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4 16:47
밤에는 날벌레에 시달리며 며칠을 보내고 있는 중, (벌레와 비둘기에 시달린 나날 - 1부 날벌레 편 보시려면 클릭! <----) 아침에 침대에서 단잠에 빠져 있는데, 구구~ 구구~ 소리가 들려옵니다.
혹시나 해서 발코니를 보니 비둘기 두 마리가 발코니에 있네요!
금방 날아가는 것도 아니고 계속 머물고 있습니다.
원래 홍과 저는 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갈매기도 그렇고, 비둘기도 그렇고 별로 안 좋아합니다.
특히나 예전에 콜 하버에서 피자 먹다가 새들에게 포위를 당한 사건 이후로는 더더욱 싫어지게 되었어요.
(새 포위 사건 보시려면 클릭!) <---
하지만 밴쿠버에는 각종 새들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은 잉글리시 베이에 가깝고...나름 높은 층수라(10층입니다), 종종 새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증거 포스팅 보시려면 클릭!) <---
집에서 고기 구워 먹고 있으면 냄새를 맡고 날아온 건지 갈매기가 발코니에 앉아 '꼭 달라는 건 아니지만, 굳이 준다면 마다하진 않겠어.'란 표정으로 애써 고개는 우리를 외면하지만 막상 날아가지는 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 적도 몇 번은 있었고요.
(하지만 절대 주지 않았어요. 혹시 맛 들이고 재미 들려서 매일 찾아오면 어떡하라고요 ;ㅁ;)
근데 요즘 갈매기가 뜸하다 싶더니 갑자기 비둘기들이 날아오기 시작한 겁니다.
비둘기들 날아올 때 마다 쫓고 쫓고 쫓았지만, 비둘기들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날아왔고, 저희는 아침잠이 많았을 뿐인 거죠.
그러던 어느 아침! 또 구구구~ 소리가 나길래 발코니 문을 열고 비둘기를 쫓았어요.
근데 오늘은 여느때와는 달리 한 번 쫓아내면 몇 시간 뒤에야 다시 날아오는 게 아니라 자꾸 자꾸 금방 돌아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금방 다시 돌아오는 비둘기의 입에 뭔가가 물려 있습니다?
쫓아내면서 자세히 보니까...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있습니다!
아니, 왜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왔을까 해서 발코니에 나가 샅샅이 살펴보니...
오, 맙소사. 저희 일어나기 전에 비둘기들이 물고 온 나뭇가지가 한 무더기나 쌓여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 놈들이 둥지를 제작 중 이었던 겁니다. 둥지 제작에 착수하고 있던 걸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그저 쫓기만 했을 뿐이고, 그들은 마저 완성하기 위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돌아왔던 거죠.
아, 사실 발코니에 요즘 제가 쌓아 놓은 것들이 많습니다.
ㅇ님과 ㅍ님이 귀국하시면서...여러 가구들을 주셨다고 했잖아요.
붙박이 신발장에 책상에 식탁까지 말이죠. 집 안에 들여놓고 남은 신발장이니 책상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발코니에 놓아두었 거든요.
신발장 사이나 책상 아래 같은 공간들이 그네들 눈에는 바람도 잘 안 통하고 나름 아늑해 보였는지, 가구들을 놓아둔 이후 부터 날아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둥지까지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완성 후 발견한 게 아니라 한창 제작을 위해 재료 수집 단계에서 발견한 거라, 당장 나뭇가지들은 던져 버렸죠.
아쉬움을 못내 떨치지 못하고 몇 번 더 방문하던 비둘기들은 완고한 저의 수비 태세에 질린 것인지, 몇 시간이고 모아온 나뭇가지를잃음에 실망한 것인지 더 이상 발코니를 방문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발코니에 있던 쓸데 없는 것들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버릴 건 버려서 덜 아늑하게;; 꾸미기도 했고요.
이상 벌레와 비둘기에 시달린 나날들 이야기 마칩니다.
요즘엔 날벌레, 비둘기에 시달리지 않아요. 걱정마셔요. 밴쿠버의 여름을 오롯이 즐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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