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글을 쓰려니 머릿속이 정리되질 않네요

아직 많은 삶을 산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벌써부터 사회의 쓴맛을 조금씩 느끼고 있달까요

요 며칠 마음이 참 힘드네요

어제 회사 관련 글을 적었습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업종이라 한순간의 위기에도 회사의 경영이 위태로워지는 업종이지만

저희 회사는 건실하고 기술력이 있는 회사였습니다

개인 사유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긴 했지만요.

그런데 경영상태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보이고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어 나름 탄탄하게 성장해오고 있던 저희 회사가 며칠전 직격탄을 맞았답니다.

주식 상장 폐지의 위기가 찾아온거죠

내부 사정은 직원 누구도 잘 모르는듯 했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회사 얘기를 인터넷 기사를 통해 듣고 있을 정도니까요.

한순간에 회사는 상장폐지의 위기고 주주들은 분노했으며, 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허망한 상태가 되어 버렸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최대 주주가 횡령했고 사장님도 연관 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네요

사장님은 주주들과 직원들 볼 면목이 없다며 자살을 하신 상태고, 혼자서 끝까지 해결해보려고 고군분투 하셨다는군요

사장님이 인수합병 기업 N 을 통해서 우리회사를 인수했던 사모펀드 소속의 회사대표였고 ,그쪽에서 우리 회사 사장으로 취임된것이기 때문에 다들 사장님도 이번 횡령에 연관 되어있던게 아니었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사장님도 이용당하신것 같네요

그것보다 더 기가 차고 어이없었던 것은 MB 조카 사위 전모씨가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전모씨는 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인수합병 특수목적 기업 N 을 설립했고 채 1년도 안 되어 560 억 가량 되는 돈을 마련해 우리 회사와 또 다른 회사를 인수했다고 하는군요.

그분은 제 4이통사 설립 건으로도 시세차익을 많이 챙겼고 등등 의 얘기들이 많이 떠돌고 있네요

전모씨는 우리 회사에 이사로 있다가 작년 8월 발을 빼시고 현재는 잠적 상태인가봐요

그 와중에 알게 된 여러가지 사실들 중에 N 사에서 삼화저축 은행도 인수하려다가 실패되고 엮인게 많은것 같아요

자세한 사항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주식 하시는 분들은 저희 회사 얘기를 많이 듣고 아시리라고 생각해요

지금 팍스넷 등에서 난리가 났거든요

사상 초유의 금융사기 . 뭐 이런식으로 기사 뜨고 회사가 참 뒤숭숭합니다

아직 회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직원들은 모두 동요하고 있는 상태에요

 

어제 이직 문제를 상담했었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 아마 회사가 정리매매 되고 누군가에게 인수가 되어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연구소나 영업팀 같은 핵심 부서만 남고 모두 구조조정 대상이 될수도 있는 모양이에요

제목과 다르게 너무 서론이 길었네요

 

이 사태를 두고 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우리 직원들.

그리고 개미투자자들이네요.

분명히 이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장본인들은 큰 돈을 챙겼겠지요.

갑자기 아무리 노력하고 살아도 약자는 평생 약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삶의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런 기분은 단시간에 느껴진 기분은 아니에요

그래도 삶에는 희망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누구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약자 쪽에 위치한 평범한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 해도, 늘 행복에 가까워지려고 발버둥 치고

마음이 아니라 삶 자체가 평온해지고 윤택해지고, 행복할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심하게 무기력합니다.

 

이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중에서 강자쪽에 위치하고 계신 분들은 거의 없을지도 몰라요

도대체 사회적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얼마전 듀게에서 느슨한 독서모임에서 거론되었던 소수의견 책을 읽었어요

씁쓸하고 마음이 아프고 힘들더라고요

 

어렸을때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때도 그렇고 ,  쌍용자동차 노조를 보면서도 그랬고,

용산 참사를 겪으면서도 그랬고, 삼성 반도체 사태를 보면서도 느낍니다.

