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다시 찾아가본 남산의 그 자리에서 녀석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봄날 한창때는 이런 풍경으로 맞아주던 곳이지만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지금은 폭설에 묻혀있네요.

 

 

 

 

음식점인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개방식 화장실 위에 기와를 얹은 퓨전 전통가옥 모양의 건물 바로 건너편에 조지훈의 시비가 있습니다.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시는 '芭蕉雨' 예요.

 

 

 

'파초' 한자가 헷갈려서 옥편을 뒤졌어요.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주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는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짧은 시 한편 다 감상하기도 전에 녀석이 깡총거리며 제게 다가오네요.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반가운 지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

원래 눈이 까만 예쁜 녀석이에요. 카메라빨 안받네요.  (사진 잘못 찍는다는 소린 죽어도 안함.;)

대체적으로 포커스가 안 맞습니다. 렌즈에서는 피사체는 물론 주변 사물 모두 그냥 까맣게만 보여서 대충 찍었어요. 

 

 

오늘은 보자마자 뒤적뒤적 바로 핸드폰을 꺼내 후레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어댔더니 가까이 오질 않습니다.

 

 

 

당근과 고구마를 뒤적뒤적 꺼내줬는데 냄새만 킁킁 맡아보더니 관심없음, 흥 하는 표정으로 바로 등을 돌리고 딴척을 하더라고요.

 

잔뜩 싸가지고 갔는데 이게 웬 냉대? 무얼 줘야 잘 먹으려나 고민스럽네요.ㅠㅠ

 

당근을 들고 쫒아다녔더니 오늘 어딘지 좀 이상하고 수상코나, 싶었는지 바로 울타리 건너 가버리더군요.

 

그래도 그 와중에 짚을 깔아놓은 화단에서 무언가 입속에 우물거리고 있었어요.

 

당근도 고구마도 아닌 그 무엇을요.

 

 

짚이었을까요?

(검색해보니 건초를 먹나봐요. 지푸라기를 오물거린 듯 합니다.

 

아앙, 그래서 거기서 사는구만요.)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다시 만난 녀석은 어쩐지 좀 작아진 듯 해요.

 

전에 봤던 그 녀석임은 확실합니다.

근데 좀 말라보였어요. 털결도 저번보다 안좋아진 것 같고요.

 

이런 곳에서 도대체 무얼 먹고 혼자 사는 걸까요?   오로지 건초 한 가지?

여전히 혼자 돌아다니는걸 보니 역시나 혼자 사나봅니다.

이 계절에 한데에서 혼자라니 혼자라니 혼자라니

울타리 저 안쪽에 사람들 눈에 덜 띄지만 토끼가 다닐만한 통로에 당근과 고구마 봉지는 열어서 잘  두고 왔어요.

 

 

신세계쪽으로 남산길 산책하시는 분들은 맛있는 먹이 싸들고 한 번 찾아보세요.

100%로 만난 것을 보니 여기가 주 서식처같습니다.

 

 

남산길 신세계쪽 초입 서울시청 별관가는 길의 조지훈 시비 바로 앞입니다.

 

 

 

 

  사진이 커서 안보이는 분들을 위한 썸네일보다 조금 큰 사이즈 사진. (토깽이 생존 확인용입니다.)

 

 

 

 

 

 

 

 

 

 

 

 

 

 

 

 

 

 

 

 

 

 

 

 

 

구린 화질을 사과하는 의미에서 부록으로, 예전에 저장해놨던 제 보물을 풀어봅니다.

 

 

Image Hosted by ImageShack.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9
34 사직 다녀왔습니다. [7] 텔레만 2011.09.15 1399
33 오늘 '원어데이'는 장사할 생각이 없는 듯 [4] 닥터슬럼프 2011.09.02 4623
32 비 오기 전 포이동 사진 몇 장 calmaria 2011.08.05 1593
31 [바낭] 이직을 할때 설레임과 고민들 [1] Weisserose 2011.08.04 966
30 정말 이광고 [1] 가끔영화 2011.06.13 1233
29 김연아 선수의 이번 시즌 경기를 보고... [10] 수지니야 2011.05.02 3312
28 결혼/이혼 이력이 밝혀진게 이지아에게 마이너스 일까요? [25] sweet-amnesia 2011.04.21 5430
27 (인종) 차별(편견), 독선, 그리고 텍스트의 해석과 (재)기술 [24] 김리벌 2011.03.31 2062
26 그리스인 조르바 재밌나요? [22] 자두맛사탕 2011.03.26 3248
25 연애가 시작되려면 [5] catgotmy 2011.03.21 3290
24 [우행길] 27. <마음의 진보> 2. 다시 신에게 돌아가다..그리고 저도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겠어요. [10] being 2011.03.17 2532
23 마비노기 영웅전 서큐버스 [8] catgotmy 2011.03.08 3226
22 [우행길] 19. 연어와 고등어, 혹은 오메가3의 위용..: 오늘의 식단.. [11] being 2011.03.07 5542
21 jpop 한곡 [5] 가끔영화 2011.02.21 1272
20 듀게 대숲... 위로가 필요해요. [6] 클로버 2011.02.08 2276
19 아이돌바낭-심심해요 [17] ageha 2011.02.06 2928
» 남산에서 다시 만난 토끼! 여전히 솔로라니... (사진 사이즈, 태그 수정 완료ㅠㅠ) [19] mockingbird 2011.01.26 2849
17 프레시안 운동, 100권 책 읽기에 동참할래요 +_+ [13] being 2011.01.09 4235
16 오늘 남자의 자격 엔딩. [5] 말린해삼 2010.12.12 3376
15 제가 정말 잘못한거 맞나요? 여러분 판정좀 해주세요 [48] 보이저1호 2010.12.02 44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