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 카페 이야기를 보다보니 왜 세상에 노키즈 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시끄럽습니다. 생각없이 뛰어다니고 사고도 많이 납니다.

일단 저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 시끄럽고 제멋대로지만 귀엽고 저 나이 때는 그러고 놀 수도 있지. 그런 생각이 좀 들곤 해요.

물론 신경이 예민할 때나 잠이 부족해서 피곤할 때면 애들이 근처에만 와도 피하고 싶지만요.

 

 

제가 은퇴를 해서 카페 주인이 된다면 하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진짜 카페 주인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요.

사실 시끄러운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음은 불쾌하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휘젓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건 신경을 거슬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카페에 오는 걸 금지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내가 좋아하는 예쁘고 조용한 이나영과 하루키 아저씨만 받을 수 없잖아요.

시끄럽고 정신없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소음. 그 정도는 감수할 각오는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루종일 카페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애들 노는 건 보다보면 재미있고 귀엽거든요.

그리고 시끄러운 건 애들만이 아니라 어른도 있습니다. 아래 글을 보다보니 노키즈 존이 생기면 노 어르신 존, 노 아줌마존 이런 것들이 연달아 생길 수도 있다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식이든 과도한 사회 결벽증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카페 주인이 된다면 노키즈 카페로 운영할 것 같습니다. 일단 안전 사고의 문제입니다.

과거 특정 영업 장소에서 아이들의 안전 사고가 난 경우 업주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래 몇가지 사례를 찾아 봤습니다.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112300008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183164

 

 

한 가지는 식당에서 아이가 뛰다가 종업원과 부딪혀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은 사건, 다른 하나는 공중 목욕탕 온탕에서 나오는 물에 아이가 화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부모의 책임이 30% 인정되었지만 70%는 업주의 책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다고 식당에서 뜨거운 물을 서비스하지 않을 수도 없고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을 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총알같이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퀵실버같이 피하라고 종업원을 교육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물건을 떨어트리고, 무언가를 엎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부모든 자영업자든 이것을 100% 통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가둬놓고 하루종일 부모들이 쫒아다니면서 감시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피치 못하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위험한 것들에 노출된 시기를 극복하고 살아 남았습니다.

물론 부모와 사회가 최대한 이 불행한 일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아이들을 안전 사고에서 100% 보호하려면 하루 종일 방에 가둬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결코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건 장려되어야 합니다.

 

 

다만 저는 사람들이 아이가 다치는 일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아이는 운이 나쁘면 뜨거운 물에 데이고 넘어질 수 있어요. 물론 이건 아주 불행한 일이고 방지해야 할 일이기는 합니다. 특히 부모님들은 아이가 다치면 가슴이 아프고 화가 치밀 겁니다.

그런데 그 분노의 기저에는 '내가 아이를 방치해서 아이가 다쳤다'라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과 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진상 어머니들은 애꿎은 종업원들과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그 화를 돌립니다. 당신 때문에 내 아이가 다쳤다고요.

저는 그 부모들이 죄의식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본인의 부주의함을 탓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100% 당신의 시선을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은 슈퍼맨이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당신은 나쁜 엄마가 아니라 그냥 불행한 일을 당한 엄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게 주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사회 시스템이 개인 업소에서 아동들의 안전 사고를 업주에게 지우는 이상 저는 노키드 카페를 지지할 것 같습니다.  

접시물에 코빠져 죽고 눈 돌리면 사고치는 게 아이들이에요. 저는 제가 낳은 아이도 아닌 그 아이들을 책임질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좀 과민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의 판결은 국가가 분노한 부모들을 달래기 위한 위로금을 업주에게서 착취하는 것 같아요.

 

만약 아이들의 안전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전 몇 명의 아이든 카페를 오픈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을 향해 향한 사회 결벽증은 부모님들의 아이에 대한 결벽증과도 직결됩니다. 우리 아이에게 위험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는데 극도로 예민한 부모들 때문에 덩달아 사회도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사례들이 어떻게 판결되는지 궁금하네요.

북미 같은 곳에서는 안전 사고 배상에 대해 엄격하기는 하지만 만만치 않게 무책임한 양육자에 대해 친권 박탈 같은 제도도 강한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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