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중반이후부터 좋았습니다. 

 제주도 해안의 그 집을 엄태웅이 갑자기 초사이언으로 각성한듯이 밤을 새며 목수질까지 하며 메달리는

 매우 비현설적이면서 동시에 건축학도들의 원시적 판타지 혹은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장면들이 시작되면서 아주 매우 좋았어요.

 

 감독이 건축학도 출신이었다니 아마 그런 부분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었을 것이라고 봐요.

 

 듀게에서도  매우 논쟁이 되었던 쟁점들은 모두 패스할게요.

 제가 덧붙일 새로운게 없기도 하거니와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전혀 다른 영화를 혼자 만들어 보다시피 해서;;;

 

 

 1. 사람들이 왜 수지 수지 하는지 지난 힐링캠프와 더불어 확실히 알거 같습니다.

     이 츠자.... 참 매력덩어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는거;;;

     초반의 캐릭터가 영화 후반부에서 어이없게 사라지는것이 참 아까웠어요.

     뭐.... 더 좋은 기회가 있을것이고 그 때를 위해 아껴둔 것이라 정신승리? 해봅니다.

 

 2. 서울에서 정릉이라는 동네의 장소성,  엄태웅집의 일그러진 철문, 제주도집을 신축이 아닌 시간의 흔적들을 살리는 리모델링 방식으로 개축한것,

     제주도집 담벼락의 키 잰 흔적, 마당의 조그만 자꾸지속의 꼬마 발자욱 그리고 개축후 연못으로 되살아난 자꾸지속을 내려다 보는 아버지

 

     건축학개론은 '시간의 흔적'들을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맬로라는 대중적인 스토리와 건축공간이라는 시작적 효과를 씨줄과 날줄로.....

 

 3. 좀 아쉽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좋은 소재와 메세지로 더 멋진 영화를 만들뻔 했는데....하는 아쉬움입니다.

     특히 논란이 많이 발생하는 그 부분 이후에 캐릭터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듯하면서 김이 빠지는거 같았어요.

    

     감독이 학교다니면서 공부만 하거나 술만 마시거나 했지 정작 연애는 제대로 못해봤나?  아니 졸업 이후 지금까지 연애질 제대로 못해봤나? 하는 -_-;;

 

 4. 빠듯한 예산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영화의 운명만큼이나 어수선하고 위태로왔던 영화 후반부에 대한 실망감은 영화의 마지막에

    (그 전에 살짝 살짝 새어 나오던) 노래가 영원할것만 같은 제주의 아름다운 수평선 너머로

     시원하게 울려퍼지며 관객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정 그렇다면 뭐....하고 물러터진 저 같은 관객은....

 

 5. 제주도 서연의 집은 건축학도들이라면 다들 한번씩은 해보고 싶어했던 여러 디자인 요소들이 백화점처럼 모여 있더군요. 매우 많이 부러웠어요.

     * 전에 듀나게시판에 태풍에 서연의 집이 파손되었다는 글이 있었는데 댓글중 해변가 건물에 통유리창을 둔 것은 에러였다는 댓글이 있었어요.

        변명?을 하자면 통유리창은 아니었고 폴딩윈도우 방식으로 풍압에 불리하지만은 않는 윈도우에요. 

        그리고 창의 외부에 큰 목재로 된 방풍창을 슬라이딩도어 방식으로 설치해서 풍압에 대비했어요. 멋지기만 한게 아니라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건축적인 해결을 기술과 미학적으로 그럴듯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사정은 저도 잘 모르지만 집이 파손된  것은 다른 요인들이 있을거 같아요.

 

      * 최근 개조를 끝낸후 사진을 보아도 그 방풍창과 폴딩윈도우는 그대로더군요.  http://bihea.tistory.com/291

 

 6. 건축학개론 수업을 하던 교수님, 그런 강의하던 분이 제가 다니던 학교에는 없었어요.... 다른 학교에도 아마 없었을겁니다;;; 아마 감독의 판타지가 작용된게 아닐까 싶은;;;

     당연히 그런 수업을 듣고 싶었죠.  '건축학개론'이라는 책들 교재들 자체가 이미 그 강의 내용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을 먼;;;;

 

 7. 깨알같이 등장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많은 건축학도들이 베낭메고 전국을 돌아다니게 만들었던

 

 8. 교양과목으로 사진학개론이나 도학개론 수업을 미대생하고 같이 들었던적 있었어요. 

     그 수업에 미대생들이 많이 듣는다고 그리고 그런 수업에서 미대여학생들에게 작업걸 기회가 많다고해서 꽤 인기있었죠;;; 

     (미대여학생들은 다만 건축학과생들을 과제셔틀로 생각했을 뿐이고....)

 

 9.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 노화가 일찍옵니다.....35세의 건축설계사무소의 팀장.....은 밤을 안샙니다. 새면 죽어요.  이미 그럴 체력이나 짬밥이 아니죠. 

 

 

   여하간 제게는 이 영화가  '시간의 흔적'에 관한 영화로 기억될거 같네요.

   그리고 최근 제 작업에 무언가 매너리즘 비슷한게 있었는데;;;  밑도 끝도 없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극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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