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1 11:44
회사에서 명량을 봤습니다. 단체 관람객이 많더군요. 저처럼.. 몰려 간 사람들. 사실 딱히 보고 싶어 간건 아니지만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의 무리.
영화는 그저 그런 가운데.. 최민식은 예수님 같고.. 열두척의 배는 예수를 배신한 열두사도들 같고.. 해전 장면은 골고다 언덕에서 돌던지던 군중들 같더군요. 우왕좌왕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스타일로 찍은 그런 기독교 선교영화 같았습니다. 역사가 거꾸로 간다더니.. 지난 정권에서 10년, 이번 정권에서 10년.. 아니지..한 20년쯤 돌려서 70-80년대 풍이 먹히나 싶었네요.
최민식의 이순신이 불편해 보인 이유는.. 그 나이 먹도록 개고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심지어 고문도 당하고 백의종군도 하고..) 그나이 먹어서도 또 고생해야 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투영되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육십 칠십에도 하드캐리해야 하는 고단한 현실. 게다가 애새끼들은 엄청나게 말도 안듣고 딴짓하고 심지어는 자중 지란에 암살 시도까지.
흥행 대박과는 별개로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욕을 먹는 이유는 아마.. "변호인"의 논조로 "한반도" 분위기 나는 영화를 찍은 때문이겠지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조선시대 장수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근데.. 하는 짓은 임금을 위한 희생이고. 뭔가 앞뒤가 안맞잖습니까?
이순신 캐릭터도 김훈이 쓴 칼의 노래 이후로 그렇게 고정된 느낌인데.. 명량의 이순신은 거기에서도 좀 벗어나 있고 그래서 더 불편한 느낌이 들어요. 뭔가 완벽한 천재라기 보다는 애들이 질러놓은 난장판을 홀로 치워야 하는 고단한 주부의 느낌.. 울컥하는 느낌은 감동이 아니라 홧병 같은 것이더군요.
그래서.. 명량은 별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영화이고 작금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예술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태를 영화 제작에 그대로 투영했다는 의미입니다) 영화라서 보기에 불편했고.. 감동도 없었고.. 영화를 보면서도 정권과 정부를 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
아무튼.. 누가 보여준다 그러면 모를까.. 돈 내고 보실분은 말리고 싶습니다. 디워도 극장에서 돈주고 본 사람으로써.. 그래도 디워보다는 명량이 낫다지만.. 도토리 키재기예요.
2014.08.11 12:56
2014.08.11 17:47
이제 그 돈으로 가오갤을 보러 가시면 될듯. 가오갤 노래만 부르는데.. 볼 시간이 없는게 함정이네요. 혼자라도 보러가야지 싶어요. 아이맥스.. 제일 중앙으로다가 그냥..
2014.08.11 17:53
2014.08.12 09:44
어찌보면 제일 큰 팬클럽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이 세종대왕하고 이순신 장군이시죠. 게다가 점점 더 늘어나..
2014.08.11 21:05
가오갤 재밌어요ㅋ
그리고 이순신은 임금을 위해서 그런 희생을 치른 건 물론 아니고! 당대의 사대부로서, 외적으로부터 백성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장수의 당연한 도리를 수행한 것 뿐입니다.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백성이 있어야 임금이 있다` 던가 `민심은 천심`이라는 유교 경전의 글귀를 현대 민주국가의 주권재민과 혼동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맹자의 가르침은 전근대사회에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가진 당연한 책임의식을 말하는 것이지 그게 무슨 백성 주권론 그런건 당연히 아니죠!
아울러 지적하고 싶은건 당시 이순신은 절대로! 임금에게 사적으로 충성하거나 그런 사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아무리 전시였다고 해도 무과 시험을 자기가 치른다는 얘기같은 건 절대 안 했겠죠-,.-
이 사람은 철저하게 효율과 능률을 추구하는 유능한 행정가이며 전장에서도 무서우리만큼 완벽함을 추구하는 뛰어난 야전 사령관이죠. 그리고 그 모든 완승의 동력은 바로 그가 가진 '사대부로서의 책임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순신 본인이 직접 쓴 난중일기에서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나라 걱정-우국충정의 마음을 현대식으로 이해하면 곤란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죠.
저는 이 부분만큼은 영화의 묘사가 딱히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특히 이순신이 출전을 앞두고 어머니의 영정에 예를 올리는 장면에서는 유교의 '효' 정신으로 임금에 대한 '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같아 저 개인적으로는 통쾌하기까지 하더군요ㅋ
2014.08.12 09:47
빅캣님처럼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 될 수 있겠군요. 그런 역사적인 지식이랄까.. 그런게 부족해서 말이죠. 음.. 무슨 말씀이신지 좀 이해가 갈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냉철한 행정가요 완벽한 전략가로써의 이순신의 모습이 이번 명량에서는 그렇게 부각되지 않은 것 같고 인간적인 약점이랄까.. 그런게 많이 보여진 것 같아요. 전쟁을 냉철하게 준비하고 지략을 통해 일본애들을 공포에 몰아 넣는 그런 모습을 좀 기대했거든요. 배짱도 있고 강단도 있는 천재.. 호불호가 갈리는 영웅이라고 그렇게 그려졌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여자도 좋아하고.. 똘끼도 있으셨다고 들었는데.. 너무 좋은 모습만 뽑아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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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셋이 보는데 제가 예매를 했더랬습니다.
친구들이 구지 영화값을 주길래 받았는데.. 받길 잘했다 싶어요..
내 3만원~~~부들부들~~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