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저에 대해 늘 신기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거에요. '성장이 없다. 변화가 없다. 인생을, 시간을 날려 먹는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손도 못 댄다.'

 

저는 이유를 몰랐어요. 왜 내가 성장하지 못하는지. 나이가 먹어도 전혀 변하지 못하는지. 성격도 재능도 바지런함도 커리어도 도무지 발전이 없이 왜 늘 같은 자리에 뱅뱅 맴도는지. 무책임한 것도, 성실하지 못한 것도, 남들은 다 지키는 최소한의 것도 제대로 못 해내는 것도,  늘 하던 방식대로 시도하다 좌절하길 반복하는 것도, 어떤 일에 관심 가지게 되면, 극초창기에는 잘 하는 것 같다가 초반만 넘어가도 남들에게 뒤처지고, 아니, 그전에,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빨리 뚝 떨어지고. 늘 관심분야가 빠르게 바뀌고 재미로 얕게만 건드리다가 말아서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지 못해, 뭔가 차곡차곡 쌓아가며 성장하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고.  특히 저는 현실에서 받은 피드백에서 전혀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어요. 삶 속에서 학습 능력이 전혀 없달까. 변화가 없달까. 실패했으면 뭔가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데,  늘 익숙한 그 방식대로 살아갔어요. 그리고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나가떨어졌죠. 가끔, 계속 쉬다가 에너지가 좀 쌓이고 주변 환경도 살짝 좋아지면 바드득대며 뭔가 좀 바뀐다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 있던 제자리로 정확히 돌아오곤 했어요.

 

잡다하게 바뀌는 관심사들 와중에, 가끔 정신이 나서 정말 하고 싶은 분야에 손을 대려 하면, 그 순간부터 제 귀에는 이런 소리가 웽웽 울렸어요.

 

'그거 하면 굶어 죽는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고, 특히 너 같이 나이 많고 자격 안 되면 가능성이 없다.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지금의 성격과 과거사와 현재 사는 꼴을 볼 때, 넌 안 된다.  넌 그곳에서 바닥, 비주류의 서클 정도 밖에 들어갈 수 없다. 이너서클은 절대 갈 수 없다. 그나마  불합리한 구조를 진정한 실력으로 이겨낼 수도 없다.  성실하지도 못하고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금방 포기하는 의지박약의 화신인 네가, 그렇다고 재능이 타고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들보다 떨어지는 네가, 대체 무슨 실력을 쌓을 수 있단 말이냐. 더구나 그 일로 돈을 버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혹은 도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볼 때 이런 이런 악기능이...(대체 이 생각은 왜?).' 

 

 저 말들이 현실적인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정말 중요한 것은, 저런 독백이 가진 기능이죠.  '정말 원하는 바로 그 분야에서, 넌 절대 안 돼. 시작도 하지 마. 그런 건 정말 뛰어난 사람이나, 성실함과 노력을 타고난 사람이나, 혹은 배경이 빵빵한 사람이나 하는 거야. 그리고 넌 그런 부류가 절대 아니지.'

 

이런 시그널을 받고 저는 진정한 관심사는 저 멀리 던져두고, 남들이 모두 다 원하는 곳이나, 돈도 그럭저럭 벌고 안정적인 곳, 혹은 먹고 살 만한 돈을 바로 주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요. 그리고 망해요. 그 분야에 재능이 있을리 없고,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을리는 더더욱 없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도 아니고  막말로 속물적인 성공 욕구가 부글부글 끓어서 '두고봐라 성공하고 만다.'고 이를 박박 가는 것도 아닌데, 저런 나이브한 사고 방식으로 대체 뭘 할 수 있겠어요.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저도 다른사람처럼 진취적이고 열심이죠. 문제는 '일이 제대로 안 돌아갈 때.'에요. 그때 저는 바로 기가 꺾여요.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왔어. 그런데 사실 난 여기에 진정한 관심이 없어. 잘 되든 말든...그냥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돈이 필요할 뿐인데.'  남들은 다 인생걸고 죽자고 덤비는 데 이런 나이브한 태도라니, 정신이 나간거죠. 그런데도 전 그러고 살았어요. 그러다 좌절감에 방안에 틀어박혀 폐인 짓을 하며 현실도피. '이야, 이번에 무슨 영화 잘 나왔다며?(영화잡지 섭렵) ..새로 시작한 드라마 진짜 재밌어(DC 드라마갤 출입)...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 전초전으로(정치관련 인터넷글 탐독)...현재 예능프로 중 가장 센스 넘치는 프로는 모시기모시기(오락프로 죽자고 시청)...'

