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작업이 거의 마지막이라고..근데 책 내는 것을 듀게분들에게도 알리는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며 관련 글을 올려달라는 이메일을 받았어요. 듀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고, 출판사에서 정한 홍보문구에 듀게 이야기도 막 나오고 제 글에 달린 댓글도 인용되고 막 그렇더라고요. 근데 편집자님이 올려주십사 하고 보내주신 글을 듀게에 올리는게 너무 민망한거에요. 아니, 그 이전에 제가 책을 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도 너무 민망해요. 꼭 정말 친한 친구에게 '보험 하나만 사달라..'며 부탁해야만 하는..그런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기분이..(나도 정봉주처럼 자기깔대기에 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ㅠㅠ)

 

그래서..음; 하루 동안 현실도피하며 심지어 게임!!까지 다시 손을 댔다가 이제야 용기를 내어 끄적여봅니다.

 

음..몇 달 전에 듀게에 '우행길'이라고, 우울증 일기 비슷한 것을 끄적거린 적이 있어요.  2011년 초에 프레시안의 '1년에 100권 책 읽기 프로젝트' 기사를 보고  '나도 하겠다!!'며 꾸역꾸역 책들을 읽어치우다가, 어떤 책 한 권 읽고 필받아서 '나도 그 사람처럼 전문 서적들 읽고 거기서 하라는대로 하면서 일기(블로그) 써봐야지!!' 하며 시작했죠. 결정적으로는, 당시 게시판에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하며 괴로워하시는 분의 글이 '또; 올라왔는데, 그분에게 뭔가 가슴 따뜻한 좋은 말 이상을 전해드리며 위로해드리고 싶은데, 그러다보니 글이 길어져서 (우울증은 뇌에 타격을 입히는 질병인데, 달리기하면 우울증 걸린 뇌에 엄청 좋아요..관련 글을 제일 처음 썼던 듯..?) 에잇 본격적으로 해보자!!며 글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초반에는 제가 필 받은 책의 구성대로 한 달에 한가지..우울증에 좋은 활동을 실천하며 느낀점을 써보자!! 정도 생각이었는데 제 게으름과 몇달간의 잠수(그리고 우울증 재발), 준비부족 등으로 인해 나중에는 그 구성도 흐지부지해졌지요만...

 

하여튼!! 저는 그 글들을,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다이어트 일기 쓰는 것 처럼, 우울증환자 일기 (브리짓존스일기 식 일상잡담+우울증관련 전문서적 독후감+우울증에 좋은 활동들 실천기..) 정도로 생각하며 써내려갔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글쓰기로 하는 자가심리치료'를 받는 듯한 효과가 나더라고요.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도움을 받는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그래서 글 한 편을 쓰는데 너댓시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맞춤법이나 비문 지적받는거 무서워서 맞춤범 검사기 다 돌리고 막 그랬어요. 이제 지쳐서 안함. 이 글도 안 할..틀릴거면 틀려라--;;) , 특히 그 당시에는 직장일에 또 다른 일이 겹쳐서 무지 바빴던 때였는데도 정말 악을 쓰며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매일 글을 쓰려고 발악했었어요. 다이어트 일기 하루라도 빼먹으면 살찔까봐 무서워서 악착같이 쓰는..그런 것과 비슷한 심정이었던 듯. (결국 수면시간이 줄고 과로가 겹쳐 우울증이 재발했어요..-,.- 덕분에 몇 달 잠수타다가..직장 그만둘 준비를 하고 나서야 다시 글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글을 짜내던 와중, 듀게에서 '그 글을 책으로 내보자'는 쪽지를 받았어요-_-;; 쪽지를 처음 보는 순간 제일 처음 한 생각은 '책 내자는 연락을 게시판 쪽지로도 받을 수 있는거냐!! 열라 신기!!!!' 였어요. 잠시, 내 글이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도 좋았고요.  하지만 곧바로 각종 걱정들이 보글보글... '이런 글(게시판 잡글..;;)도 책으로 내도 되나? 심리학/정신과쪽 전문가들이 보면 비웃는 거 아냐. 잘못 된 정보가 들어있으면 어떻하지;;',  '책 내면 누가 사나? 분류도 애매한데. 개인신상일기글? 에세이? 정신병 수기집? 자기계발?  읽어주시면 정말 좋겠다 싶은 분들은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인데, 정작 우울증이 아주 심할 때는 책 안 읽게 되는데..(제 경험상..)', '내 글이 돈 주고서도 사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나? 나 자체가 내세울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의사도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고 건강칼럼니스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고 작가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저는 이런 책, 즉 전문정보, 과학정보가 중요한 책을 살 때는 저자의 학력, 경력, 직업, 전에 낸 책들의 품질, 기본적인 글빨 등등을 꽤 따지면서 고르거든요;; 근데 저는 이것들 중 아무 것도 갖춘게 없었어요;;).', '책을 꼭 분류해보자면 우울증 수기집일텐데, 실명으로 책 내면 위험한 거 아닌가 -_-;; (옆나라 일본에서도 정신질병 수기집은 거진 가명이라고..;;) 이걸 책으로 내는 순간 공공연하게 우울증 환자 딱지를 붙이는건데..평생 따라다닐텐데..' 등등 별별 생각들이 스물스물.  더구나 대중 소설도 아닌, 이런 류의 책 내는 게 정말 돈은 하나 안 되고 (ㅋㅋ) 그럼에도 그 과정에 품은 참 많이 들거라는 감은 잡고 있기도 했어요. 결정적으로 (독서가 아닌) 책 쇼핑을 참 즐겼던터라 자주 서점에서 놀다 보니, 얼마나 많은 책들이 나오자마자 바로 사라져가는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어요. 별다른 경력도 없는 제가 쓴 분류도 애매한 저의 책도 비슷한 운명을 가게 될 것 같아 미리부터 움츠러들기도... (지금도 여전히 그렇고..)

