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고래를 읽었습니다.

2016.05.18 07:59

칼리토 조회 수:1251

그동안 그 위명이 자자하던 고래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번달 독서모임 주제도서여서 도저히 피할 길이 없었거든요. 


이 책을 읽으려고 할때마다 뭔가 일이 생겨 못읽기를 반복하다보니 고래는 나랑 안맞나봐..싶은 적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가족이라던가 유쾌한 하녀 마리사라던가.. 천명관 작가의 다른 책은 읽어본적이 있어서 대충 분위기는 알겠거니 했지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이건 뭔가 다르네요. 왜 그렇게 말들이 많고 인기가 많고 아직까지 스테디셀러인지 짐작이 갑니다. 


소설도 재미있었지만 심사를 맡았던(고래는 문학동네 소설상 10회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들의 평도 재미있었습니다. 기존의 소설에 빚진것이 없는 작품이라는 은희경씨 평은 칭찬으로도 살짝 꼬아서 지르는 것으로도 읽히더군요. 


처음 몇장을 읽으면서는 이제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을 떠올렸습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단어도 떠올랐고 신화나 설화, 구비문학의 화자나 변사라는 단어도 차례차례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눈을 뗄수없는 기묘한 서커스를 보는것처럼 책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우리의 부끄럽고 폭력적인 현대사와 맞물려 시대의 광기와 그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요지경을 보여주고 그 모든 것이 꿈인듯 현실인듯 아른아른합니다. '


당분간은 고래의 여운속에서 시간을 보낼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가.. 작년에 세상을 등진 후배가 꿈에 보였습니다. 꿈속에서 그 녀석은 꽤나 건강하고 유쾌해 보이더군요. 죽은자들이라도 타인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한 그 존재가 영원히 지워지는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래를 읽는 건 꽤나 강렬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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