 

그러니까 저는 성장하지도, 변화하지도 않고, 또 정말 원하는 분야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해요. 그리고 다른 곳을 슬금 건드렸다가 조금만 시련이 닥쳐도 푹 망가져서 돌아와요.  <Mindset>(한국어 번역본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 부글 출판)의 저자, 캐록 드웩이 저를 봤다면, '고정 마인드세트'의 전형이라고 판단했을 거에요.

 

 

 

 

 

15.

 

 

 <Mindeset>로 말할 것 같으면, 지은이의 말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날, 학생들이 나에게 몰려와 책을 쓰라고 거의 명령하다시피 졸랐다. 나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멋진 삶을 살아가도록 돕자는 뜻이었다...."로 시작하는 책이에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 역시나 '내가 이 교수님 학생이었다면 나도 몰려간 저 학생 무리 속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죠.  아, 캐롤 드웩은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았고, 콜럼비아, 하버드, 일리노이에서 심리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에요.  드웩이 하는 이야기들은 다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된 진리들이고요. (신념의 힘 운운 이야기를 하면 뭔가 아무나 막 쓰는 것 같은 자기계발서를 떠올리며 무시하실까봐 학벌 함 까고..-_-..)

 

하여튼 지은이의 말을 계속 인용해보죠. "...나의 연구는 심리학에 오랫동안 내려오는 한 전통을, 말하자면 사람의 신념이 지닌 파워를 밝히는 임무를 이어받고 있다. 그 신념은 당신이 자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신념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느냐 못하느냐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심리학의 이 전통은 또한 당신이 신념을 바꿀 경우, 아무리 단순한 신념일지라도 그 변화가 어떻게 당신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당신이 그저 천성이라고만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마인드세트 mindsset'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장애요소들 중 많은 것도 이 마인드세트에서 나온다..." 드웩이 이야기하는 마인드세트는 두 가지에요. 고정 마인드세트, 그리고 성장 마인드세트.

 

 인간에 대한 '과학'을 배우게 되면 꼭 맞닥트리게 되는 주제가 있어요. '천성이냐, 양육이냐.', '선천적 유전이냐, 후천적 경험이냐.', '타고난 재능이냐, 지독한 노력이냐.'. 양식 있게 진행된 모든 연구가 내리는 결론은 이거에요. '둘 다 맞아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 유전자의 한계 때문에 3m이상 커질 수는 없지만,  170cm 정도의 평균 키의 유전자적 가능성을 타고난 사람이, 후천적으로 운동과 좋은 영양상태로 잘 관리하면 180cm 넘게도 자랄 수가 있어요.  더 거시적으로, 우리는 삶의 악조건은 다 타고 났음에도 오직 의지와 노력 하나로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아주 드문 사례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하늘의 그 분이 특별히 총애하는 듯 싶은 재능을 가진 자 앞에서는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사례들 또한 무수히 접하고요. 선천과 후천은 동시에 존재하고, 둘 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마인드세트는 여기서 시작해요. 자, 선천과 후천, 둘 다 '객관적'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당신의 '주관적' 진실은 어느 쪽인가.   '둘 다 맞으니 적당하게...'  알량하고 얇은 이성의 영역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만, 당신의 삶과 더 나아가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인 무의식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 가지밖에 선택하지 못하며, 당신에게 진실은 오직 하나다. 자, 당신의 삶을 지배하는 '신념'으로 당신이 택한 것은 어느 쪽인가. 선천을 택했다면 고정 마인드세트를, 후천을 택했다면 성장 마인드세트. 

