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볼수록 이번 곽교육감 사건은 여당에게는 엄청난 호재인듯 합니다.

당장 주민투표 이슈는 사라졌죠. 며칠 반짝 밖에 못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세훈이 10월 국감까지 받고 사퇴하길 바랬습니다. 그래야 재보선을 내년 4월에 치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세훈은 냉콤 사퇴해 버렸고, 이 분위기로 추석 지나 10/26 재보선으로 가면 서울시장 자리가 다시 한나라당에 오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곽교육감 사건이 터지고나서 아무도 오세훈이나 서울시장 재보선 신경을 안씁니다. 


서울시장이건 총선이건 한나라당의 최대의 위협은 '야권 단일화' 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단일화 = 뒷거래'의 등식이 생겨버렸습니다. 

단일화시 선거운동비용 보전이 관례든 아니든 이제 사람들에게는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는 후보는 모종의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게 각인되어 버렸죠.


이 등식을 깨기 위해서는 사전단일화 밖에 답이 없습니다. (사실 사전 단일화를 해도 한나라당은 뒷거래라고 공격할거고 그게 꽤 먹힐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 밖에 답이 없다는걸 체득하면서도 그게 어려웠습니다.

오픈프라이머리로 가자니 지역기반이 탄탄한 민주당이 대부분 경선에서 이길것 같은데, 진보3당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죠.

이러니 저러니 싸울 수 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자당의 지역위원장을 버릴 수 없고.. 진보정당들은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죠. 지역기반이 탄탄한 지역위원장이 열 받아서 같은 보수계열인 한나라당으로 붙어버릴 수도 있고,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조금만 삐끗해도 실망하고 기권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니 '대승적으로 민주당이 지역별로 양보해라' 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또, 지난번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패배에서 진보당들도 학습한바가 있을 겁니다. 무작정 양보하라고 윽박지른다고 된다는게 아니라는 것을..


결국 그래서 사전단일화도 못하고 지지부진 하다가 후보등록하고 선거유세기간에 돌입하게 되면... 사퇴도 못하고 끝까지 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한나라당 압승.. 짠. orz..


요즘 뜬다는 문재인 이사장이나 다시 리부트 한다는 정동영 의원이나 노회찬, 유시민 같은 진보의 리더들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지 궁금하네요.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내년 야권 통합 대선 후보 레이스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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