나도 사회적 약자일 뿐이라고요.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노력을 해도 평생 약자일꺼라고_

그렇다고 주저 앉아 슬퍼만 할수는 없잖아요

할수 있는 작은것부터 하나하나 해보면 되잖아요

물론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꼭 그게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올것이라는 보장은 없는것도 압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것과 모른척하는것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만이라도 나보다 좀 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한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려요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 노조나 KTX승무원 노조나 삼성반도체 사태나

제 주변에서 많이들 그래요.

좀 더 돈 많이 받아볼려고 저러는거다.

보상금 많이 받아 쳐먹고도 욕심나서 그러는거다.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생존을 걸고, 삶의 모든걸 걸고 억울하게 소중한 가족을 걸고 사회적 약자가 될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한번이라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는 이런 저더러 니가 순진해서 잘 모르는거야 그러기도 합니다만.

모르겠어요 제가 순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라면

전 그냥 평생 순진하게 살고 싶어요.

 

회사가 아작 나고, 어쩔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고

( 물론 저는 다른 직원들 보다 덜 마음아파 하고 있는것 같긴 하지만요 )

이달 월급은 나올까 . 회사에 남으면 다음달 월급은 나오긴 할까. 숱한 고민들을 하면서 동요하고 있을

지금 우리 회사 직원들도  피땀 흘려 모든 돈으로 조금씩 투자해왔는데 한순간에 날라가게 생긴 소액 주주들도

지금 이순간은 모두 사회적 약자인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은 언젠가 한번쯤은 어딘가에 털어놓고 싶었어요

이런 생각들 때문에 더더더더 우울해지는것 같네요

 

쓰려던 내용들이 정리가 잘 된건지도 모르겠고 마지막엔 바낭성 뻘글이 되어버린것도 같긴 하지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07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6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591
34 FTA ISD 이거 말이죠 [4] 레드필 2011.11.01 1097
33 아래 극장 프로포즈를 보면서... 연애낙오인생막장 2013.10.28 1199
32 잘난놈들? 못난놈들? 밥값도 못하는 놈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사는 세상? [2] 고인돌 2013.04.09 1255
31 좀 전에 읽었던 글에 댓글 달려고 들어왔는데.. [2] 13인의아해 2012.09.05 1380
30 아래 50년뒤 글 보고... [3] 스코다 2013.02.25 1397
29 [바낭] 듀게에는 콘솔게임덕후가 몇명이나 있을까요. [23] YiLee 2011.09.08 1609
28 [가이드 요청] 만화,애니 지망생 진로 관련 조언을 구합니다. [8] 고인돌 2010.12.11 1720
» 약자와 강자.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7] 민트초콜렛 2011.03.30 1754
26 여기는 잠실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처음 글 써봅니다! [3] chobo 2010.09.29 1847
25 [기사] 김황식 총리 “부모 부양 국가 부담이 국격에 맞냐?” 논란 _ 옳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5] 고인돌 2010.11.06 1890
24 [듀나인] 고냥이들과 첫 여름 걱정 [5] 밤새뒤척 2014.05.19 1953
23 <듀나 IN>1. 제 컴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2. 서민의 야식 김치 쌈말이 밥 [5] 젤리야 2011.03.14 1971
22 연휴 마지막 날 [4] 푸른새벽 2013.09.22 2045
21 정부 운영은 되고 있나요? [2] 닥호 2013.03.22 2093
20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시작시간 오전 11~12시 유력 [5] chobo 2010.12.20 2170
19 [바낭] 오늘 레인보우 컴백 무대 + 카라 토쿄돔 공연 영상 몇 개 [6] 로이배티 2013.02.14 2332
18 안경탈출!.swf (자동재생) [6] 루아™ 2012.08.12 2341
17 '반값 등록금'에 대한 다른의견. _ 전국공업고등학교장회 회장의 글. [8] 고인돌 2011.06.16 2354
16 원론적인 질문 하나...(악마를 보았다를 본 후) [4] 아.도.나이 2010.08.21 2497
15 버스커 버스커 보컬 보면 이 사람이 생각나요. [3] 자두맛사탕 2011.10.03 25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