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 분들께 드리는 글

2010.11.09 05:34

snpo 조회 수:5084

 제가 듀게를 처음 알게 된 건


노무현 대통령님 돌아가셨을 때인데요


인터넷이라곤 네이버 밖에 모르던 제겐 그곳의 댓글을 읽는게 너무 힘들었고 여러 곳을 방황하다 불시착 한곳이 여기예요


외부인 같지만 나름 꽤 오래있었지요


그런데 최근을 제외하곤 드문드문 인터넷을 하던 나이롱 듀게유저라 이 곳에 게이분들이 많은 줄 전혀 몰랐어요


게이분들의 쉼터인줄 알았거나 미리 공지 해두었으면 그런 댓글을 달기 전에 한번 더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 제가 순간적으로 빠직 하게 된건 다음과 같은 글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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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허각 관련 게시물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데 

 다수의 스트레잇 남성(일부 클로짓 게이 남성 포함)들의 게이 혐오증은 

 다소 오바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교육과 계몽의 덕으로, 퍼블릭하게 자신의 호모포비아를
드러내는 꼬라지는 그나마 줄어드는 것 같긴 하지만, 
어떨 때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도 않더군요. 
 
뭐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자기 자유고 누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싫은 걸 어쩌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건 확실히 좀 다른 문제겠죠. 
  
주로 어떤 집단 속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행복추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처럼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텔레비전 퍼스낼러티로 사는 사람들에겐
한마디의 말과 손짓으로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그런 맥락에서 게이 혐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그쪽 사람들은 그냥 촌스러워 보입니다. 
똑똑하지 못해서 촌스러워 보이는 거 있잖습니까. 

요즘 세상에 게이 팬들을 갖는다는 게 장기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거죠. 
특히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처럼 유행에 민감한 곳에서 게이혐오는 독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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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스럽다 교육과 계몽이 필요한 대상 꼬라지 똑똑하지 못하고 촌스럽다 


등등의 먼저 자극적인 말을 쓰셨고


저도 제가 공공연히 호모포비아라고 하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만 실제로 그래본 적은 없어요


실제 오프에서는 그런 담론이 아예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아예 그쪽에 관심자체가 없거든요


그리고 여러분들의 댓글을 읽은 결과 제가 알고 있는 호모포비아와 몇몇분이 알고 계신게 다른 것같은데


제가 처음 호모포비아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몇년전 어느 여자애와 네이트온 할 때였는데요


갑자기 말을 걸어서 


너 호모싫어? [응] 호모포비아네


응? 그게 뭐야? (안가르쳐주자 잠시 검색 후) 나 호모포비아 아니야!!


그럼 호모 좋아? [아니] 그럼 호모포비아네


!!!!!! ;ㅁ; 


저는 그 여자애 차단하고 삭제했지만 어딘가 내가 호모포비아 인가보다 하는 관념이 자리잡았어요


동성애에 아무 관심이 없이 평생을 살아온 남자들은 대부분 저렇게 대답합니다


게이인 친구가 있어도 난 걔가 좋거든요 근데 호모 좋아?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해요 


이건 학습된 부분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전 게이는 여성스러운 것 이렇게 알고 있었어요


전 조성모가 "널 깨물어주고 싶어" 하는 광고에 거부감이 들었고  개늑시 하면서 좋아졌지만 석류가 좋네마네하던 이준기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남성다운데도 게이일 수 있다 그런 경우도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헌데 호모포비아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게이인 타인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경우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


자신이 게이로 지목당하는 것이 싫은 경우


전 이중에서 세번째고 게이를 왜 싫어하느냐 하는 질문엔 답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그분들 한테 물어보세요


누구보다 둘의 딥키스를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허각을 옹호하고 싶은 건


누군가가 살면서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을 남에게 거부당하는게 싫은거예요


위에서 말한 막연한 공포는 학습된거라고 쳐도


제 안에 타고난 본성은 어쩔수 없어요


전 점심시간에 공 하나 던져주면 좋다고 쫒아다니는 본능의 노예입니다


인형보다 칼싸움이 좋았고 힘 세진다는 소리에 속아 김치를 처음 먹었습니다


정말로 여자가 좋아 죽겠습니다


여자한테 너 장동건 닮았어 그러면 대부분 싫어하겠죠 아마


그와 비슷하게 남자한테도 예쁘다고 하면 싫은거예요


이건 특히 남자답게 잘생기고 싶은데 좀 다른쪽으로 생겼을 때 더 심한거 같애요 (피부가 하얗다던지)


전에 어떤 다큐에서 본건데 세살정도 되면 시선이 생기고 타인을 구분한다는 실험을 한적이 있는데


엄마가 굵은 목소리 내고 아빠처럼 행동하면 아빠로 착각하는 내용의 다큐였어요


제가 느낀건 그 작은 세살짜리도 남성 여성의 개념이 본능적으로 박혀있다는 거였어요


자기가 이성애자 남자로 살고 싶은 건 아주 어릴 때 형성 되거나 태어날 때 정해진다는 거죠


근데 제 경우는 그 기준이 좀더 위에 있어요


남자중에서도 덩치크고 힘센 쪽 남자의 정체성이에요


와우를 해도 전 타우렌이나 오크를 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살찌우고 몸만드는 걸 매우 많이 이해하구요


조던보다 샤킬오닐이 좋아요


물론 남자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어서


저같은 유형 보통 타입 꽃미남 타입 여러가지 있을 수 있죠


보통이나 꽃미남타입은 그런 말에 크게 동요안해요


그런데 허각은 누가봐도 꽃미남이 아니고 Y염색체가 3개쯤 달린 완전 전형적인 극강 남자예요


그런 사람에게 게이아냐? 묻는건 엄청난 폭력이에요


남자가 남자로 살겠다는데 게이아냐? 묻는건


하리수가 여자로 살겠다는데 남자아냐? 하는 거랑 똑같애요


전 그런 허각에게 동질감을 느껴 옹호를 시작했구요


게이분들이 허탈감을 느끼는건 이해하지만 허각(또는 김갑수나 주진모등)의 입장도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덧붙여


전 호모포비아로 잠정적으로 예상되는 타겟이 나타났을 때 일단 발포하고 보는 호모포비아포비아가 싫어요 (이하 호포포)


그건 전쟁이잖아요


어머 아직도 계몽이 덜 된 사냥감이 돌아다니네? 죽어랏 빵야빵야


이러지 말구 저희도 이해해주세요


저희도 더 많이 이해하고 조심스럽고 행동 발언하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차별하지 않을게요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듀게를 떠나 콧물왕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악 이러면 의미없는데 다른 걸로 해야지)


그 이유는 게이를 보는 한국사회의 시선이 따갑듯 호모포비아인 저를 보는 호포포들의 시선도 아플 것 같아서예요


저는 듀게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솔음 ♬) 


ps. 굶은버섯스프님 반말 포비아 있다고 하셨는데 제가 누나한테 반말한 건 누나가 너무 좋아서지 놀리려구 그런게 아니예요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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