 

드웩은 이야기해요. "전문가들이 과학적 이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과, 이 관점들이 당신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20년에 걸쳐 실시한 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삶이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당신이 선택하는 관점에 따라 당신이 당초 목표로 잡은 그 존재로 성장하느냐 못하느냐, 또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달성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된다.'  에이, 고작 간단한 신념 하나가 성취와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겠느냐.  진짜에요.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을 곱씹다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인 청순의 모든 시간을 깡그리 날려 먹은 제 한심하고 멍청하기 그지 없는 삶의 구체적인 순간(이 저 부정적 신념 때문에 어떻게 어그러졌나 하는 자세한 과정)을 싹 다 까서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네요. 삶을 살아가는 의도대로, 자신의 신념대로,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됩니다. (아, 이 의도, 신념, 생각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이라는 것을 집고 넘어가야 겠네요. 너무 크거나 너무 깊어서 평소에는 인지가 잘 안 되지요.) 경제학인지에서는 '자기성취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건조한 단어로 설명하는데, 이 단어가 암시하는 '신념, 생각의 파괴력'을 직접 인생 속에서 경험하신다면 경악하실 겁니다. 그 힘은 흡사, '신'과 같습니다. 저는 하필 그 파괴력을 부정적인 쪽으로 경험했지요. 제기랄.

 

하여튼, 삶의 성취를 결정하는 저 무시무시한 '고정 마인드세트'와 '성장 마인드세트'라는 신념은 무엇이냐.

 

드웩의 책에서 설문을 뽑아보죠.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의 35-36페이지에서 인용합니다.

 

다음은 '지능'에 대한 설문이에요. 동의하는 것을 고르세요.

 

(1) 당신의 지능은 매우 근본적인 자질이어서 많이 바꿀 수 없다.

(2) 당신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의 지적 수준을 진정으로 바꿔놓지는 못한다.

(3) 당신의 지능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당신은 언제나 그 지능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4) 당신은 언제나 지적 수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다음은 자신과 사람의 성격, 개성에 대한 설문이에요. 동의하는 것을 고르세요.

 

(5) 당신은 특정한 부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그 부류 자체를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6) 어떤 부류의 사람이든 관계없이 당신은 언제나 성격을 상당부분 바꿔놓을 수 있다.

(7) 당신은 일들을 달리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당신이라는 존재의 중요한 부분들이 진정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8) 당신은 자신의 존재의 기본적인 것까지도 언제나 바꿀 수 있다.

 

 

1,2,5,7은 고착마인드세트, 3,4,6,8은 성장마인드 세트에 해당하는 설문답이래요. 1-4번 설문은, 지능, 성취 등 '정신적 능력'이 개입되는 상황에 관한 것이고,  5-8번은 성격, 개성, 대인관계와 관련된 것이에요. 그러니까 정리하면, 지능이든 능력, 성격, 개성등이든 어떤 자질이 타고난 것이고 미리 정해져 있다고 여기면 고착 마인드세트, 아니다, 무엇이든 그것은 변화가능하며 발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성장마인드세트에요. 둘 다 동의한다? 물론 그렇겠죠. 둘 다 일정 부분 사실인데. 그래도 사람은 분명 어느 한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어요. 내가 살아온 모습이나, 특히 타인을 평가할 때 쉽게 내뱉는 말 등에서 어느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 분명하게 나와요.

 

 

 

 

 

 

16.

