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로스에서 이렇게 펜을 듭니다. 


블리자드의 추억팔이 연작 중 하나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많은 왕년 혹은 현역 와우저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게임의 미래에 회의적이었더랬습니다. 

하지만 중년에게 추억팔이란 또 얼마나 강력한 무기입니까. 

한때 호드의 대의에 젊음을 바쳤던 저는 7일 결제를 통해 간단히 맛만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20여일이 지나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리분별을 시작하였답니다. 


이렇게 게임에 몰입해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들은 꽤 많았습니다만, 

대체로 발전된 기술에 감탄하는 것이 주 감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야 멋지네 하고 감탄하며 한시간쯤 플레이하다 

뭔지 모를 피로감에 종료버튼을 누르고 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래픽도 (05년 그래픽보다야 진일보하였지만) 구리고 퀘스트는 대체 어디서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느릿느릿한 뜀박질로 하염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이 게임은 최근 10여년간 느끼기 힘들었던 몰입감을 주더군요.

내가 오크인지 오크가 나인지 모를 물아일체의 경험, 퇴근후 내비게이션을 오그리마에 찍어야 할 것 같은 강박.

 

전형적인 '라떼는말이야'류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인생을 걸고 플레이 했던 경험이 단지 젊음의

잉여력에서 기인했던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최근 나오는 게임들(특히 rpg류)의 강력한 편의성

이 실은 게임성을 해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블리자드에서도 이런 성공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인 흥행 성공에 서버를 급히 늘려가며

대기열에 지쳐 터지는 원성들을 잠재우고 있으니까요. 퇴근을 빨리 해야만 성공적으로 접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직장인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물론 대기열이 길면 장점도 있지요. 그간 밀린 빨래를 한다든가, 청소를 한다든가,

밑반찬을 만들어 놓는다든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도 돌리고, 이렇게 듀게에 글도 쓰...아 접속이 되었군요. 그럼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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