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시표로 성신여대 CGV에서 보고 왔습니다. 나름 디지털 상영이었네요.

 

화제작 답게 사람들도 가득 찼고 커플들도 많았습니다. 이걸 데이트 무비로 삼은 것은 좀 이해가지 않았지만요.

 

영화는 기대를 많이 안하고 갔지만 그럼에도 그저 그랬습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잘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모자란다는 평소 생각을 재확인해주더군요.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걸렸습니다.  개연성은 물론 엉망이지만   이쪽 장르의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하지만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좀 그렇더군요.영화에서 이병헌은 국정원을 뒷문으로 취직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바보같은 복수방법을 택합니다. 최민식과 같은 A급 사이코를 풀어놓고 주변에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 천천히 칠종칠금의 고통을 주겠다는데 이것은 결코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작전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많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종칠금은 강행되고 필연적으로 사방팔방 불필요한 민폐가 발생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을 택하는 바람에 복수가 시들해졌다는 점입니다. 극의 전개상 폭력 강도도 낮아질 수밖에는 없는데다가 아무리 봐도 최민식이 그리 괴로워하는 것 같지가 않거든요. 이 모든 것이 헛짓이었다는 것은 영화 끝에서 분명하게 들어납니다. 따라서 복수극으로서  통쾌함은 반감되고 전개가 늘어짐으로 해서 영화가 지루해져 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 진행에서 힘이 빠지니 불완전연소하는 결말과 함께 영화가 지리멸렬해져 버렸고요.

 

영화의 복수가 그닥 통쾌하지 않은데 이를 복수 자체가 얼마나 허망하고 무의미한가를 나타내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근데 영화에서 이병헌이 하도 닭짓을 해대서 '이건 쟤가 멍청해서 그래. 좀 더 공부하고 노력하면 제대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어. 나라면 말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등급문제 등 개봉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고어 강도는.....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약했습니다. 삭제 전 버전을 좀 보고 싶은데 그간 한국영화 기준으로도 그닥 잔인하다고 보긴 힘든 것 같습니다.  5년전에 이미 혈의누에서는 능지처참장면이 나왔습니다. 물론 이런데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나 영화에서 피해자들과 나이대가 같은 여성들의 경우 완전히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고어 자체의 강도나, 고어를 통해 관객을 감정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최신 고어영화에 단련이 된 사람들에겐 솔직히 농담거리도 안될 것입니다.

 

그래도 좋았던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최민식은 매우매우 짜증나는 괴물을 잘 소화해 냈습니다. 마스크부터 딱이지 않습니까? 중간에 최무성이 일장 연설로 그가 사악한 개자식이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택시강도 시퀴언스도 멋졌습니다.

 

결국 고어도 기대했던 것에 한참 못미치고, 복수극으로서의 통쾌함도, 스릴러로서의 긴장도 재미도 찾기 힘든, 그냥저냥한 영화였습니다. 재감상이나 블루레이를 살 일은 절대 없을 듯 하고요. 저라면 별 네개 만점에 두개 반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PS. 최민식에게 적합한 복수는 무엇일까요? 그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닌 짜증으로 보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안되는 것을 정말 참기 힘들어하고 그것을 폭력으로 관철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팔다리(혀는 어떨까요?)를 잘라내고 풀어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극도로 짜증을 내는 인간인데 이렇게 해놓으면 매순간 극도의, 그러나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짜증에 허우적거리지 않을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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