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간단히 밝히자면 전 게이입니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그다지 전형적인 게이로서의 문화나 삶을 살아온 경우는 아니에요.

 이 쪽을 알게 되자말자 애인이 될  사람을 만났고 그 뒤로 10년여를 계속 만나오면서 이 쪽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이 쪽 사람들이 모이는 두 동네를 가본 적도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게이로서 연애는 해오고 자각은 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삶은 성정체성을 깨닫기 전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거죠. 아 물론 온라인으로는 아는 분들이 몇 있긴 하지만요.      왜 굳이 이런 얘길 꺼내냐면, 제가 하는 얘기들이 오프라인에서 게이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보실 때, 잘 모르는 사람이 뭣도 모르고 지껄이는 말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로 제가 다음부터 하는 얘기는 무조건 일반화 하는 사례들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   오프라인으로 나가서 놀지 않아도 세상이 좋아져서 온라인으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해질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이 쪽 사람들을 만나고 온라인으로 대화하면서 느낀 건,  좋게 말하면 감수성이 발달한 거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지나치게 예민한 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의 듀게도 굉장히 까칠했고 예민한 느낌이었는데, 이 쪽 분들도 온라인이어서 그런 지 몰라도 굉장히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별 시덥지 않은 농담이나 얘기들에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 하는 분들이 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냥 쉽게 쉽게 넘어가고 웃어 넘길 일들 마저, 되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었고요.  마치 7~8년전의 듀게가 지금 기준에서 무척 무서운 곳이었고 항상 까칠함으로 무장된 곳이었다면,  제가 알고 지내던 분들은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억눌렸던게 폭발하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대화하다가  말 실수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게 큰 문제가 있었던 거 같진 않고 같은 시기에 대화하던 이성애자들과의 온 오프라인의 대화와 비교해봐도 좀 그런 감이 없잖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게이들은 왜 이러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죠.

 

 

- 저도 온라인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듀게를 비롯해서 여기저기서 제 정체성과 관련된 토론이나 논쟁들을 엄청나게 많이  해왔습니다.  제 정체성을 알게되자 적어도 누구에게도 지나가다 돌을 맞아도 끝까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론적인 무장을 열심히 하기도 했었기 때문인지 관련 주제상에서  A~Z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분들을 보면 다짜고짜 참여해서 끝없는 토론과 논쟁을 벌였죠.  물론 그 당시에는 사회세태는 물론이거니와 온라인 상으로도 지금과는 달리 동성애에 대해서 굉장히 닫혀있었고 공격적인 것이 훨씬 심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댓글 같은 쓰레기통 말고, 제대로 된 게시판들이나 토론 장소에서도  지금 보면 기가찰 소리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분들도 계셨죠. 그런 분들과 무슨 17:1 같은 허세 섞인 싸움 경험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숫자와  계속 토론 하고 논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토록 목숨걸고 밤을 새가며 심할땐 보름이상 글을 써재낄 때는  '나는 틀리지 않았어' 라는 생각 하나로 버텼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논쟁을 하면 할 수록,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논쟁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그냥 내뱉는 오물들을 맞아가며 글을 쓰면 쓸 수록  가슴과 마음엔 엄청나게 큰 구멍이 생기더군요. 심할때는 오랜 기간 동안 공허한 마음으로 지내기도 했었죠. 마치 전생에 내가 뭔 죄를 지어서 이런 상처를 받아가며 살아야하나 라는 것들이요.

 

 

 

 

-  그래서 매번 다음에는 이런 논쟁에는 끼지 말아야지, 나서지 말아야지 라는 식으로 자위하면서  버티다보면 주기적으로 이 게시판 저 사이트 등등에서 같은 주제로 끊임없는 일들이 반복되더군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참가해서 다시 처음부터 기초적인 용어부터 하나하나 반복해가면서 설명을 해야하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이게 한명이라면 몰라도 예전엔 지금보다 많은 사이트들에서 더 많은 비율로 존재하던 분들이었고 제가 이런 내용이나 글들로 반복해가면서 쓴 글들이 대체 얼마나 될지는 상상도 안 갈정도로 무한히 반복되는 인고의 과정을 다시 하게 됐죠.

 

 가끔 지나가다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험한 경험을 당하시거나 성추행을 당하는 분들이 울분을 토하는 글들을 보곤 하는데, 맞아요 온라인상에서 수도 없이 그런 일들을 많이 겪었습니다. 아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그런 일은 끊임없이 겪고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 혹은 아예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듣곤하죠. 그리고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너무 상처가 되서 혹은 너무 분해서 잠을 못이루는 날들도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렇긴 하고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저도 점점 변해가더군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모욕적인 글들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다시 A 부터 설명을 시작해야하는 그 중노동같은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부터, 속된 말로 저도 까칠해지고 예민해지고 공격적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어느 곳에서 제가 몇년 주기로 쓴 글을 보니 예전엔 같은 내용을 써도 조곤조곤하고 예의에 맞춰서 쓴 반면에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공격적이 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이 쪽을 처음 알고나서 알게된 분들에게서 느낀 그런 것들요. 

