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6를 즈음하여 독타후 잡담. 전 시즌을 복기하니 스포일러가 없을 리 만무.


처음 본 닥터후 에피소드는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블링크'였습니다. 엑스파일 이후로, 외계인 드라마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나름 센세이셔널했던 외계인 관련 드라마들 중에 본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던 어느날, 들락거리던 호러 커뮤니티에 진짜 물건이라면서 블링크 에피를 추천하는 글이 올라왔죠. 원래 한 편 보면 다 봐야 하는 성미라 어떤 시리즈든 중간 유입이 아주 힘든 케이스인데 평이 워낙 좋고, 시리즈와 상관없는 단편 에피소드라기에 봤습니다. 그리고 독타후 폐인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이 정도 퍼즐은 흔하지 않나, 석상들이 손 떼기 전까진 좀 무섭더라, 그냥 깔끔하게 잘 만든 것 같긴 하다, 재미있었다, 정도였죠. 이게 그 정도로 열광할 작품인가?

그리고 나중에야 닥터후 시리즈에 유입될 작정을 하고 시즌1부터 보기 시작하면서 깨달았습니다, 그 에피소드가 왜 그렇게 칭찬을 받았는지. 블링크 정도의 퍼즐은 흔하지 않나,하고 생각했었는데 닥터후란 드라마에는 그 정도 퍼즐조차 없더군요! '시간 여행을 하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그럴듯한 패러독스 하나 다루질 않고 에피소드마다 줄창 지구를 구하는 영웅담만 늘어놓고 있다니 이 얼마나 낭비인가, 참으로 나이브한 드라마군, 여기에 비하면 블링크는 굉장한 작품인 게 맞아, 하는 마음으로 1시즌을 끝냈습니다. 이것이 제가 블링크와 화해하고 시즌1과 반목하기 시작한 사연입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지구를 구하는 영웅담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잘난' '미국인' '남성'이 세계를 구하는 류의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이야기들도 너무 좋아요. 저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슈퍼맨은 아메리칸 히어로로서의 태생을 숨기기 위해 머나먼 크립톤 행성에서 날아올 필요가 없었고, 스파이더맨도 면죄부를 얻기 위해 가난할 필요가 없었으며, 배트맨도 네오도 철학적 고뇌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그냥 하늘을 날아다니고 세계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마초이즘으로 칠갑한 아메리칸 드림류의 수퍼 히어로물들에 충분히 만족하고 열광할테니까요. 그래서 사실, 애초부터 '시간 여행'이라는 것의 함의로 인해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면 시즌1과 반목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물론 이런 마음을 충분히 자각하기 시작한 건 시즌2를 보고 난 뒤였지만요. 매 에피소드마다 '위기-헤어짐-널 반드시 구할 거야!-해결-재회와 포옹'을 무한 반복하는 닥터와 컴패니언의 관계를 보고 있기가 지칠 즈음에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시즌1과 화해하고 시즌2와 반목하게 된 스토리입니다.