 

 고착마인드세트의 사람들은, 재능, 자질, 성품은 '정해진 것, 고정된 것,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간단한 신념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낳아요. 자질이 타고나는 것이고 고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변치 않는 속성이고, 더 나아가 개인 그 자체이다. 높은 자질은 높은 인간적 가치를, 낮은 자질은 낮은 인간적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에 걸맞은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부모빽 돈빨 등등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그러므로 나는 인생에서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모종의 자질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타고난 자질이 없는 사람은 가치 없는 사람이고,  가치없는 실패자, 루저는 사랑받고 존경받을 가치가 없다. 세상에서 다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나도 나와 별 관계 없는 타인을 그런 식으로 판단한다. (뭐 나도 나쁜 놈은 아니니, 그런 사람들에게 동정은 간다.)  

 

이래서 고착마인드세트 사람들의 삶은 '타고난 나의 자질을 타인에게 제대로 입증하느냐 못하느냐'는 심판의 연속이 됩니다.  그들은 인생 길 내내, 자신이 사랑받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증거가 되는 재능, 자질, 성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입증해 보여야 해요.  스스로 머리는 좀 좋다고 생각한다면, 꽤 괜찮은 IQ가 '타고난 자질'이자,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증거 중 하나가 되겠죠. 실제로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그런 식의 칭찬을 받고 애정과 관심도 같이 받은 경험이 많을 거에요. '아주 총명한 아이네요.' '자식 머리 좋네. 똑똑해.', 가장 안 좋은 칭찬의 예로 '자식이 뺀질거리면서 노력도 안 하고. 그래도 머리는 좋아서 하긴 잘 하네.'. 그러면 머리로 뭔가를 하는 순간은 모조리 다 '내가 가진 근본 자질'에 대한 평가의 시간이 됩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질문에 얼마나 똑똑하게 대답하느냐 (그래서 내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로 보이느냐), 다른 이들은 어려워하는 것을 나는 얼마나 잘 해내느냐, 별다른 노력 없이도 생소한 분야를 얼마나 수월하게 해내느냐, 지금 하는 일을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얼마나 완벽하게 빨리 끝내느냐.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대학 좋은 대학원 좋은 학위를 받느냐 못 받느냐. 훌륭한 직장, 좋은 직위를 얻느냐 못 얻느냐. 그들에게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성공'이에요. 성공했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재능을 가진 것이라는 의미이고, 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의미니까.

 

 

특히 단 한 번의 시험, 예를 들어 입학(입사)시험이나 오디션, 전문가의 평가등은 자신의 근본적인 지능, 재능, 자질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어요. 타고난 자질은 워낙 번쩍번쩍 빛나서, 노련한 사람들은 될성 부른 떡잎은 바로 알아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고착마인드세트의 사람들은 평가받는 순간, 예컨데 시험이나 오디션등에서 오는 압박감에 아주 취약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학습해온 능력이 아니라, '고정된 재능, 더 나아가 내 존재가치'를 평가하는 자리거든요. 그리고 실패는 고정된 재능이 부정받은 것이고, 내가 부정당하는 것이에요.  실제로 그런 경험을 많이 했을거에요. 늘 시험을 잘 보아서 부모님의, 선생님의 사랑을 받다가 어느 순간 실패를 하면 득달같은 비판(을 가장한 비난과 '넌 타고난 자질이 없는 아이다.'는 평가)의 질타. 더 커서는 사회에서 잘 나가고 돈을 잘 벌 때는 사랑받고 주목받다가, 실패가 닥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냉담한 시선과 경멸의 눈초리. 그래서 고착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에 지극히 취약합니다. 사실 이 사람들도 일이 잘 되고 자신이 성공해 나갈 때는 성장 마인드세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많이 노력하고 열정적이며 성취욕구가 강하고 종종 진취적이기까지 하죠. 그런데 '실패'를 겪으면 모든 것이 달라져요. 한 번의 실패도, 그들을 규정지을 수 있어요. 실패는 곧 '실패자, 작오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실패의 가능성이 있는 도전을 극도로 두려워해요. 무모하게 도전을 했다가 '실패자'로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뭐하러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어요?  그래서 그들은 '도전'을 하지 않아요.  그냥 자신이 늘 잘 해 왔던 안전한 자리에만 머물러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되지 않겠느냐. 노력. 아, 노력. 캐롤 드웩은 말해요.

