, 확 몰입해서 쭉 달리게 만드는 드라마임은 분명합니다.

 넷플릭스 사용자시라면 그냥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취향에 안 맞을 순 있겠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들 중에선 아주 많이 상위권에 드는 잘 만든 작품이라는 건 분명했거든요. 아주 고통스럽게 잘 봤습니다.




 + 제목을 보는 순간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리~ 사랑스러운~ 꽃사슴!' 같은 건가? ㅋㅋㅋ" 하고 웃었는데 정말 그 뜻이었네요.



 ++ 실제로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냥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빌런 마사는 정말 무시무시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무시무시해서 말이죠. 트라우마가 팍팍 올라올 것 같아요.



 +++ 후반에 등장하는 모 캐릭터는... "이건 실화입니다!" 라고 간판에 박고 시작하는 이 시리즈의 성격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지더군요. 대충 누구인지 특정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 엔딩이 좀 오묘하죠? 사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건지, 뭔가 장르물 엔딩 같은 느낌으로 악순환의 루프를 보여주는 건지 애매한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설마 드라마 내용과 메시지가 있는데 전자를 의도한 거였겠죠... 설마... ㅋ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사실 주인공에겐 스토커 '마사'를 만나기 전부터 애인이 있었습니다. '테리'라는 이름의 트랜스 여성인데 이 둘의 관계가 본격화되려는 와중에 마사가 나타난 거죠. 그래서 주인공은 테리의 존재를 마사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는데...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테리에게 상처를 줘요. "아니 지금 시국이 시국인데 니가 좀 잘 숨고 정체성도 숨겨 주면 안 되겠니" 같은 소릴 하고. 또 주인공이 테리를 위해 결단을 내렸어야 할 순간이 너댓 번은 찾아오는데, 그 때마다 이상할 정도로 마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을 해서 보는 사람 환장하게 만들어요. 그러다가 결국 테리에게 차이고 나서야 플래시백으로 주인공의 과거가, 그 모자람(?)의 비결이 밝혀지는데...


 마사를 만나기 얼마 전 시점에 영국 코미디판의 파워맨 하나랑 인연이 생겼고. 이 양반이 다짜고짜 던져대는 "넌 재능이 넘쳐! 내가 키워주겠어!!" 라는 말에 혹해서 그 양반이 시키는 걸 다 하다가 결국 희망 고문 & 마약 투입 콤보로 철저하게 가스라이팅 되어서 성폭행까지 당했던 겁니다. 그런데 정말 환장하게도 이 끔찍한 경험을 통해 그동안 자기도 몰랐던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을 떴어요. 아마도 바이섹슈얼, 혹은 게이일 거라는 건데요. 뭐가 됐든간에 그걸 깨닫게 된 계기가 이딴 식이니 사람 멘탈이 견뎌내기가 힘들죠. 덧붙여서 다른 목적을 숨긴 사탕발림에 속절 없이 넘어간 자신에 대한 혐오감도 불타오르고, 결정적으로 "응. 그럼 그렇지 나 같은 게 재능이 있을리가..." 라는 식의 자학 정서가 치사량에 가깝도록 폭발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그 시국에 마사가 나타나서 위풍당당하게 사랑한다. 넌 최고다. 난 네가 받은 상처를 이해 한다. 같은 말을 퍼부어주니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암튼 그래서 참고 또 참던 주인공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구요. 그래서 일단은 잠잠해지지만 잠시 후 마사는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가족들, 그러니까 친부모와 얹혀 살던 전여자친구네 가족으로 방향을 돌려 다시 위협을 시작하구요. 본인에게 하는 일이 아니니 별개의 사건이다... 라는 경찰의 복장 터지는 반응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 받던 주인공은 그러다 삘 받은 마사가 조심성을 잃고 자기 부모님에게 칼질 운운하는 직접적인 협박을 하는 순간 다시 제대로 신고를 하고. 입건이 되고. 재판을 거쳐 마사는 감옥에 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이 참가했던 코미디언 대회에서, 마사와 테리로 인해 북받침 감정을 털어 놓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바이럴이 되어 순식간에 그토록 원했던 명성을 얻고, 사방에서 캐스팅이 되죠.


 하지만 주인공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어둠은 사라지지를 않고.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자신은 성폭행했던 유명인을 찾아가요. 하지만 기대에 어긋나게도 그 유명인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니 영상도 봤어. 정말 용기있더라. 내가 또 일자리 주선해줄까?" 라고 뻔뻔하게 반응하고. 주인공은 거기에다 화도 한 번 못 내고 무기력하고 돌아나와 혼자서 펑펑 웁니다. 그러고 그동안 마사가 남겼던 음성 메시지들을 들으며(...) 길을 헤매다 처음 보는 술집에 들어가 술을 주문하는데. 마침 마사가 분노나 성희롱 멘트 없이 진솔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 대목이 흘러나오네요. 그걸 듣던 주인공은 그게 또 너무 공감이 되고 그런 자신이 기가 막혔는지 그 자리에서 오열해 버리구요. 그러고나서 보니... 술값이 없네요? 그래서 사과하는 주인공을 짠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바텐더가 "이건 제가 살게요." 라고 말을 해요. 그러자 "고마워요. 정말 친절하시네요." 라고 답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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