시즌2가 시즌1에 비해 한 편 한 편 넘기기 힘들었던 건, 감정적으로 너무 많이 휘둘리는 닥터의 모습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는 올닥 시절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라서 제겐 에클닥이 세 명의 뉴닥터 모두의 원형처럼 느껴지거든요. (지금까지도 에클닥을 제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지닌 테넌닥을 탓하기만 할 순 없는 게 -역시 올닥을 몰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테넌닥은 태생부터 약간 불공평하게 시작하긴 했어요. 재생성하는 시점에서 이미 로즈의 엄청난 희생을 목도했고, 재생성하는 중간에도 계속 그녀의 간호를 받으며 그녀 주변 인물들과 함께 했지요. 늑대의 손에 자란 인간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어디선가 '셜록은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이고, 닥터는 인간이 되고 싶은 천사다'라고 설명했던 모팻의 이해가 맞다면, 테넌닥은 모든 닥터들의 소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닥터일 겁니다. 그는 여전히 '하나 남은 타임로드'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삶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시작됐으니까요. 과장하자면 테넌닥은 인간이 키운 타임로드인 거죠. 왜 시즌2를 변호하고 있냐고요? 이쯤 되면 패턴이 보이시죠, 시즌3를 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즌2의 마담 드 퐁파두르 에피나 둠즈데이 에피처럼 호평받는 에피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저는 '임파서블 플래닛-사탄 핏' 연작을 무척 좋아합니다. 감정선이나 스케일면에서 시즌 클로징으로 썼어도 손색없었을 에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의 첫 출연 에피기도 하죠) 진짜 시즌 클로징은 훨씬 암울했지만, 그 암울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 눈물 흘릴 수 있는 것도 조금쯤은 이 연작으로부터 이어지는 감정선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한 '위기-헤어짐-널 반드시 구할 거야!-해결-재회와 포옹' 무한 반복 속에서 단 한 번, 로즈는 닥터와의 평범한 삶을 꿈꾸고 닥터는 로즈에게 자신이 품은 '인간이 갖는 마음'을 고백할 마음을 먹었었죠. 그래요, 솔직히 시즌2 볼 땐 그거 싫었습니다. 그런데 시즌3에서 닥터가 너무 쉽게 마사와 동승할 때, 다른 수많은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느꼈던 반발을 뒤늦긴 했지만 저도 느끼고 있더군요.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마사가 아니라 닥터에게 반발했다는 게 맞겠지만. 아니, 그 사단을 내고서도 그렇게 쉽게 동행을 제안하다니! 대체 제정신이냐? 많은 시청자가 싫어하던 마사는 저도 좀 싫어했지만 캐릭보다는 표정 연기 안 되는 배우에 대한 불만족이 더 컸고, 시즌3는 내내 닥터에게 화내면서 봤던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에서도 줄곧 반복했던 '나 때문이야, 내가 널 구할 거야'지만, 그거 로즈랑 다 했던 거잖아, 결말까지 다 봤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바보야? 싶어서 대체 닥터의 행동이나 감정에 몰입이 안 됐어요. 전시즌을 통틀어 제가 닥터를 가장 싫어했던 시즌입니다.

물론 지금은 시즌3와도 어느정도 화해했습니다. 시즌의 전반적인 감정선은 여전히 몰입 불가이지만,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의 완결성에 대해선 손에 꼽을만한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뒤늦게 다시 본 블링크는 왜 이리 좋던지. 옛날 호러 커뮤니티 추천사에 써있던 것처럼 이 에피는 시리즈 전체를 볼 필요 없는 독립적인 단편이 맞지만, 역시 시리즈 전체 안에서 보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포인트는 있게 마련이지요. 처음 봤을 때 비디오 속 닥터는 그냥 퍼즐의 조각이었는데, 시리즈 정주행 속에서 본 같은 장면은 어찌나 반갑고 재밌던지, 이제와 테넌트와 멀리건의 영상 통화 장면은 두고두고 돌려보고 싶을만큼 좋아지고 말았습니다. 라자루스와 휴먼 네이처와 유토피아와.. 시즌 전반의 설정들을 충실하게 엮어서 만들어낸 시즌 클로징 연작도 무척 빼어난 작품이었죠. 작가의 입장에선 한 번쯤 감상적인 장면을 넣고 싶을 법도 한데, 지나치게 인간화 돼버린 닥터에게 끝까지 동조하지 않도록 밀고나간 마스터의 설정엔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시즌3에선 닥터가 아니라 마스터가 타임로드의 자존심을 지키죠, 말씀드렸잖아요, 저 시즌3 닥터 싫어했다고.