 

"어린 시절에 우리들은 재능은 있지만 산만한 산토끼와 느리긴 하지만 꾸준한 거북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다. 그 이야기는 느리지만 끈질지게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어 있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중에서 진정으로 거북이가 되기를 원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 이야기는 노력은 느림보들을 위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고, 또 느림보들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게 잠깐 실수를 할 때에만 몰래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암시를 던졌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능력을 타고 나든지, 그렇지 않으면 노력을 기울이든지...노력은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고착 마인드세트의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우리들에게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그 일에 능숙하지 못함에 틀림없다...진짜 천재들에게는 모든 일들이 매우 쉽게 풀린다...."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 pp.86-87

 

그들에게 노력은, 재능을 타고나지 않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에요. 자신이 정말 재능이 있다면, 지독한 노력 없이도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 해요. 원래 '타고난 재능'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무언가를 배우다가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바로 그 일에 급속히 흥미를 잃어버려요. '재미없어.' 그들에게 무언가가 재미있을 때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모든 것이 스무스하게 잘 돌아가고 자신이 그 일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때에요. 그래서 그들은 늘 자신에게 쉽고 재미있고 즐거운 것에만 집중해요. 그러다가 할 일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실패와 그 실패에서 피드백을 받아 고칠 것을 고친 후 다른 방향으로 도전하는 일이 필요해지는 순간,  그들은 그 일에서 등을 돌려요. 그들이 천재든 아니든, 처음 접하는 분야는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그들은 그 간단한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들은 어떤 분야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그 분야에 나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요. 그래서 그들은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에 도전하지 않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더는 성장하지 못해요. 노력하는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은밀한 신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에요.

 

특히 그들이 특정 분야의 성취를 진정으로 원하면 원할수록 더더욱 노력하지 않아요. 아니, 할 수 없어요. 그들에게 최악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실패하는 것이에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실패 했다면 '다음에 노력하면 된다.'는 방패라도 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는데 실패한다면? 끝이죠. 이런 파국을 맞이하느니, 차라리 노력하지 않는 것을 택하죠.그들은 실패를 견디지 못해요. 그리고 노력하는 것도 거부해요.  그래서 고정마인드세트의 사람들은 정말 원하는 분야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해도, 자신의 재능을 평가받는 자리라는 압박감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너무 간절히 원해서 오히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못하고 도망가는 그 이상한 기질 때문에, 제대로 시도도 해보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아요. 더 나아가 그들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열정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원하는 것이 생기면, 그것을 시도해야 하는데, 위의 이상한 사고방식 때문에 실패도 두렵고, 특히 최선을 다해 노력한 후의 실패는 최악이고. 그래서 그들은 아예 어떠한 것을 간절히 원하지 않아요. 무의식적으로, 모든 열정의 문을 꽁꽁 걸어잠그죠. 그리고 그들에게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것들을 이것저것 집적대요. 인생에 초점이 없죠. 초점이 없는 노력은 결실을 맺기 힘들죠. 아, 그들은 노력도 안 하죠. 아무것도 안 남겠네요.

 

그들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해요. 실패에서 배우기 위해서는 실패의 과정을 잘 살펴보고 무엇을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분석하여 고칠 것을 고치고, 다시 시도해야 하죠. 즉 '실패'가 아니라 '지금 방식은 좋지 않으니 바꾸라.'는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그 경험에서 학습해야 해요. 그런데 고정 마인드세트의 사람들은 실패 자체를 들여다보지 않아요. 실패가 자신의 재능에 대한 거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 자체가 너무 너무 끔찍하게 괴로운 거에요. 자신의 존재가 거부당한 그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 볼 마음의 여유가 도저히 생기지 않죠. 더구나 거기서 무언가를 배워서 재능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그건 원래 고정되어 있는건데. 내가 재능이 진짜 있었다면 적당한 시기든 전략이든 다 상관없이 무조건 성공했어야 하는데, 실패했잖아요. 그럼 끝인거에요. 그래서 그들에게 최선은 좌절감 속에 허우적대다가 적당히 덮고 견디는 것이 최선이고, 어떤 이들은 좌절감에 손에 쥔 것을 다 놓아버리고 현실도피를 하거나 각종 이상행위로 폭주해버리죠.

