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라섹 수술 생존기

2012.06.11 18:02

머루다래 조회 수:3605

지난 금요일 오전에 시술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근시+난시예요, 제가. 안경을 벗으면 일상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일반적인 눈이면 라섹도 불가능한데, 저는 다행히도 (혹은 불행히도) 다른 사람보다 각막이 두꺼워서 겨우겨우 라섹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수술 자체가 무서웠는데, 무서울 것도 없었습니다. 아픈 것도 전혀 없었고 따끔거리는 것도 없었어요.

수술 당일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오우오우오우. 토요일과 일요일은 정말 너무 괴로웠어요. 물론 손가락이 잘리거나 맹장염 같은 것에 비하면 약과겠지만, 그 간지러우면서 따끔거리면서 쓰라리면서....

 

눈이라는 장기가 엄청 소중한 거란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아프면서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심리적으로 괴로운 건지 알게 되었어요.

아픈 걸 잊기 위해 다른 걸 하려고 해도 눈이 안 보이니까, 아무 것도 못하는 거예요. 이게 정말 환장하겠더라고요.

 

 

3일째인 오늘은 그나마 평안을 되찾았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보기->확대/축소->200% 확대 옵션을 클릭한 후 겨우겨우 인터넷 하고 있습니다.

 

이 수술을 너무 만만히 본 것 같아요. 며칠 뒤면 일상생활 가능하겠거니 하고 한 건데... 아픈 건 이제 덜하지만 200% 확대를 하고도 글씨가 겨우 보여요. 겨우 3일째 된 건데 너무 안달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세상은 뿌옇고 (물론 예전에 안경 벗었을 때보다야 훨씬 잘 보이지만요) 안 보이니까 답답해 죽겠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라식은 모르겠지만, 라섹은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엄청 아프고, 시력이 갑자기 확 좋아지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아요. 글을 쓰는 도중에 갑자기 또 눈이 아려 옵니다. 빨리 안약 넣으러 가야겠어요. 으윽. 그럼 이만 총총.

 

 

ps. 전 7살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제 인생을 거의 안경과 함께 보냈습니다. 안경을 벗으면 제 얼굴이 안 보였고요. 이제 어느 정도 시력이 나와서 제 안경 안 쓴 얼굴을 보는데... 정---말 어색해요. 내 얼굴이 이랬었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못생겼는데, 안경을 벗으니까 더 못생겨졌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나마 보이는 얼굴도 이러니 참 우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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