아무튼 시즌3와 화해했으니 시즌4와 반목해야 할 시점이죠. 그런데 사실, 시즌4는 에피소드가 전반적으로 밋밋했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 저와 사이가 꽤 좋았습니다. 뻔하게도, 도나만 보고 있어도 좋았거든요. 왜일까요, 개인적으로 타디스 승선을 거부하는 인간들은 다 좋아했습니다. 미키가 닥터에게 '나 안 탈건데 로즈한테 일르지 마'라고 할 때도 너무 좋았고, 휴먼 네이처에서 '당신이 여기 오지 않았으면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도 없었을 거야'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레드펀은 속이 시원할 정도였고, 사라 제인이 안 탈 때도 마음이 시렸고, 도나는 그냥 마냥 좋았지만 크리스마스 에피에서 타디스 안 탄다고 할 땐 더 더 좋아했지요. 어쩌면 로즈 이후의 닥터 (제가 싫어하는)에게 제가 바랐던 건 그냥 다른 사람 연루시키지 말고 혼자 돌아다니는 것, 그것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3-4 시즌 닥터와 화해하는 시점은 혼자 여행하는 닥터의 스페셜 에피들에서였을 겁니다. 화해했다기보단 설득당했다고 해야겠죠. 로즈와 그 사단을 내고서 왜 계속 컴패니언을 만들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지- 컴패니언 없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사고치고 다니는 걸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까 눈 뜨곤 못 봐주겠더군요. '고작 자기 외로움 때문에 무고한 인간 하나 골로 보낸다'는 닥터-컴패니언의 관계에 대한 저의 오해가 완전히 불식되었습니다. 컴패니언은 닥터의 자기 위안 때문이 아니라 신(타임로드)과 세계 사이의 안전 장치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처음으로 설득된 겁니다. (둔하기도 하지, 네 시즌이 다 지나서야!) 러셀이 짐싸서 방 빼는 클로징이라고 비난받는 시즌 클로징도 제겐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수한 관계 속에서 인간화된 스스로의 모습과, 홀로 남겨진 뒤 타임로드의 룰조차 초월한 신이 되려 했던 스스로의 모습과,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좌절되고 실패로 돌아갔는지를 늦게나마 충분히 자각하고 묵묵히 수습해나가는 닥터의 행보엔 화해의 손을 내밀 가치가 있었습니다. 타임로드로서 재생성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는 듯 그려지는 마지막 씬도 인간형 타임로드였던 테넌닥의 최후로는 충분히 어울리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러셀 시대와 기나긴 반목의 역사를 거쳐 대화합을 이룰 즈음 모팻의 시대가 열렸지요. 어땠겠습니까, 역사는 되풀이 되는 법. 싫어하다 화해하다를 반복하다보니 닥터후 전체를 총괄하여 제가 유일하게 변함없는 마음으로 좋아했던 건 타디스 하나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타디스가 휘황찬란하게 리모델링해서 나타났으니. 심지어 소닉 스크루드라이버의 불빛도 초록색으로 바뀌고. 다 버리고 가겠다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모팻의 장기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밀도로 딱 떨어지는 퍼즐을 과잉없이 짜놓는 건데, 아무래도 시즌 전체를 긴 호흡으로 끌고 가다보니 중간의 밀도가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았고요. 마치 시즌 오프닝과 엔딩을 양 손에 쥐고 엿가락처럼 주욱 늘려놓은 것처럼, 처음과 끝의 밀도는 압도적인데 그 중간의 힘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인간형을 벗어나 타임로드로 돌아간 맷닥의 캐릭터도 좋았지만, 그 캐릭터 마저도 시즌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반짝거리던 것에 비하면 중반부에선 좀 밋밋한 게 메인 작가로서 일관성을 유지시키는 데 실패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시즌5가 작품의 질에 비해 좀 지나치게 두드려 맞았다는 느낌도 들지만, 테닥에서 맷닥으로 넘어가는 캐릭터 상의 간극이 너무 컸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죠. 이건 시청자의 감정선을 간과한 제작진의 미스, 혹은 과도한 모험이었다는 쪽이 더 맞을 겁니다.

그래서, 시즌5와 반목 중이냐고요? 아니요! 화해했습니다. 언제? 시즌6 예고편 떴을 때! 따끈따끈 하지요. 아직 화해라고 하기엔 이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고 모든 건 짐작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예고편 중간에 러셀형 타디스가 등장하는 순간, 조금은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타디스 리모델링은 이전 시즌을 다 버리고 가기 위한 게 아니라 이전 시즌을 충분히 끌어오기 위해서, 끌어다 놨을 때 시각적 구분이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 겁니다.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원래 이런 건 낚이는 맛에 기다리는 거지요.

며칠 전 언론 시사 후 모팻이 '숙여! DUCK!' 한 마디를 남겼지요. 더이상 스포일러로부터 너희를 보호할 수 없다며. 세 가지 정도만 힌트를 좀 줄 수 없냐는 팬의 말에 'watch.the.show'라고 대답하는 걸로 봐선 정말 소매 속에 뭔가를 가지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이 대답, '이름, 직급, 목적을 대라'는 말에 'doctor, the doctor, fun'이라고 대답한 닥터를 떠오르게 하지 않습니까) 그게 결국 별 거 아닌 걸로 드러나더라도, 시즌6에서 제가 바라는 건 시즌 에피소드의 질이 조금 더 균등해지는 정도인 것도 같고요.