 

그들은 이상하게도 적절한 방법, 같이 하면 좋은 사람, 일하기 좋은 공간, 좋은 시기 같은 세심한 '전략'적 요소에 관심이 없어요.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노력하는 와중의 전략이 좋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초에 재능이란 워낙 빛이 나서 그런 자잘한 전략 따위 없이도 무조건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것인지. 사실 어떻게 하면 더 노력을 잘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략의 중요성을 피부로 못 느껴서일 수도 있죠. 이들에게 노력하지 않는 것은, 그냥 의지력이 문제인거에요. 아니, '노력하는 것'도 일종의 타고난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실제도 없는 의지력을 발휘해서 노력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노력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고 '의지력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 되는거죠. 사람들은 눈 앞에 음식을 가져다 놓고 '다이어트 중이니 먹으면 안 된다.'고 꾹 참는 것을,  '의지력'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해요. 그건 그냥 '고문'이죠. 적절한 전략을 짜야죠. 뷔페를 자제하거나 음식과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만남을 당분간 자제하거나, 집안의 간식을 다 치우고 냉장고도 싹 비우는 등, 눈앞에 음식이 놓여있는 상황을 피하도록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데 그 의지력인지 뭔지 하는 정신력을 써야죠. 또 자기가 생각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 했는데 잘 안 된다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 혼자 똥고집을 부리면서 자기 방식만 고집할까요. 특히 자신의 의지력인지 뭔지가 약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리고 잘 관리된 프로그램과 적절한 선생님 혹은 트레이너 밑에서 가르침을 받으며 철저한 규율 속에 훈련할 기회가 혹여 존재한다면 꼭 잡아야 하는데, 그건 왜 거부하는 걸까요.

 

그들에게 동기는, 흥미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에요. 동기를 유발하고 이미 있는 동기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적절한 전략을 동원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내가 뭔가 하기 싫으면, 그 감정이 진리이고,  어떤 분야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그것은 끝인 것에요. 사라진 동기를 북돋우고, 잃어버린 흥미를 되찾고 동기와 열정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이를 테면 관심사를 최대한 좁혀서 내가 하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게 한다던가, 지금 하고 있는 지루한 하기만 꼭 해야 하는 일 속에서 뭔가 의미를 찾아본다던가, 하여튼 어떤 전략을 짜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요. 정말 '나의 것'이라면, 보는 순간 그냥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노력하지 않아도 흥미와 열정과 동기가 지치지않고 끊임없이 활활 타오르겠죠. 반대로 흥미와 열정과 동기가 사그라든다면, 그건 '나의 길'이 아니죠. 그럼 끝인 거에요. 그런데 참 이넘의 흥미는 쉽게 사그라드네요. 그래서 이것저것 찝쩍대면서도 한 곳에 정착 못해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 진실한 열정 따위는 봉인해 놨는데. 정말 원하는 것에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난 후 겪을지도 모르는 실패'가 두려워 손도 못 대잖아요. 진정 원하는 것은 외면하고 있으면서, 동기와 흥미가 제대로 생길 리 없지. 그나마 진정 원하는 그 것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해도,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지루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초 훈련 과정에서, 동기와 열정을 유지하지 못해서 픽픽 나가떨어져요. '난 정말 멋진 것을 원했는데.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 없는 건 뭐지. 심지어 의미까지 없어.(라고 당시에는 생각되지요.)' 더 나아가 생각해요. '혹시 나에게는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만 접자.'  뭐 어떡하겠어요. 내 마음이 그리 움직이는데.  동기와 열정이 도무지 나지 않는데. 뭐 접어야죠.

 

 

이게 고정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정확히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싹 다 제 이야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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