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자를 읽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병과 아픔, 죽음등에 대해 남들보다는 많이 생각하고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만 봐도 그건 좀 오만한 태도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심각하게 아파본 적도 주변에 그런 환자가 있었던 적도 없습니다. 두분다 칠순을 넘기신 부모님하며.. 뒤늦게 얻은 아이들도 감기 정도가 제일 큰병이었으니까요. 저도 집사람도 딱히 어디가 아프지 않고 친구중에서도 죽거나 아픈 애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고통과 아픔은 늘 타인의 것입니다. 아만자(아만자는 암환자를 이르는 말입니다..)는 암에 걸린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통증과 심경의 변화와 주위 사람들에 대한 카툰인데 잔잔한 내용과 달리 보는 이의 마음에 무거운 돌을 던져 넣습니다.

 

아픈데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일종의 축복이라는 걸 아파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그 아픔을 내가 대신해줄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막상 그렇게 할 수 있다해도 선뜻 나설수 있을지 모를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픔은 늘 개인적인 것이고 한순간에 소멸하는 대량살상무기보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천천히 내부적으로 소멸시키는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도 완전히 파괴하고 말이죠.

 

남이있는 사람의 슬픔 또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결코..

 

책 한권으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다가 또 세월호에 마음이 가 닿습니다. 바닷속에.. 아이를, 부모를, 친구를, 친척을 묻어버린 사람들..

 

아픔은 슬픔을 낳고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또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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