사실은 몇 주 전부터 더빙판이 방영하고 있었다는데 저만 모르고 있어서 뒤늦게 토해내는 글입니다. 늘 이렇다니까요. 마침 근래에 마스터의 트랙 쓰리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는데 무의식중에 독타후 레이더가 발동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더빙판 열심히 챙겨봐야지. 이상한 결론.



+. 이것도 며칠 전 모팻의 트윗에서 본 건데 '상냥하고 재미있고 정신나간 게 닥터고, 냉정하고 잔혹한 게 셜록이야. 공통점이라곤 둘 다 무지 똑똑하다는 거 말곤 없다고!' 라며 절절히 성토하더군요. 그럼에도 둘이 어딘가 겹쳐보인다면 그걸 전적으로 시청자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고요, 작가 양반.


+. 접기 태그하는 법을 잊어버려서 글이 무지 길어질 거 같긴 하지만. 듀게에 안 올라온 것 같아서 올리는 2011년 미니 에피소드. 악,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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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헤이
닥터 ; 헤이
에이미; 있잖아, 우리 얘기 좀 해
닥터; 로리!!!
에이미; 닥쳐, 그냥 뭐 좀 물어볼려고 그래
로리; 거기 괜찮아?
닥터; 응, 됐어, 괜찮아졌어
에이미; 너 뭐 하냐?
로리; 닥터 도와주고 있잖아, 여기서 소리 나는데 괜찮은 거야?
닥터; 응, 괜찮아. 지금 관념적인 공간에 들어서고 있어서 그래. 일종의 바나나를 떠올리면 돼, 아니면 아무거나 구부러진 거. 사실은, 아니야, 구부러지지도 않았고, 바나나랑은 상관도 없어. 바나나는 잊어버려!
에이미; 설마 지금 로리가 타디스 조종하는 거 도와주고 있는 거야?
닥터; 열전대를 7도와 11도로 고정시켜, 내가 가르쳐 준대로만 해!
에이미; 왜 쟤만 시켜줘? 나는 못하게 하면서!
로리; 닥터, 쟨 안 돼. 전에 내 차 운전하게 해줬더니…
에이미; 그거 한 번 갖고 되게 생색내네
로리; 쟤가 뭐랬는지 알아? 집이 자기한테 돌진했대
에이미; 너 내가 너보다 먼저 면허 시험 붙었다고 질투하는 거 다 알아
로리; 반칙이었어, 너 치마 입고 있었잖아
에이미; 치마 안 입었거든
로리; 그래서 붙은 거야
에이미; 치마 안 입었다니까, 그리고 치마 입는 게 무슨 상관이야
로리; 닥터, 에이미 운전하는 거 본 적 있어?
닥터; 아니
로리; 쟤 면허 시험관도 마찬가지야
에이미; 그러고 보니까, 이 치마 입었던 거 같네, 그때도 이 치마였어

쿠궁

에이미; 타디스 왜 이래?
닥터; 로리, 너 열전대 온도 떨어뜨렸냐?
로리; 미안
닥터; 악, 대체 왜 그러냐. 내가 온도만 떨어뜨리지 말라고, 딱 하나 시킨 것도 제대로 못 해?
에이미; 내가 잘못한 거 아냐
닥터; 당연히 니 잘못은 아니지
로리; 사실은, 에이미 잘못이야
닥터; 이게 어떻게 에이미 잘못이냐
에이미; 우선, 내가 치마를 입고 있고, 내 남편이 아래층에 있는데, 바닥이 유리잖아
닥터; … 으웩, 로리!!
로리; 미안
닥터; 아무튼 착륙시켰으니까, 비상 물질화로 타디스가 가장 안전한 장소에 스스로를 형태화할 거야

두둥

에이미; 닥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닥터; 형태화할 가장 안전한 장소로 타디스가 스스로의 내부를 택했어
로리;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닥터; 맞춰봐.
로리; 아니오
닥터; 정답
에이미; 닥터, 지금 뭐 하는 거야?
닥터; 나도 전혀 모르겠어

슈슉

에이미; 좋아, 방금 그거 좀 이상했어
로리; 이거 진짜 완전 짱인데
닥터; 재밌냐, 우린 여기 갇혔는데 적어도 넌 심심하지 않아 좋겠다
에이미; 우리가 갇혔다고?
닥터; 타디스의 내부가 타디스 외부로 연결됐잖아, 시공간의 루프보다도 더 심각해. 이제 아무것도 타디스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어.

