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죠. 

딱 제가 제주에 있을 때부터 게시판이 맛이 가 얘길 할 기회가 없었는데  2박3일 여행 중 마지막 날

평생 재수없는 일 랭킹에 들만한 일을 겪었습니다.


성산포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던 중 

친구 사이인 여자분 두 분과 함께 다음날 성산일출봉에 올랐다 우도에 가기로 했습니다.

계획없이 떠난 여행이라 마지막 날까지 뭘 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얘길하다보니 

우도에 가겠다고 하기에 함께 가기로 한 거죠. 우도를 여유있게 둘러보려면 

차를 갖고 가거나, 섬에서 렌트를 하거나 섬을 순회하는 버스를 이용해야하는데 

셋이 차를 한 대 갖고 들어가면 도선비도 절약되고 편할 듯 했거든요.


성산항에서 우도까지는 배로 10여 분 정도. 우도가 성산포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라

오가는 시간은 얼마 안 되더군요. 섬에 들어가 슬슬 돌아보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갔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부비부비 애교를 부렸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주변엔 우리밖에 없었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고양이 녀석이 무려

오드아이냥이었습니다. 실제로 오드아이냥을 본 건 처음인데 통통한 녀석이 와서

부비부비까지하니 마냥 예뻐서 만지작만지작 같이 놀았어요.

그런데 가만히 제 손길을 느끼며 누워있던 녀석이 제 손을 슬며시... 갑자기 콱 무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슬며시 물더니 그대로 점점 힘을 꽉 주더군요. 


전 녀석이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문 거라 처음엔 놀라지도 않다가 

녀석이 힘을 꽉 주는 바람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렇게 저도 모르게 신음을. 

워낙 세게 물린터라 손을 뺄 수도 없었는데 누운 채로 제 손을 꽉 물던 녀석은 

그대로 다시 슬며시 손을 놓더군요. 손을 보니 어찌나 깊숙히 물렸는지 엄지 손가락 아래 관절쪽에 

구멍이 뻥 나서 살 속으로 흰 뭔가가 보이기까지 했어요.

처음엔 저거시 뭐다냐. 설마 내 뼈다냐. 흐미... 어쩌지. 막 이러면서 아파했는데 

이상하게 또 피는 안 나길래 아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화장지로 꼭 누르고 말았습니다. 

그제서야 고양이 목에 무니까 만지지 말라고 쪽지가 써 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 후 우도봉에 올랐다 다시 성산포로 나와 아쿠아플라넷에 갔는데 그때부터 손 상태가

점점 심상치 않더군요. 손이 점점 붓고 아파서 아쿠아리움 구경도 제대로 못했어요.

오후 7시 비행기였는데 렌터카를 반납할 때 쯤엔 아예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태.

광주 공항에 도착해 주차해둔 차를 타고 집까지 올 땐, 손은 가만히 있어도 아픈데다 

비까지 내리는 야간 고속도로를 왼손으로만 운전하려니 진짜 기절할 지경이었습니다.


동네에 와서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야간진료를 보는 병원에 가서 파상풍 주사와 

항생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왔습니다. 당직 의사는 주사 맞고 약 먹으면

별 일은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다음날이 돼도 증상이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심하게 붓고 통증도 심했습니다. 다시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물린 부위가 관절쪽이라

별로 좋지 않다고. 잘못하면 치료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물어보니 처음 물렸을 때 바로 병원에 가 치료를 했어도 하얀 근막이 보일 정도로 깊이 

물렸기 때문에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대요.


일단 좀 더 센 항생제를 맞고 약도 다시 처방받았는데 그날 밤도 손이 욱신거려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태가 계속 됐습니다. 결국 의사의 권유대로 회사에 연차를 내고 입원.

사흘간 병원에서 먹고 자고 주사맞고 자고 먹고 주사맞고. 항생제 샤워를 제대로 했습죠.


제가 원래 밤에 술먹고 집에 들어오다 길냥이와 마주치면 슈퍼에 가서 소세지라도 

사서 주고 가야 맘이 편한 사람이라 아무 경계심없이 고양이를 만지작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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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케 와서 부비부비하는데 그냥 갈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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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저 말고 저분이 병원 신세를 졌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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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전혀 귀엽지 않네요. 





혹시 우도에 가신다면 오드아이냥이 와서 부비부비해도 절대 만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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