 

그래도..음....평생 책 사는데 그 많은 돈을 쓰던,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책을 사게 될 저였던지라, 제가 쓴 책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사실 너무 행복했어요.  이 책 덕에 공공연하게 우울증환자 딱지붙어서 재수없으면 취업이나 연애, 결혼 전선에 평/생/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도, 책 내용이 '나 정신병으로 고생했다!!'인지라, 나 책 썼다고 남들에게 말도 못(안)할테고 부모님도 주변인들에게 자랑도 못할지라도..책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내가 쓴 책이 한권 탄생한다는 게 그냥..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출판 제의를 해주신 (정말 고마운 ㅠㅠ) 편집자분께 연락을 했고, 그 후 우울증 도지면서 제가 글 안쓰고 몇달간 잠수타기도 하고 회사 때려치고 명상한다고 미얀마로 뜨고 별별 일이 다 생긴 후에야..이제야 책이 마무리 되었어요.

 

책 쓰게 된 과정은 이렇고요..

 

근데 쓰다보니 편집자분 말씀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이 글들은 결국 듀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잖아요. 글을 시작한 계기도 거의 순전 듀게 덕이고. (프레시안 100권 프로젝트 기사도 듀게에서 봤고, 듀게 자체가 우울증이나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아주 너그럽게 감싸주는 곳이기도 하고...) 글 하나 하나 올릴 때 마다 댓글로 해주신 응원들이 제가 글을 계속 쓰는데 정말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거든요. 이렇게 무언가를 제대로 마무리해본 (글을 끝까지 써내고 심지어 책으로도 나오고..일종의 성취?의) 경험이, 우울증 발병하고 나서는 별로 없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해내서 정말 기뻐요. 그리고 이게 저 혼자 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어요. 이미 몇달이나 지나버렸지만..뒤늦게나마 그때 그 글들 읽어주시고 응원댓글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_ _)

 

 

 

하여간..작가분들도 많고 번역가분도 많으며 출판계 종사자분들도 그득그득 넘쳐나는 듀게에, 책내게 되었다고 홍보글(??)을 올리게 되어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올리기로 한거, 철판깔고 올립니다.  근데 서점이나 책 광고에서 늘 보던 책 홍보 문구들이지만, 제 책에 저런 글들이 붙으니까 정말 얼굴에서 불이 나네요 ㅠㅠ;; '듀나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뭐 이런;; (안 달궜는데 -_ㅠ) 듀게 댓글도 막 인용되어 있는데, 이거보고 걱정이 컸거든요. 허락 안 받고 막 인용해도 되나;; 하다못해 아이디에 **표시라도 해야하는거 아닐까 이런 저런 걱정이;; 혹시 저 댓글의 작성자님들이 보시게 되신다면..'내꺼 빼라!'고 당당하게 말씀해주세열;;;;;