에이미2; 좋아, 친구들. 여기서부터가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time

에이미1; 넌 대체 정체가 뭐냐
에이미2; 난 너야, 미래에서 온 너
닥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제대로 설명해봐
에이미2; 그게, 타디스의 외벽이 시간 상에서 미래로 살짝 이동했어, 그래서 타디스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아주 약간이지만 과거의 타디스 조종실로 연결되는 거야.
에이미1; 난 이해가 안 되는데
에이미2; 나도 이해 못 해
에이미1; 하지만 방금 니가 다 설명했잖아
에이미2; 아냐, 난 그냥 따라한 거야. 내가 니 자리에 있을 때 나한테 들었던 말을 기억해서 그대로 흉내만 내고 있는 거라고. 이 말도. 이 말도...
에이미1; 그것도 이해가 안 돼
에이미2; 나도 마찬가지라니까
닥터; 좋아, 그 타임라인에 따르면 에이미가 언제 타디스 안으로 들어가지?
에이미2; 아, 로리 뺨을 때리고 나서
에이미1; 좋아
로리; 좋기는! 내가 왜 뺨을 맞냐?
닥터; 왜냐면 우리가 사건의 연쇄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타임라인 전체가 붕괴할테고, 그러면 영원히 에이미 폰드는 두 명이 될테니까! 이제 어쩔래?
로리; 휴..

짝!

닥터; 좋아, 이제 경찰 박스 안으로 들어가
에이미1; 그럼 이제 내가 쟤가 되는 거야?
닥터; 그래, 어서 가
에이미1; 내가 이렇게 생겼단 말이지
에이미2; 그래, 너 이렇게 생겼어
에이미1; 와, 나라도 면허증 거저 주겠다
에이미2; 그러지 않곤 못 배길 걸
닥터; 으으… 결말은 늘 이런 식이지. 에이미 폰드양, 자기 자신을 향해 집적거리다. 잃어버린 진정한 반 쪽과의 만남! 오, 미안해, 로리.
로리; 난 전~혀 상관 없어
닥터; 이제 좀 들어가, 에이미!
에이미1; 첫 번째 대사가 뭐라고?
에이미2; 좋아, 친구들. 여기서부터가 복잡해지는 지점이다.
에이미1; 갓챠!
에이미2; 그럼, 이제 된 건가? 다 해결된 거야?
닥터; 아니, 아직 갇혀있잖아.

철컥

닥터; 넌 거기서 뭐 하냐?
로리2; 나더러 경찰 박스 안으로 들어가라며. … 그러니까, 닥터 관점에서는 잠시 후에 나한테 경찰 박스 안으로 들어가라고 할 거고, 내 관점에서는 조금 전에 나한테 경찰 박스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 거고, 그래서… 우리가 경찰 박스 안으로 들어간 거고, 지금 여기 서있는 거야.
로리1; 나 저 말 다 기억해야 돼?
로리2; 아마 그냥 저절로 나올 걸
에이미2; 안녕~
에이미3; 안녕~
닥터; 작작해라. 너희 둘, 경찰 박스에 들어가, 빨리, 서둘러

에이미; 그럼, 이번엔 된 거야?
닥터; 너희 둘 다! 가까이 오지마!
로리; 뭐 하려고?
닥터; 타디스의 현재 시점에서 내부 파열이 일어나도록 세팅하고 있어. 그게 타디스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야. 하지만 내부 파열을 컨트롤할 제대로된 손잡이를 찾지 못하면 우린 다 죽게 되겠지
에이미; 근데 무슨 손잡이인지 모른다?
닥터1; 몰라. 하지만 곧 알게 될 걸
닥터2; 위블리 리버!
닥터1; 위블리 리버! 감사!!

슈슝

닥터; 좋아, 다시 정상 비행하고 있어. 타디스 내부의 타디스가 사라졌으니, 타임 필드의 폭발로 인과 관계가 구멍나는 일은 없겠군. 그리고 나중에라도 혹시 몰라서 말인데, 폰드, 바지 좀 입고 다녀라.
 


doctor who comic relief by steven moffat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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