 

 

 

- 처음에 제가 밝혔듯이 게이라고 해서 다 예민하고 민감한 것도 전혀 아니고 제가 본분들만 그럴 수도 있고, 또한 그 인과 관계가 정확하다고 볼 수도 없는 얘깁니다.

하지만 저는 저런 것들이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다고 믿어요. 제가 변했듯이요. 아마 수많은 이성애자분들은 온라인 상에서, 특히 듀게 같은 곳에서 갑자기 게이라고 밝히는 분들이 관련 주제에 관해서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들을 당하면 좀 황당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의 잘잘못을 떠나서요.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선 그 얘기는 자신이 정체성을 깨달으면서 부터 정말 벗어날 수 없는 챗바퀴처럼 모든 곳에서 들어야 하는 얘기들이에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들어야할지도 모르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서 내 가슴과 영혼에 큰 상처를 남길 지 모르는 것들이고요. 그래서 제가 볼 땐 성정체성과 관련된 주제들에 있어서는 더욱 민감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를 무조건 정당화 한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조금은 이해를 해달라는 거죠. 무엇보다 듀게 같은 곳은 과거에 제가 게이임을 알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할 무렵에 오히려 저를 가르쳤던 곳이기도 해요. 이성애자이던 분들이 오히려 동성애자인 저를 이론적으로 훈육했던 곳이기도 하죠. 그런 곳이기도 한 곳이 어느 시점에서 부터인가 점점 한분 두분 계속 PC 함에서 거리가 먼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그 분들이 과거에 종종 있던 트롤들처럼 아예 상종 못할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거에요. 그런데 다른 주제나 글들에선 매우 친근하다가  이런 주제 글에선 수도없이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게하는 말들과 행동들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이셨고 문제가 됐었죠. 그로인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서로 피해자가 되서 게시판을 떠나는 분들도 많았고요. (사실 몇몇 가해자분들은 떠나면서까지 자신들이 피해자인냥 굴어서 더 화가나기도 했고요) 

 

사실 듀게는 제 경우에는 과거에는 일종의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여기라면 괜찮을 거야 라는 생각과 함꼐 적어도 동성애 문제에 대해선 가끔 문제가 생겨도

넘길 수 있는  보호막 같은 것이 있다고 믿었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오히려 제가 경멸하거나 혹은 포기했던 곳들에서 점차 감싸주는 분들이 늘어나는 반면에 듀게는 반대가 되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냥 마치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안 좋은 말을 들을 때의 느낌이 들어서  듀게에서의 호모포비아 적인 글들은 훨씬 상처가 크게 남더라구요.

네이버 댓글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욕설을 안 보면 그만이고 피하면 그만이지만 듀게 같은 곳들에서는 그게 아직은 쉽지가 않네요.

 

 

 

 

- 요즘들어 논쟁이 벌어지면 PC한 척 한다거나 위선적이라서 혹은 단지 논쟁이 재밌거나, 자신의 지식이 남보다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서 호모포비아 성향을 가진 분들을 무시하고 깔아뭉겐다고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더라구요.  또는 자조적인 건지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논쟁 후에 저 말들을 인정하는 분들도 봤고요.

 

그 분들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여러분 들이 하는 솔직함과 쿨함이 저와같은  당사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는 겁니다.  네 많이 아파요. 그리고 슬픕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나서는 건 아는 척, 잘난 척 하려고 까칠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에요.

 

 누군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서  어느 한 순간 자신의 존재와 가치가 무시 당하고 폄훼 당하는 것을 오랜 시간 당하다 보면 성인 군자가 아닌 한 조금씩은 변하게 되더랍니다.  물론 공격적인 말투가 물론 기분이 나쁘실 수는 있겠지만, 가급적 기본적인 상식은 알고서 쓰시길 바라곤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공격적인 말투를 정당화하거나 그런건 아니구요. 욕먹을 건 먹어야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정말 죽어서 자기 죗값을 받게 되는 곳이 있다면... 저렇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같이  그 값을 치루었음 좋겠다고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말한 한마디 마디가  어디선가 보고 듣고있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뿌리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알고  그 감정을 느끼게 되었음 좋겠다고요.

 

 이런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말 틀린 말씀을 하시는 분들,  팔짱끼고 뒤에서 논쟁하는 양쪽 다 한심하다고 비웃는 분들, 그리고 대체 왜 게이들은 왜 저리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냐고 하는 분들께 한 번 쯤 드리고 싶은 말이라서 끄적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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