 

개인적으로 젤 좋은건 김현철 선생님이 써주신 짧은 추천(?)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나오신 많은 상담 전문가분들 중 가장 좋아했던 분인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어요. 사실 저는 그분 병원에 한번 찾아가볼까 고민까지 하고 있었는데 ㅋㅋ

 

다음은 제가 편집자님에게 받은 이메일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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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푸른숲 ***입니다.

표지문안을 정리 중인데요.

생각해보니, 이 글을 연재하셨던 듀나 게시판 분들에게

아래 사항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열렬히 지지해주시고

같이 호응해주셨던 분들이라 책이 나온 후 알리는 것보다 미리

이야기하는 게 더 기뻐해주시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아래 밑줄 그은 부분은 듀게 이름/듀게 분들 닉네임이 들어가는

문제라 그쪽 분들도 미리 알고 보시는 게 나중에 당황하시지 않을 것 같구요.

.

.

 

표1(앞표지)

부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우울 극복 프로젝트
제목: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바람


표2(저자 소개 들어가는 재킷 부분)

지속적인 우울감, 무력감에 시달리는 당신에게
저는 13년간 우울증과 씨름해온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 글은 ‘제 우울증의 모습’과, 제가 낫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예요. 바닥을 치고도 올라갈 힘이 없어, 어쩌면 극단적인 결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제 경험을 공개합니다.

이 글은 온라인커뮤니티 ‘듀나게시판’에 ‘being'이라는 필명으로 8개월간 올린 기록입니다
‘우행길(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을 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이 글에 공감하고 격려해주셨지요.(조회수 10만 클릭 이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저는 특정 질병이 한 사람을 정의하지 못하며, 그 질병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 교훈은 인생의 모든 고통과 어려움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일 거예요. 타고난 한계와 물려받은 조건이, 혹은 지금 놓인 최악의 상황이,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루어낸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 속에 필연적인 고난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우리는 늘 변하고, 발전하며, 성장하고,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하며, 그리하여 겸손해진다. 그리고 이 끊임없는 과정이, 진정한 의미의 ‘삶’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찾게 된다는 겁니다. 전 제가 찾을 수 있을지 몰랐어요. 지금 괴로워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찾으실 겁니다. 잃어버린 동기와 삶의 의욕이 되돌아오는 계기, 자신의 이야기를요.

표4(뒷표지)

우린 언제나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충분해요

아무도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일 때
모든 것의 문제는 나인 것만 같을 때
가장 먼저, 당신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온라인커뮤니티 ‘듀나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우행길(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 프로젝트’를 만나다

우울증이란 병은 마음의 눈을 가리는 일종의 뇌(腦) 질환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고통스런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젠 건강과 의욕을 되찾아 새로운 빛을 나누려 한다. 그 나눔은 비단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뿐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혜안(慧眼)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이 책은 어떻게 삶을 대해야 할지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든든한 희망이 될 것이다. _김현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안하니까 사람이다》의 저자)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이 다가온 것인지, 제가 그동안 생각하고 찾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나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_plushand
요즘 무기력하고 기운 없이 회사-집-회사-집만 왔다갔다 했는데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_kayonne
진짜 저도 지난 1년간 ‘다들 평생 이렇게 사는 걸까? 어떻게 다들 살아나가고 있는 거지?’ 하면서 살았는데……. 정말 공감되네요. _하이키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더 있지만 침체에 빠진 지금의 저에게 힌트가 되어주는 부분이 많아서요. 한 번에 하나만 하기부터 시작하려구요. _브라운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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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민망하다--;; 정봉주는 정말 대단..어쩜 그래 깔대기를..

 

음..;; 마지막 4줄이 저는 제일 걱정됩니다. 내 댓글이, 아이디까지 다 밝혀지며 공공연하게 올라가는거 싫다. 빼달라!하시면 제발 꼭꼭 말씀해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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