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서 초저녁에 서울역에서 종로까지 걸어갔어요.

명동 막 통과하는데 커플이 길을 묻더군요.

 

"명동 밀리오레가 이쪽인가요?"

"아, 예, 저 길로 조금 가시면 바로 나와요."

"얼마나 걸릴까요"

"5분만 걸어가시면 되요."

"그런데 여기 사시는 분이세요, 그냥 지나가는 분이세요?"

엥, 이런 건 왜 묻지? 말을 잇다보니 저희가 수련하는 학생들인데요... 어쩌고 저쩌고...

 

아우 속았다. 매몰차게 돌아서 다시 걸었습니다. 

을지로에서 어떤 남자가 길을 떡 막더군요. 눈빛이 뭔가 흐리멍텅한 게 아이씨 또 걸렸구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기요, 맑은 기운이 저를 불러세우....네...요...."

마지막 '네요'는 그 사람이 소리를 질러야 할 만큼 쾌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종로와서 이번에는 누가 제 옷깃을 잡아당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소스라치게 놀라 뒤돌아봤더니, 여자분이더군요.

"와, 월리다~"

"예?"

제가 빨간색이랑 흰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월리를 찾아라 말하는 거죠.

"살면서요 무슨 말씀 많이 듣지 않으세요?"

"악! 오늘만 세 번째에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저한테 왜이러세요?"

"세번째에요? 그래도 월린데 어떡해요"

무슨 소리야;;

 

다시 옷깃을 뿌리치고 도망쳤습니다.

그 사람들 뭔가 멍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을 노린다는데, 한 길에 세 번이나 만나는 거 보면 제 이미지 메이킹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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