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집에 이사오기로 결정한 건 마당을 본 순간부터였어요.

주인집 포함해 세 가구가 거주하지만 대문이 두 개 있어 위층들과 저는 다른 대문을 쓰고, 따라서 즤집 앞에 딸린

조그만 마당도 저 혼자 쓰게 되는 구조. 이사할 때는 한겨울이었는데, 싸부랑 저는 이미 그때부터 날 풀리면 마당에서

고기파티!!!! 라고 살풋 로망을 품고 있었드랬지요. 그리고 며칠 전, 대망의 바베큐데이가 실행되었던 겁니다:D

 

   기획 싸부 준비 싸부 실행 싸부 고굽 싸부 치움 싸부. 제가 안 도와주려 그런 게 아니라 딱히 도와줄 게 없었....

그는 제가 어설피 도와준다고 설치면 방해된다고 저리 가라 한단 말이죠. 어쨌든 마당에 저렇게 셋팅을 해 놓았습니다.

늘 차 트렁크에 저런 걸 가지고 다니는 남자거든요( ..) 조명 부족하다며 안방 간접조명까지 꺼내와 불을 밝혀두는 깨알같은 셋팅.

그래서 우리는 그를 장테일이라 부릅니다:)

  

 

 

   강원도 갔을 때 부러 샀다는 참숯에 토치로 불을 붙이고, 고기 공수 담당 ㅂ님을 기다렸지요. 곧 도착한 그녀는 능숙한

손길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쌈장을 만들었어요. 아래 사진이 최종 셋팅은 아니지만 저는 사진 찍는 덴 늘 대충대충이니까;;

 

 

 

 

   한우 등심과 안심! 언제 먹어도 맛있어요. 안심은 그야말로 스테이크급. ㅂ님 어무니꼐서 딸 먹으라고 챙겨 보내주신 거니 고기

질은 말할 필요도 없겠죵. 흡입하느라 정작 익었을 때 사진은 없군요. 제가 사진찍을 때마다 ㅂ님과 고양이들 새옴마님은 볼멘소리를 했어요.

'내 고기 때깔은 이렇지 않다능....'이라든지 '니가 올려봤자 아무도 안 부러워해!!!'라든지....네, 전 이들 사이에서 이런 포지션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친목질 저격을 두려워하므로,  제가 그냥 발사진을 올릴거예요. 보는 사람도 별로 안 염장, 저는 올리면서 자기만족, 모두가

행복하니 아름다운 일 아니겠어요.

 

  아무튼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지난 토요일에 싸부랑 제가 낚시하러 인천 갔다 수산시장에서 사온 대하를 구웠어요. 홍릉각

코스요리떄 나오는 대하 사이즈. 열두 마리 샀는데 일단 네 마리 구워 맛만 보고 나머지는 싸부가 홍릉각 스타일로 요리해주겠다며

바람넣었음. 과연............................ 

 

 

   당연히, 숯불 아래엔 호일에 싼 감자를 묻어두었죠. 제가 새우 사진을 찍으니 새우 크기가 얼만한지 손과 비교해야 한다며

깨알같이 손을 들이대는 싸부. 손도 작으면서_-_

 

 

 

   감자가 파근파근 잘 익었어요. 진짜진짜 맛있었음. 여덟 개 묻어 넷이서 두 개씩 냠냠. 

 

   마무리 안주는 양념한 소곱창! 이거 되게 맛있었어요. 배부른데 막 들어감. 이 즈음엔 숯 화력이 거의 다 돼서 걍 ㅂ님이 부엌 들어가

프라이팬에 볶았드랬죠.  

 

   잠정적으로( ..) 소주를 끊은 저를 위해 싸부가 사다준 쥰마이 청주. 밖에서 마시면 취하지도 않아요. 밤이 깊어갈 즈음

옆집 나이 좀 든 부부의 싸움 소리가 생중계로 들리는데, 너무 웃겨서 넷이 끅끅 웃었어요. 술 자주 마시고 양치질 안 하는

남편을 부인이 쥐잡듯이 혼내는 형국. 기죽어 우물쭈물 변명하는 남편님까지 뭔가 페이소스 묻어나는 장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루이죠지는....

 

안방에 갇혀 말똥말똥. 거실 왔다갔다하려고 문을 열어놔야 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우리만 먹어서 미안;_;

아무튼, 밖을 정리하고 스파클링 와인이랑 레드와인 한 병을 마시며 자리를 마무리했어요. 설거지하기 싫어서 우는 저를 썩을 년!

일갈하고 싸부가 설거지도 해주었어요. 싸부는 천사.

 

 

 

2.  바베큐파티 다음 날, 고양이들 새옴마님과 저는 100%의 몸빼바지를 사러 나섰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니 수면바지가 더워서.

동네 리빙마트 앞에서 기막힌 걸 발견했다며, 이건 사야한다며 새옴마님이 저를 이끌었어요. 가서 보니 오메 이거슨 네, 물건이어요!

7부 기장인데 되게 시원하고 질감 탱탱하고 주머니도 있슘미다. 가격은 오처넌. 아 너무 좋아요.

 

  각자 일단 한 벌씩 지르고 집에 가서 입어봤더니 너무 좋아서, 새옴마님은 집에 돌아가서는 자기꺼 두 벌 더 사놓으라며 문자를

합니다. 그래서 제꺼 하나랑 새옴마님이 주문한거 두 벌 더 샀는데, 아래 제가 시착한 체크무늬는 새옴마님이 사놓으라고 한 거였지만

입어보니 예뻐서 제가 먹었습니다. 욕 바가지로 먹었어요. 저 이거 안 뺏기려면 이름 한땀한땀 수놓고 분뇨라도;;;; 묻혀야 할 지경임. 

 어쨌든 이거 ㅂ님 놀러오면 그녀도 입히고 싸부도 입혀서_-_(마르셨으니 입을 수 있을...지도...) 쌍문동 몸빼즈!! 하겠다며 신났었지요.

ㅂ님은 심지어 몸빼 입고 낚시가자고 함.  언젠가 쌍문동 몸빼즈가 몸빼 입고 초밥먹으러 가는 날 인증샷 올리겠어요:( 

  

   예쁘지 않슴미까? 저의 100%의 몸빼.

저는 얼른 마름모가라를 한 장 더 확보하러 리빙마트 가봐야겠어요. 새옴마님 다음에 올 때까지 확보 못하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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