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 주절 바낭..

2010.11.27 00:48

Apfel 조회 수:1535


0. 얼마전 조카가 싱가폴에 가고 나서 공식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소간의 사고가 있지만 무시할만한 수준이고 잘 지내고 있다고.. 어린거 보내놓고 혹시라도 홈스


테이하는 집에서 생활 습관 학습 습관 들인다고 애 잡는게 아닐까 걱정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렇지 않는다더군요.. 내 자식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런 걱정까지 해야 하는건지.


거기 집에선 한번 오시라고 하는데 가시면 부모님 두 분만 가실꺼 같진 않고 전 아마 통역 셔틀로 가야 할 것 같군요. (불법 체류자 수용소로 안끌려가면 다행일 듯)



조카도 북한에서 포격을 했다니 집 근처까지 폭탄이 떨어진줄 아는 모양입니다. 그게 아니라고 안심 시켜주고 집에서 웹서핑을 하는데 '토목의 변'이란 사건에 관심이 생겨


서 뒤적 뒤적 찾아보게 됐죠. '토목의 변'이란 당시 몽고를 통일한 오이라트 부의 에센에게 명나라 황제인 정통제가 친정을 나갔다가 포로로 잡힌 초유의 사건입니다. 물론


한족의 황제가 포로로 잡힌 경우는 그 전에도 있긴 했습니다. 북송의 정강의 변때도 흠종이 잡혀가기도 했지만 친정에서 잡힌건 처음이라고 위키백과에 나오는 군요. 


왜 황제가 잡혀서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까 생각해봅니다. 당시 에센은 국경무역에서 명나라의 재정에 부담을 지우고 있었고 그걸 해결하려는 환관 왕진은 대금을 후려


쳐서 관계가 악화되고 대신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친정을 하며 위세를 과시하다 결국 황제까지 포로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결국 청렴한 우겸이 북경방어전을 펼쳐


에센의 침략을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아마 그게 실패했으면 중국 역사는 다시 남북조 시대를 한번 더 겪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시 환관 왕진은 위세와 힘으로 밀어버리면


가능할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몽고족들은 한족 군대의 문제를 꿰고 있었고 결국 참패로 이어지게 됐다는 겁니다. 어떤 일이던지 지금 사태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해법은 미군


함대와 연합 훈련에 있지 않고 저들에게 뭔가 공격할 실질적인 수단이 더 우선이 아닌가 싶어지는군요. 다만 그 기회를 우리가 놓치지 않기만 바래야겠죠. 


뭐 앞에서 여러분들이 이야기를 하셨으니 저는 이 정도만 하고 말겠습니다. 



1.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독일교회 (독일은 국교가 기독교라고 헌법에 명시된 기독교 국가입니다)는 제국 교회로 개편되고 "자연을 통해 신의 의지가 계시되는데 지금 히틀


러를 통해 신이 의지를 계시하고 있다"라는 개소리를 하면서 히틀러를 지지합니다. 이 대목을 강의하던 교수님은 '당시 세상이 미쳤어'라고 하시더군요. 이후 거기에 반대한


목사들은 따로 '고백교회'를 만들고 나치에 저항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에 가담했다 죽음을 당하고 몇몇 목사들은 군목으로 파견나간 이후 종전을 맞습니다.


결국 히틀러 정권의 지지대 노릇을 한 독일 교회는 이후 통렬한 반성을 통해 거듭나려는 노력을 했죠. 그나마 독일이란 나라는 목사 양성 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월등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있기에 방향전환이라도 했지 지금 정권을 지지해주는 우리나라 교회는 과연 무슨 정신으로 임기 이후 혹은 지금 모든 정책이 사망선고를 받을때 있을지 궁


금합니다.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긴가민가 하는 교인들을 끌어들이고 그들로 하여금 조직적으로 투표하게 하고 지금 불안사태를 다시 이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 집단이 반성할 의지가 있을까 싶어지는 군요. 저 역시도 그런 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씩 '바른교육 - 좌파척결' 이 프레임을 들을때 마다 스위스 군


용칼로 내 귀를 파내는 고통을 느낍니다. 적어도 그 느낌을 늘 느끼고 싶어지는군요. 무뎌지면 그만큼 내 생각이 갉아먹혔다는 거니까요. 지금 가장 희망은 개종하는 건데 


아직 이런 저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행을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기본 생계는 보장되는 쪽이 정신건강에 이익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2. 교회 관련 뻘글을 쓰다보니 신자유주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교회란 곳도 신자유주의가 상당히 뿌리내렸죠. 목사가 각자 개교회의 수익 가운데 일부를 지원받는 시스템


이니 가난한 교회는 가난할 수록 교인들 헌금에 매이고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설교로 가게 되는 현실. 시장이 원하는대로 가는 신자유주의랑 너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왜 이렇게 됐냐는 것도 마찬가지죠. 성직자는 세계와 한 걸음 정도는 떨어져야 한다는 게 필요한데 그러려면 생활이 보장되야 하거든요. 한 마디로 '내가


예수믿으면 돈 벌고 아픈거 다 낫고 잘산다'라는 설교 대신 '예수 믿어도 가난하고 빚에 허덕이며 살수 있고 아픈거 더 심해져서 죽을수 있다. 다만 그 안에 들어오면 세상을


비관이 아닌 신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는 것을 배운다'라고 이야기 할 배짱을 위해서 생계는 헌금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돈이 들어와야 하거든요.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


으니 교인들이 불편해 할 이야기는 절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점점 자기 자리를 축소하게 되고 그러니 교회와 국가가 열애 관계가 되버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래 교회와


국가는 긴장관계입니다. 로마제국 당시에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거의 유일한 종교였고 그것이 문제가 되서 심각한 탄압을 자초했던 집단이 교회이기 대문에 국가와 교회는


긴장관계 대립 관계가 되죠. 물론 이후 '교황은 태양 왕은 달' 이런 시절도 있었지만 그 시절이 지나가고 나서도 역시 세속황제와 교황은 늘 권력투쟁에서 긴장의 고삐를 늦


추지 않죠.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저는 교회가 자존심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속권력이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받으려고 각계 각


층을 포섭할때 교회가 말려들어갔고 그것때문에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고 그것을 놓지 않으려다 보니 이런 지경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중국 역사부터 교회 이야기에 신자유주의까지 그야말로 바낭이군요. 이제 다시 한번 저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지어야 겠습니다. 어짜피 바낭이래도 결말은 있어야 할테


니까요. 다음 정권을 이야기 하기 이전에 저는 우리나라가 개인에 대해 각성하기를 바랍니다. 정권이 다음에 민주당 혹은 친박으로 넘어갈수도 있겠죠. 그리고 이런 무모한


막장이 완화될수 있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지 않는 이상 이런 악몽은 끝이 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공동체안에서 공동체


의 절대적 권위에 복종을 계속하는 이상 운좋게 우수한 지도자를 만나면 다행이지만 조금이라도 불안한 사람을 만나면 또다시 우린 한반도를 스튜디오로한 막장 연속극을


어쩔수 없이 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우리도 이제 개인에 대해 이해하고 개인의 삶을 관찰하면서 그 가운데 카리스마라는 신적권위 대신 개인과 개인의 계약에 따라 사회가


건설될때 신자유주의 막장 기독교도 이런 안보 연속극도 없어지리라 봅니다. 개인에 대해 참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세월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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